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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열병식에서 기어이 ICBM으로 세계 위협한 북한

북한이 평창 겨울올림픽 전날인 어제 오전 평양에서 북한군 창군일을 기념한 열병식을 가졌다. 북한은 평창올림픽을 평화적으로 열자는 정부의 기대를 깨고 기어코 열병식을 실시한 것이다. 열병식에는 북한이 지난해 11월 29일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포함한 대부분 미사일을 선보였다. 그러나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열병에 앞선 연설에서 핵무력은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이 이처럼 핵무력을 꺼내지 않은 이유는 평창올림픽을 의식한 것으로 판단된다. 당초 북한은 평양 인근의 미림비행장에서 1만3000여 명의 병력과 200여 대의 차량을 동원해 열병식을 연습해 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열병식이 올림픽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우려했고 국민 여론은 열병식 취소를 요구했다. 미국도 북한이 올림픽에 앞선 열병식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스티븐 골드스타인 미 국무부 차관은 지난 1일 “열병식이 열리지 않는 것을 선호한다”며 “올림픽 선수들에 관한 것이어서 이를 훼방하는 어떠한 일도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더구나 북한이 건군 70주년이란 명분으로 ICBM과 핵무기까지 등장시키면 그 자체가 새로운 도발이 될 것이라는 걱정도 나왔는데 핵 언급이 없어 다행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열병식에서 ICBM인 화성-15형을 공개하면서 혈육인 김여정을 올림픽에 참석시키는 것은 이중적 행동으로 해석된다. 미국을 견제하는 동시에 올림픽을 활용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한이 올림픽 분위기로 본격화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부터 벗어나려는 것이다. 어제 서울에 도착한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방한 직전 일본 요코타 미 공군기지에서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모든 옵션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있다”며 “만일의 사태(eventuality)에 대해서도 준비돼 있다”고 북한에 경고했다. 북한의 앞으로 행동에 따라 제재가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부터 정부의 세심한 대처가 필요하다. 적어도 북한에 이용되는 상황을 만들어선 안 된다. 그러면서도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고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해소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김여정도 겨울올림픽만 볼 게 아니라 북핵을 바라보는 엄혹한 국제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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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