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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손잡고'서 '꿈과 열정'으로…노래로 본 올림픽 시대정신

가수 인순이가 2018 평창동계올림픽 성화봉송 주제가 'Let Everyone Shine'을 부르고 있다. [사진 유튜브]

가수 인순이가 2018 평창동계올림픽 성화봉송 주제가 'Let Everyone Shine'을 부르고 있다. [사진 유튜브]

 
한 시대를 풍미하거나, 그 시대를 대표하고자 했던 노래에는 어쩔 수 없이 시대의 상이 어려있다. 1960년대 건전가요 ‘잘살아 보세’가 고된 산업화 시대를 이끌어왔던 부모 세대의 뇌리에 깊이 박인 것과 같은 이치다. 비록 군사 정권의 주문으로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노래였지만, ‘우리도 한 번 잘살아 보세’라고 되뇌는 노랫말은 시대적 상황과 어우러져 묘한 울림을 줬다.
 
한국에서 30년 만에 개최하는 올림픽을 맞으며 문득 '1988 서울올림픽과 2018 평창올림픽 주제곡을 비교해보면 어떨까' 의문이 든 이유다. 노래 하나가 그 시대를 그대로 담을 순 없지만, 적어도 30년 간극과 바뀐 시대상에 대한 힌트를 노래로 엿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다.
 
'손에 손잡고'를 불렀던 그룹 코리아나 [중앙포토]

'손에 손잡고'를 불렀던 그룹 코리아나 [중앙포토]

 
1988년 서울올림픽 주제곡 '손에 손잡고'는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친숙하다. 당시 '손에 손잡고'는 공모를 통해 선정된 세계 최대 레코드 회사 '폴리그램'에서 제작한 곡이다. 작곡은 영화 '탑 건', '플래시댄스'의 OST를 만들었던 이탈리아 작곡가 조르조 모로더가, 노래는 당시 유럽을 주 무대로 활동하던 그룹 '코리아나(멤버 홍화자·이승규·이용규·이애숙)'가 불렀다. MBC라디오 '푸른밤'의 진행을 맡고 있는 이대화 대중음악평론가는 "신시사이즈와 스케일이 큰 합창 코러스가 인상적인 곡"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음악적 스케일이 커지면서 장엄한 느낌을 주는 효과가 있다"며 "올림픽의 이미지와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웅장한 느낌의 '손에 손잡고', 가사는 '통합' 강조
'손에 손잡고'의 대표적인 가사는 "손에 손잡고 벽을 넘어서"와 "서로서로 사랑하는 한마음 되자"다. 주로 '통합'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이택광 교수(문화비평가)는 "국내외 정치적으로 통합의 가치가 필요했던 시기"였다고 말했다. 당시 신군부 세력이었던 민주정의당 노태우 후보는 36.6%라는 역대 최저 득표율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컸던 만큼 노태우 후보의 당선에 대해 실망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국제적으로도 '통합'의 가치는 절실했다. 1980년 소련 모스크바 올림픽, 198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은 그야말로 반쪽짜리 올림픽이었다. 미국, 캐나다, 서독, 우리나라 등 40여개 국가는 소련이 1979년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것에 항의하기 위해 1980년 모스크바에서 열린 올림픽에 불참했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은 상황이 반대였다. 자유주의 국가의 보이콧에 대한 보복으로 소련, 동독 등이 불참했다. 이처럼 국내외 정치적 상황 때문에 '통합'의 필요성이 컸다는 게 이택광 교수의 얘기다.
 
1988년 서울올림픽은 이러한 불화를 겪은 이후 공산주의 국가와 자유주의 국가가 한데 어우러진 올림픽이었다. (북한, 쿠바 등 일부가 불참하긴 했다.) 마침 1988년 초 취임한 노태우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북방외교로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 민족통일로 가는 길을 열겠다”며 '북방외교'를 내걸기도 했다. 이택광 교수는 "88서울올림픽은 한국이 세계 체제에 통합되기 위해 국가 이미지를 제고하는 계기가 됐던 행사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협동+꿈' 강조하는 평창…"이곳에서 그대를 비추리"
평창동계올림픽 응원곡 'LOUDER'를 부른 빅뱅의 멤버 태양 [연합뉴스]

평창동계올림픽 응원곡 'LOUDER'를 부른 빅뱅의 멤버 태양 [연합뉴스]

2018년 현재는 어떨까. 평창올림픽의 공식 주제곡은 현재 없는 상태다. 다만 조직위원회가 인정한 올림픽 관련 곡은 평창올림픽 성화봉송 주제곡 인순이의 'Let Everyone Shine(모두를 빛나게 하는 불꽃)'과 응원곡인 태양의 'LOUDER'가 있다. 이 두 노래 또한 기본적으로 협력, 협동을 노래하고 있다. '그 빛나는 꿈들이 모두 모여 하나의 불꽃으로 함께 할 때(Let Everyone Shine)', '너와 내가 손잡고 힘차게 앞으로 걸어나가면 어떤 어려움도 다 이겨낼 수가 있어(LOUDER)'가 대표적이다.
 
다만 '손에 손잡고'에서는 볼 수 없었던 성격의 가사도 보인다. 'Let Everyone Shine'에서는 '꿈과 열정이 가득한 우리의 이야기', '항상 새로운 도전과 내일의 희망 되라', '이곳에서 그대를 비추리', '그 열정을 밝게 비추리'라는 가사가, 'LOUDER'에서는 '일어나 소리쳐 승리를 위해', '까만 밤하늘의 별보다 더 반짝이는 땀방울 끝까지 달려가 그 날을 위해' 등의 가사가 대표적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개인의 꿈을 통한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며 "개인의 꿈과 열정이 발현될 때 공동의 꿈 또한 가능하다는 것, 즉 단순한 국가주의보다는 각 개인의 꿈과 열정을 통한 사회통합적 가치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 부분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한국, 올림픽 소비 방식이 달라졌다"
 
88올림픽 개막식 88올림픽 개막식 장면 [중앙포토]

88올림픽 개막식 88올림픽 개막식 장면 [중앙포토]

 
이택광 교수는 "한국에서 올림픽을 소비하는 방식이 달라진 영향도 있지 않겠느냐"며 "옛날 올림픽이 그저 국가 차원의 행사에 불과했다면 지금은 스포츠로서의 올림픽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적 행사에 머무는 게 아니라 스포츠 자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꿈에 도전하는 선수들에게까지 관심을 쏟고 있다는 얘기다.
 
음악적으로는 평창동계올림픽 두 곡의 색깔이 달랐다. 이대화 평론가는 "'Let Everyone Shine'은 서울올림픽 주제곡 '손에 손잡고'와 작곡 면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발견하기 힘들다. 록을 바탕으로 합창 코러스와 스트링 편곡(현악 합주)을 집어넣었는데, 역시 장엄하게 다가오는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LOUDER'에 대해서는 "요즘 가장 유행하는 '댄스홀' 리듬을 사용하며 트렌드가 반영됐다"며 "초반 기타 부분은 특히 록키 주제가의 그림자도 보이는데, 스포츠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리듬에 최근 트렌드인 댄스홀 리듬을 적절히 접목한 곡인 듯하다"고 말했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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