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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강경 입장 감지, 승부수 띄운 김정은

[남북 정상회담 제안] 주사위는 던져졌다
핵실험과 연이은 미사일 발사로 대북제재에 갇혀 있는 김정은(얼굴)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카드는 남북 정상회담 제안이었다. 10일 오전 청와대를 찾아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남북 정상회담을 하자는 김정은의 뜻을 전했다. 오빠인 김정은의 특사 자격이다.
 
그는 문 대통령과 만나기 전부터 국내 언론의 카메라 앞에 북한의 국가 상징인 국장(國章)이 새겨진 파란색 파일을 고이 다루며 뭔가 있음을 예고했다.
 
정부 당국자는 “지난달 1일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동결 상태에 있는 북남 관계를 개선하여 뜻깊은 올해를 민족사에 특기할 사변적인 해로 빛내야 한다’고 했다”며 “이후 평창 겨울올림픽 대표단 파견 등 북측의 적극적 모습을 보면서 정상회담을 제안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대비해 왔다”고 말했다. 그래서 김정은의 이번 정상회담 제안은 비밀 접촉에서 이 문제를 논의해 온 2000년과 2007년 두 차례 정상회담 발표 때보다 관계자들이 받는 충격은 덜하다.
 
전문가들은 남북 정상회담 제안을 남북 관계에서 김정은이 던질 수 있는 마지막 카드로 여겨 왔다. 김정은이 직접 나섰는데도 진전이 없을 경우 북한 내부를 겨냥한 리더십에 타격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과에 따라 ‘모 아니면 도’가 될 수도 있는 카드다. 김정은이 이처럼 서두르는 이유는 뭘까.
 
우선 9일 올림픽 개막식 직전에 보여 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행동에 힌트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천안함을 견학하고 탈북자들을 만났다. 이어 개막식 직전 리셉션 행사에 늦더니 5분 만에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청와대는 “사전에 다른 약속이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이는 북·미 간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진했던 한국 정부에 대한 노골적인 반감의 표출인 셈이다. 대화나 협상보다 제재와 압박, 여차하면 군사적 옵션을 쓸 수 있다는 미국 내 분위기를 반영한 선 긋기인 셈이다.
 
이처럼 미국의 강경한 입장이 변하지 않는 걸 사전에 감지한 김정은이 국면 돌파용으로 정상회담 카드를 꺼냈다는 것이다.
 
전현준 우석대 겸임교수는 “김정은이 지난달 두문불출하다시피 하며 올림픽 이후 전략을 고민했을 것”이라며 “북한이 핵무력을 완성했다고는 하지만 미국이 실제 군사행동에 나설 경우 상당한 두려움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만큼 악수 내지 포옹 전략으로 나섰다는 것이다.
 
핵무력 완성의 연장선으로 판 흔들기에 나섰다는 견해도 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여정이 청와대로 가는 중에 특사로 신분이 바뀐 건 남측의 특사 방북을 염두에 둔 것”이라며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의 위협을 막고 남북 관계의 속도를 높이려는 뜻”이라고 말했다. 핵 개발을 완료했으니 핵을 가진 상태에서 평화 공존을 추구하겠다는 취지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여건(북핵 해결의 실마리)이 성숙돼야 정상회담이 가능하다는 기자회견(지난달 10일)을 한 사실을 김정은도 알 것”이라며 “지금까지 개발한 핵을 인정받고 더 이상 핵실험이나 개발을 중단하겠다는 부분 인정, 부분 동결 정도는 할 수 있다는 식의 ‘동결’ 카드를 들고 나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또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한 대북제재 강도가 커지면서 겪고 있는 경제적 압박을 탈출하기 위한 차원일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북한 관련 업무를 한 전 정부 당국자는 “북한 대표단이 방한하는 것조차 대북제재의 눈치를 봐야 할 정도로 꽁꽁 묶여 있다”며 “김정은이 집권 이후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도록 하겠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줬는데 어려움이 가중되자 승부수를 띄운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사회 제재의 칼날이 날카로워지자 민족 공조를 강조하면서 남측과 손을 잡으려는 의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1980년대 후반 옛소련을 비롯해 사회주의 형제국으로 여겼던 동유럽 국가들이 개방화로 위기 상황에 봉착하자 91년 남북 기본합의서에 서명한 일이 있다.
 
지난해 핵무력 개발을 완성했다고 주장한 김정은이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인 통일 문제로 방향을 틀었다는 시각도 있다.
 
정부 당국자는 “어쨌든 모처럼 조성된 평화의 모멘텀을 평창올림픽 이후까지 이어 간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며 “북한의 의도를 딱 잘라 뭐라 단정하긴 어렵지만 한반도 평화와 핵 문제 해결을 위해 정상회담이 도움이 되는 건 분명하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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