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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쏭부부의 잼있는 여행]54 평창의 라이벌? 바쿠리아니로 가다

내일이면 평창 겨울올림픽이 개막하죠? 오랫동안 기다린 대회라서 더욱 기대되는데요, 평창이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될 때 사실 조지아도 유치 신청을 했었어요. 소치와 평창에 밀려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이죠. 당시 조지아의 명칭은 그루지야였어요. 그루지야 겨울 스포츠 도시 보르조미와 바쿠리아니가 출사표를 던졌죠. 평창과 강릉처럼 두 지역은 29km 떨어져 있으면서, 조지아의 사계절 휴양지로 손꼽히는 곳이에요. 지난 회에 산 좋고 물 좋은 마을 보르조미를 소개했고, 이번에는 스키 마을 바쿠리아니로 향해보겠습니다.
 
바쿠리아니 스키장.

바쿠리아니 스키장.

 
구소련 시절 동계스포츠 훈련장이었던 바쿠리아니는, 2400여 명이 사는 작은 산악 마을로 해발 1700m 지점에 자리 잡고 있어요. 조지아에서 가장 유명한 스키 리조트 중 한 곳으로, 겨울이면 스키 점프, 크로스 컨츄리 스키, 야간 스키, 눈꽃 승마, 스노모빌 체험 등 다양한 겨울 스포츠를 즐길 수 있어 가족 여행지로 인기가 좋아요. 보르조미에서는 29km 떨어져 있어 약 차를 타고 약 1시간 소요되고 트빌리시에서는 약 3시간 떨어져 있어요.
 
1700m에 위치한 바쿠리아니 마을.

1700m에 위치한 바쿠리아니 마을.

 
보르조미에서 바쿠리아니로 가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어요. 첫 번째는 저렴하고 빠른 마슈롯카(미니버스), 두 번째로 비싸지만 편한 택시, 마지막으로는 느리지만, 운치 있는 산악열차가 있는데, 우리 부부는 갈 때는 택시를, 돌아올 때는 산악열차를 선택했어요. 마슈롯카가 가격은 훨씬 저렴하지만(3라리,약1300원),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택시를 탈 수밖에 없었어요. 택시를 타면 리프트 앞에서 내려주기 때문에, 스키 탈 시간을 벌기 위해서는 택시가 최선이었어요. 보르조미에서 바쿠리아니까지의 택시요금은 15~20라리에요.
 
바쿠리아니로 가는 마슈롯카 가격 서치.

바쿠리아니로 가는 마슈롯카 가격 서치.

 
택시를 타니 1시간 채 되지 않아 바쿠리아니에 도착했어요. 바쿠리아니 스키장은 크게 콕타(Kokhta)와 디드벨리(Didveli) 두 곳이 있는데, 그중 해발고도가 좀 더 높은 디드벨리 스키장으로 향했어요. 바쿠리아니 마을 중심부에서 스키장까지는 거리가 조금 있어서 택시를 타면 10~15라리 정도 하더라고요. 디드벨리 스키장에 도착하자 입구에는 스키 캠프를 온 학생들이 많았어요. 아래에는 장비대여점과 카페테리아가 있고, 택시 기사들이 입구에 대기 하고 있었죠. 최근에 만들어진 곤돌라도 운행 중이라서, 추운 날씨에도 스키를 즐기기에 좋은 스키장인 것 같아요. 새로운 스키장에 왔다는 기대에 부풀어 곤돌라에 올라탔는데 느낌이 이상했어요. 곤돌라가 흔들거리고, 바람의 기운이 심상치 않았어요. 마음 졸였지만, 무사히 스키장 중턱에 도착했고, 여기에도 역시나 경치 좋은 곳에 카페테리아가 자리하고 있었죠. 거센 바람에 체온이 떨어져, 카페테리아에서 핫초코 한잔하며 몸을 녹이고 스노보드를 타러 가기로 했어요.
 
바쿠리아니 디드벨리 스키장 곤돌라 내부에서.

바쿠리아니 디드벨리 스키장 곤돌라 내부에서.

디드벨리 스키장 곤돌라.

디드벨리 스키장 곤돌라.

산 중턱의 카페테리아.

산 중턱의 카페테리아.

 
카페테리아에는 이미 많은 스키어들과 관광객들이 바람을 피해 쉬고 있었어요. 쉬는 동안 바람이 점점 거세지더라고요. 음료 한 잔 먹으러 들어온 카페테리아인데, 바깥에서 휘몰아치는 회오리바람을 보니 나갈 엄두가 나질 않아 10분 더 쉬게 되고, 그러다 보니 아예 점심까지 먹고 나가게 되었어요. 다행히 카페테리아에서는 음료뿐 아니라 간단한 빵 종류와 수프, 치킨, 감자튀김 등을 팔고 있었어요. 든든하게 먹고 타자며, 종류별로 시켜서 먹기로 했죠.
 
