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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비핵화 없는 남북 정상회담은 곤란” 한목소리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왼쪽)이 9일 평창올림픽 개회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대화하고 있다. [뉴스1]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왼쪽)이 9일 평창올림픽 개회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대화하고 있다. [뉴스1]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0일 문재인 대통령을 평양으로 공식 초청한 데 대해 미국과 일본은 “남북 관계 개선과 북한 비핵화는 별개로 진전될 수 없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남북 정상회담이 추진되는 데 대해서도 경계심을 감추지 않았다.
 
미국은 특히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 참석차 방한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천안함 기념관을 방문하는 등 대북 압박 수위를 높여 가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친서 외교’를 통해 유화 공세에 나서자 북한 비핵화를 위한 한·미·일 공조에 균열이 생길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일본 언론들도 정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북한의 대화 노선에도 불구하고 대북 압박을 최대한 유지해야 한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9일 밤(현지시간) 미국 정부의 입장을 묻는 중앙SUNDAY의 질문에 “문 대통령이 밝혔듯이 남북 관계 개선은 북핵 해결과 별개로 진전될 수 없다”며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최대한의 압박을 유지하는 방안을 한국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남북 관계 개선과 북핵 문제 해결은 따로 갈 수 없다”고 말한 걸 인용했다.  
 
NSC 대변인은 그러면서 “협상과 관련해 그동안 북한이 보여 온 행적을 잘 알고 있으며 상황을 냉정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등을 거듭하며 위기를 한껏 고조시켜 온 북한이 별안간 대화 제스처를 취하고 나온 데 대해 북한의 과거 사례를 들며 이번엔 결코 쉽게 동조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 셈이다.
 
펜스 부통령이 “문 대통령도 북한에 대해 추가 제재를 지속하며 최대한의 압박을 가하는 방안을 강력 지지한다고 재확인했다”며 지난 8일 청와대 만찬 때 대화 내용을 공개한 것도 향후 남북 관계 개선 흐름이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공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에서란 분석이다.
 
실제로 펜스 부통령은 방한 기간 북측 인사와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해 달라고 한국 정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9일 주최한 리셉션에서는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악수도 하지 않은 채 5분 만에 행사장을 떠났다. 올림픽 개회식 때도 뒷줄에 앉은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등 북측 인사들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남북 선수단이 공동입장할 때는 VIP석에 앉아 있던 인사들이 모두 기립해 박수를 쳤지만 펜스 부통령 부부만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이에 대해 AP통신은 “펜스 부통령이 ‘북한은 2000년과 2004년, 2006년 올림픽 때도 유화 공세를 폈고 2006년엔 겨울올림픽이 끝난 지 8개월 만에 첫 번째 핵실험을 감행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이 같은 진실을 알리기 위해 평창에 온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비핵화는 어떤 변화의 종착점이 아니라 출발점이 돼야 한다”며 펜스 부통령이 ‘선(先) 핵 포기’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미국 언론들도 한반도 긴장 완화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남북 정상회담이 실현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겠다는 명확한 신호를 보내지 않는 한 한국이 북한과 접촉하는 것을 달갑게 여기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의 이번 제안으로 중요한 동맹 관계인 한국과 미국 사이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워싱턴포스트도 “김정은의 여동생이 직접 전달한 초청장은 최대한의 압박 전략을 추구하는 미국을 실망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백악관의 입장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백악관 관계자들은 평창에서 서울로 돌아가는 부통령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펜스 부통령도 북측 고위 인사가 리셉션에서 가까이 앉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 악수를 하지 않고 떠난 것은 북한 정권에 무언의 일관된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일본 언론도 김 위원장의 남북 정상회담 제안을 긴급 속보로 보도하며 큰 관심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북한의 대화 노선에도 불구하고 대북 압박을 최대한 유지해야 한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교도통신은 정부 당국자들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핵을 진정 포기하려는 의사는 보이지 않는다. 대북제재가 겨우 효과를 내기 시작했는데 여기서 완화하면 지금까지의 노력이 헛수고가 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고 보도했다. 당국자들은 또 김정은이 여동생을 특사로 보낸 것을 ‘미소 외교’라고 부르며 제재 완화와 핵·미사일 개발을 위한 시간 벌기용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아사히신문도 “미국은 한국의 대화 노선을 경계하고 있다”며 “미국은 북한에 잘못된 메시지를 주게 된다며 김영남 위원장과의 만남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박신홍 기자 jbj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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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