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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여성 울리는 ‘나쁜 손’

기자
손민원 사진 손민원
손민원의 성·인권 이야기(1)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있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 젊은이와 노약자, 비장애인과 장애인, 남자와 여자. 모두 다른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무엇이 필요할까? 이들의 인권 이야기, 폭력예방, 성 평등 교육을 통해, 나와 이웃 모든 사람이 가진 자유, 평등, 존엄에 대해 공감하는 힘을 키우기를 소망한다. 강의 현장에서 만나는 다양한 목소리를 글을 통해 나누고자 한다. <편집자>
  
법무부 고위 간부의 '나쁜 손'은 옆에 앉아 있던 젊은 여성 검사의 허리와 엉덩이로 향했다. [중앙포토ㆍ연합뉴스]

법무부 고위 간부의 '나쁜 손'은 옆에 앉아 있던 젊은 여성 검사의 허리와 엉덩이로 향했다. [중앙포토ㆍ연합뉴스]



사례 1. 2010년 한 장례식장
젊은 여성 검사 옆에 앉아 있던 법무부 고위 간부의 ‘나쁜 손’은 다수의 동료 검사 옆에 앉아 있는 젊은 여성 검사의 허리와 엉덩이를 수차례 만지고 있었다.


사례 2. 늦은 밤 지하철 안
금요일 저녁, 지하철이 막차쯤 될 듯한 늦은 시간. 지하철에는 서 있는 사람들도 있고, 주말 저녁이라 그런지 늦은 시간이었으나 승객이 많았다. 한 여성이 술에 취해 몸을 잘 가누지 못한 자세로 비스듬히 앉아 있다. 여성의 옷차림은 짧은 치마를 입었고, 허벅지의 절반 정도는 드러나 보였다. 
 
그 여성 옆에 앉아 있던 평범한 중년 신사. 공손하게 자신 앞에 놓여 있던 착한 손. 처음엔 정신없어 보이는 여성의 허벅지를 살짝 스쳐보았다. 여성이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자 몇 분의 시간이 흐른 후 좀 더 과감하게 이번엔 치마 속의 여성 허벅지를 살짝 건드려 보았다. 그리고 다시 손은 제자리. 다시 몇 분의 시간이 흐른 후 이 남성은 다시 한번 도전한다. 여성의 허벅지 안쪽까지….
 
이 글을 읽는 여러분에게 질문을 던져 본다. 이 지하철 성추행 사건의 문제는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첫째, 술 먹고 취해 자신의 몸을 통제하지도 못하고 밤늦게 돌아다니는 여성에게 잘못이 있는가? 둘째, 심신미약의 여성이 옆에 있다고 해서 여성의 몸을 슬쩍 만져본 남성이 잘못인가? 셋째, 둘 다 어느 정도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피해자에게서 폭력 이유 찾는 우리의 젠더 감수성 
우리는 유독 '성'과 관련된 사건에서는 피해자에게서 폭력의 이유를 찾는 것이 허용된다. [중앙포토]

우리는 유독 '성'과 관련된 사건에서는 피해자에게서 폭력의 이유를 찾는 것이 허용된다. [중앙포토]

 
강의장에서 이 질문을 해 보았을 때 대부분의 경우는 셋째인 ‘둘 다 잘못이다’라는 답에 손을 든다. “당연히 술 취한 여자의 몸을 살짝 건드린 것은 남성의 잘못이지만 이 여자도 잘했다고 볼 수 없어.” “아니 여자가 말이야 밤늦게 다니고, 더구나 짧은 치마 입고 저렇게 술이 떡이 되도록 마시니 저런 일을 당해도 싸지. 싸!”
이것이 현재 우리 사회의 젠더 감수성 수준이다.
 
만일 도둑이 집 안에 들어와 패물을 훔쳐갔다면 이 사건의 가해자는 전적으로 ‘도둑놈’이라는 말에 누구도 이견을 달지 않을 것이다. “왜 도둑이 들어오도록 문에 잠금장치를 잘하지 않았나요?” “그러니 도둑의 피해에 대해 입을 다물어야겠어요”라고 피해자에게 말하지 않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유독 ‘성’과 관련된 사건에서는 피해자에게서 폭력의 이유를 찾는 것이 허용된다.
 
