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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진심으로 듣나요

[삶의 방식] 서른두 번째 질문
지난해 유럽에서 다양한 종교와 영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모임을 가졌을 때의 이야기다. 영적 전통이 다른 사람들을 한자리에 초대해놓고 나니 나로서는 서로 자기주장만 하거나 상대방의 믿음을 외면하지는 않을지 초반엔 신경이 쓰였다. 종교마다 강조하는 부분이 조금씩 다르고 방법론에 차이가 있는 만큼 민감한 상황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경험을 통해 내가 얻은 교훈이 있다면, 상대방을 가르치려 들면 서로 다른 점만 보이지만, 상대방에게 귀를 기울이면 더 많은 공통점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 자신의 믿음과 다른 수행법과 발언들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는 상황에서도 참석자들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경청하고 공감해줬다. 자기 내면을 바라보는 오랜 공부는 남의 마음의 결도 찬찬히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길러준 듯했다. 결과적으로 이 경험은 아름답고 감동적이었다.
 
지난 가을 영국 하원에서는 세계 최초로 명상을 하는 정치인들의 국제모임이 열렸다. 이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은 15개국에서 온 정치인 40명. 이들은 침묵 속에 앉아 마인드풀니스 명상(mindfulness meditation, 마음 챙김 또는 알아차림 명상)을 함께 했다. 이들 대부분이 명상을 통해 우울증과 질병, 스트레스 등을 극복한 사연들을 갖고 있었으며, 명상의 이점을 정책에 반영하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 모임을 주최한 영국 의회에는 이미 오래전에 명상 모임이 생겨 160여 명이 거쳐 갔다고 한다. 내면에 귀를 기울여 마음의 움직임을 알아차리는 훈련은 거친 정치판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낳았다. 명상 모임을 함께 한 의원들은 정당을 떠나 서로를 같은 편이라고 생각하며, 차이보다는 공통점을 지향하고, 의견 차이가 있는 경우에도 보다 부드럽게 대화에 임한다고 한다.
 
이 모임을 처음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팀 라이언 미 민주당 의원은 공개적으로 명상의 이점을 알려왔는데, 한 팟캐스트에서 명상은 온갖 차이와 편견을 내려놓고 트럼프 대통령의 말에 귀를 기울여 같이 일할 수 있는 부분을 찾고자 노력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한 바 있다.
 
‘소통’이란 말이 유행어처럼 돌아다니는데도, 벽이 높은 분야와 상황들. 사람들은 너무나도 많다. 그러나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줄 아는 사람들은 어느 순간 타인의 마음도 보인다. 그래서 모든 종교는 사랑과 연민에 대해 말하고, 자비심의 상징인 관세음보살은 세상의 고통의 소리를 본다는 뜻이 아닌가.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베트남 출신의 승려 틱낫한은 미국의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와의 인터뷰에서 “깊이 듣기(Deep Listening)”의 필요성에 대해 말했다. 그는 상대방의 말을 진심으로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그의 고통을 덜어주고 치유와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다고 했다. 베트남 전쟁 때 반전운동을 펼쳤던 그는 서로에게 귀를 기울이지 않는 데서 작게는 가족과 동료 간의 불화, 크게는 폭력과 전쟁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자신과 타인에 대한 그릇된 이해는 좌절·두려움·분노를 낳기 때문이다. 틱낫한은 깊이 듣기는 사랑이 담긴 말 한마디로 시작된다고 했다. “친구여, 당신이 고통받고 있다는 것을 안다. 나는 고통을 주고 싶은 생각이 없다. 그러니 당신의 아픔에 대해 말해달라. 나는 열심히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
 
 
이지현
쥴리안 리 앤 컴퍼니 대표, 아르스비테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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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