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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한국은 성씨 중심, 땅 넓은 중국은 지역 중심

 
중국의 대표적인 현대미술가 웨민쥔의 작품. 중국 국기를 연상시키는 붉은 색 얼굴의 사람 머릿속에서 마오쩌둥이 헤엄친다. 폭력적 현실에 눈감은 자아를 그린 웃음 시리즈의 하나다. [사진 세창출판사]

중국의 대표적인 현대미술가 웨민쥔의 작품. 중국 국기를 연상시키는 붉은 색 얼굴의 사람 머릿속에서 마오쩌둥이 헤엄친다. 폭력적 현실에 눈감은 자아를 그린 웃음 시리즈의 하나다. [사진 세창출판사]

중국인의 일상세계-문화인류학적 해석
김광억 지음, 세창출판사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ykj3353@naver.com 
 
봇물이라고 해도 좋겠다. 중국 관련 서적의 출판 붐 말이다. 그만큼 중국은 우리에게 큰 관심거리다. 그러나 오히려 혼란스럽다. “중국은 어떤 나라일까?”라는 물음에 “그래도 알 수 없는 나라”라는 게 우리 사회의 일반적 수준이다. 이런 흐름에 고승(高僧)의 우렁찬 방할(棒喝)이 떨어진 듯하다.  
지난 20여 년 동안 매년 3~4개월씩 중국을 찾아간 학자가 있다. 문화인류학자로서 말이다. 과거 대다수 중국인의 생활터전이었던 농촌을 찾아가 그들과 최근거리에서 접촉하며 ‘실제의 중국’을 더듬었던 저자 김광억 서울대 명예교수다. 기회가 닿으면 중국의 대학에서 장기간 체류도 했다.  
그런 활동의 이력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중국의 저변을 오래 실사(實査)한 학자다. 보다 알찬 정보인 실지(實知)의 소유자인 데다가 현장에서 느끼는 실감(實感)이 누구보다 더 뚜렷한 연구자다. 이처럼 대단한 자력(資歷)의 이 ‘고승’이 외친 ‘방할’은 대개 두 부류의 중국 연구자들을 향한다.  
 『중국인의 일상세계』. 중국의 가족 관계를 살펴야 중국이 보인다는 주장을 담았다.

『중국인의 일상세계』. 중국의 가족 관계를 살펴야 중국이 보인다는 주장을 담았다.

 
우선은 인문적 성향을 지닌 ‘행자(行者)’ 그룹이다. 표현이 이렇다. “목전의 현실은 (…) 장구한 인류역사의 흐름에서 보면 한갓 순간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호연지기를 부린다.” 이어 “중국여행에 나서면 모든 만나는 것들을 인간의 희로애락을 노래하는 소재로 삼아 그 풍경과 요리와 술과 차와 시와 서와 화를 즐기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다른 한 부류는 사회과학적 접근을 시도하는 ‘행자’들이다. “급격한 변화 속의 정치적 문제를 분석하고 경제적 과제의 해결책을 모색하는 사회과학자들의 접근은 중국의 역사와 문화의 중요성을 무시한 단편적인 안목의 연구 풍조를 만들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는 지적이다.  
지적의 내용이 사실 이 책의 주요 얼개다. 이런 불만은 도처에서 불거져 나온다. 그만큼 전통의 인문학적 접근, 서양이나 중국의 편향적인 분석 시각에 의존하는 사회과학적 접근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인식이다. 중국을 오래 들여다본 전문가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얘기다.
앞의 행자들은 대개 한문(漢文)에 근접해 있다. 그래서 중국의 콘텐트를 “대충 다 안다”고 뽐낸다. 깊고 오묘하다며 그 세계를 칭송하다 어느새 혼연일체의 몰아(沒我) 경지에 빠진다. 그러니 비교와 분석의 과정이 빠질 수밖에 없다. 뒤의 행자 그룹도 다르지 않다.  
중국이라는 시공(時空)의 종축(縱軸)과 횡축(橫軸)을 거닐 여유와 실력이 없어 현실 문제에 묶여 시야가 좁고 음울해진다. 그러나 중국을 기회와 시장만으로 인식하는 열성 ‘신도(信徒) 그룹’이 있어 중국연구에 있어서는 늘 선두를 차지한다.  
 
중국의 가족. 중국에서는 한 지붕 아래 살아도 부엌을 따로 쓰면 별도의 가족이다. [사진 세창출판사]

중국의 가족. 중국에서는 한 지붕 아래 살아도 부엌을 따로 쓰면 별도의 가족이다. [사진 세창출판사]

책은 그런 문제 제기에 이어 중국인의 삶을 체제의 시야에서 먼저 다룬다. 중국이라는 구성과 그 사회가 얽혀 돌아가는 사정, 다시 중화(中華)라는 중국 특유의 정체성 인식이 지닌 역사성과 현실성을 다룬다. 개괄적 시선이어서 읽기엔 퍽 수월하다.  
책의 백미(白眉)는 가운데에 있다. ‘가(家)·족(族)·향(鄕)·국(國)’ 편이다. 저자가 쌓은 실사, 실지, 실감이 모두 집결하는 영역이다. 고단했던 역사의 전개과정에서 중국인들이 어떻게 제집(家)을 이루고 종족(宗族)을 형성하며, 삶의 터전인 고향의 의식을 지녔는가가 펼쳐진다.  
우리와의 비교가 이뤄지는 부분이 매우 흥미롭다. 저자는 먼저 종족(宗族)이나 문중(門中)의 폐쇄적인 울타리에 갇힌 조선의 상층 사회 구성 형식을 거론하며 “이에 비해 중국은 역사가 오래되고 영토가 광활한 까닭에 종법 제도가 신분제적 제약을 넘어 보편적인 가치관으로 대중화됐다”고 설명한다.  
우리가 본관(本貫)으로 설명하는 전국적인 씨족 시조 중심의 조직을 구성해 신분제에서의 ‘자리’ 확보에 힘을 쏟았던 데 비해 중국은 ‘지역화된 종족(localized lineage)’ 또는 ‘지역적 종족(local lineage)’의 탄력적이며 개방적인 혈연 네트워크를 구성했다고 말한다. 이는 인구의 이동이 빈번했던 중국의 환경과 관련이 있다는 해설도 덧붙인다.  
백미를 이루는 이 같은 중간 내용이 너무 돋보인다는 점이 사실 책의 문제다. 나머지 대부분의 내용이 상대적으로 소략(疏略)하며 평범하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그 점이 ‘고승’에게 ‘방할’을 맞은 ‘행자’들의 불평과 반발을 부를 수 있는 구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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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