디드벨리 스키장 카페테리아.

디드벨리 스키장 카페테리아.

카페테리아에서 먹은 음식들.

카페테리아에서 먹은 음식들.

 
배도 찼겠다. 이제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리프트를 타러 나갔더니, 이게 웬걸! 스키장의 모든 리프트가 운행 종료래요. 스키장에 리프트가 다 운행을 안 한다는 말은 즉, 스키장이 문 닫았다는 말! 어쩐지 아까부터 스키장에 사람이 점점 빠지는 것 같더니, 알고 보니 강풍 때문에 리프트 운행을 조기 종료한 거예요. 점심시간에 스키장이 문을 닫아버리다니. 스키장에 오려고 오늘 이른 오전부터 준비해 나왔는데, 결국 스키장에 와서 밥만 배불리 먹고 돌아와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어요. 내려오는 곤돌라도 이미 바람을 피해 집으로 들어가고, 로프만 덩그러니 남겨져 있더라고요.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그래도 카페테리아에서 따뜻하게 바쿠리아니 스키장을 ‘구경’하고 왔다는 데에 의미를 두기로 했어요.  
 
어쩐지 사람이 없더라... 바람 때문에 문 닫아버린 스키장.

어쩐지 사람이 없더라... 바람 때문에 문 닫아버린 스키장.

 
스키장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대신 보르조미와 바쿠리아니를 잇는 유명한 산악열차, 쿠쿠쉬카(Kukushka)를 타고 보르조미로 돌아가기로 했어요. 산길을 천천히 달리기 때문에 차보다 2~3배 오래 걸리지만, 그만큼 여유로운 여행을 즐길 수 있어요. 스키장이 일찍 문 닫는 바람에 시간이 많이 비기도 했고요. 마침 오후 2시 10분에 바쿠리아니로 가는 막차가 있어 시간 맞춰 올라탔어요.  
바쿠리아니역은 쿠쿠쉬카만 하루 두 편 운행 중이라 표 사는 곳도 없는 작은 간이역이에요. 표는 기차에 타니 아저씨 한 분이 티켓을 끊어주셨어요. 기차요금은 2라리(약 900원). 겨울 시즌이라서 그런지 열차 내부도 한산했고, 놀이동산의 장난감 기차가 침엽수림을 뚫고 달리는 것 같은 독특한 재미가 있었어요. 특히 이 열차는 파리의 에펠탑의 건축가 구스타브 에펠(Alexandre Gustave Eiffel)이 설계한 에펠 다리(Eiffel Bridge)를 지나기도 해요. 기차에서는 철교를 지나는지도 모를 정도로 지나가긴 하지만 말이어요. 처음엔 설레는 마음으로 탄 기차이지만, 중간쯤부터는 조금 지루해져서 한숨 푹 자고 일어나니 보르조미에 도착해있었어요.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전 구간 이동이 부담스러운 단기 여행자는 일부 구간만 타고 간다고 해요. 한 번쯤 타보면 재밌는 경험이 될 것 같아요. 쿠쿠슈카는 보르조미 시내에서 3km 동쪽에 있는 보르조미 플레이트 역(Borjomi freight Station)에서 출도착하기 때문에, 시내로 들어갈 땐 마을버스를 이용하면 편리해요. 마을 버스비는 20테트리(약 100원)예요. 
 
 
쿠쿠쉬카.

쿠쿠쉬카.

열차 내부에 있는 에펠 다리 설명.

열차 내부에 있는 에펠 다리 설명.

쿠쿠쉬카에서 즐기는 느린 여행.

쿠쿠쉬카에서 즐기는 느린 여행.

보르조미 플레이트 역 풍경.

보르조미 플레이트 역 풍경.

보르조미 시내버스 타고 숙소로 돌아옴.

보르조미 시내버스 타고 숙소로 돌아옴.

 
스키는 못 즐겼지만, 대신에 일정에도 없던 기차여행을 즐길 수 있어 만족스러운 하루였어요. 이렇게 여행 중에 계획대로 모든 게 이루어지지는 않지만, 뜻밖의 좋은 일들이 생기기도 하는 것 같아요. 힘든 일이 있어도 전환점으로 생각하고, 다른 대안을 모색해가면 여행이 더욱더 풍요로워질 것 같아요. 다음 여행은 조지아의 마지막 여행지 므츠헤타로 향해보겠습니다.
 
정리=양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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