이런 사회적 잣대 때문에 서지현 검사는 8년 동안 자신을 자책하며 아무 말을 못 한 채 살아왔다. 그러던 서 검사는 8년 전 발생한 성추행 사건에 대해 용기 있게 고백했다. 8년이란 시간이 지나도 그때의 모멸감은 한 여성의 삶에서 치유되지 못한 상처로 더욱 아프게 남아 있다. 그리고 누군가 입을 열지 않으면 같은 피해는 반복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용기 있게 고백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고백에 “왜 그 자리에서 가만히 있다가 인제 와서 이러지? 아니! 그 시간을 즐긴 것 아냐?”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서 검사가 출연했던 방송에서 앵커는 서 검사가 그 당시 사건의 정황을 떨리는 목소리로 설명한 서 검사에게 이렇게 질문을 던졌다. “그 자리에서 물론' 이건 잘못된 것이다'라고 말씀하셨겠죠?"
 
 
한번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자. 나의 직장에서의 성공과 실패를 손아귀에 쥐고 있는 인사권자나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 앞에서 “정말, 나에게 왜 이런 행동을 하시죠?”라고 되받아치고 자리를 박차고 나갈 때는 그 뒤에 따르는 불이익을 충분히 감수하겠다는 큰 용기와 결단이 있어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 모욕감과 수치심을 갖게 되지만 분위기상 말을 하지 못한다.
 
지하철 사건의 경우 다행히 앞에 앉아 있던 시민이 성추행하는 신사의 나쁜 손을 촬영하고 지하철 경찰대에 신고해 이 남성은 현장에서 연행됐다. 지하철의 여성도 옆에 앉은 남성 손이 내 몸을 만졌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여러 사람이 있는 지하철에서 창피해서 따져 묻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남성이나 여성이나 힘의 우위에 있는 관계 속에서 “No”라고 할 수 있는 힘은 필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거부하고 싶은 상황에선 언제든 “No”라고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더욱 꼴불견인 2차 가해 글
이 사건은 여느 성범죄 사건과 같이 과거 성추행 경험의 폭로 뒤에 큰 2차 피해가 따랐다.
 
‘인형가게 예쁜 얼굴, 그러나 내 여자로 만들고 싶은 생각이 안 드는 예쁜 얼굴’ ‘계집은 ○○○당하기 위해 태어난 거야’ ‘술집 가면 돈 몇 푼이면 다 만질 수 있는데 멀쩡한 여자한테 왜 그랬을까’ ‘8년이나 지난 다음에 굳이 폭로하는 저의가 의심스럽다’…. 여성에 대한 폄하의 글들이 뒤따라 올라오고 있다.
외모 비하, 2차 성희롱, 꽃뱀으로 몰기 등 예상했던 대로 수많은 2차 가해 글이 올라왔다.
 
최근 서 검사로 인해 자신이 경험한 성추행 사건에 대한 고발하는 #Me Too 캠페인이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사진 픽사베이]

최근 서 검사로 인해 자신이 경험한 성추행 사건에 대한 고발하는 #Me Too 캠페인이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사진 픽사베이]

 
서 검사의 성추행 피해 폭로 후 ‘#Me Too’ 캠페인은 더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교수의 성추행 때문에 자퇴를 결심했던 학생의 자퇴 철회 및 여성 교수들, 경기도의회, 사회복지사, 여성 국회의원, 기자 등이 자신이 경험한 성추행 사건에 대한 고발을 끊임없이 이어가고 있다.
 
‘#Me Too’에서 ‘#We Too’ ‘#With You’ ‘#Me First’로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있다. 우리는 이 사건을 보면서 피해자의 아픔에 대한 공감에서 멈추지 않고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기득권의 갑질, 권위주의 문화에 대한 문제점, 남성 중심의 성문화에 대한 자각이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서 검사가 겪은 아픔의 치유와 더불어 지금까지 마음속 깊은 상처로 남았던 많은 성희롱·성폭력 피해자가 숨겨 왔던 아픔들이 치유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손민원 성·인권 강사 qlover@naver.com
 

비트코인의 탄생과 정체를 파헤치는 세계 최초의 소설. 금~일 주말동안 매일 1회분 중앙일보 더,오래에서 연재합니다. 웹소설 비트코인 사이트 (http://news.joins.com/article/22335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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