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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 전사 프롤리나·랍신 “금 쏘고 애국가 부를 것”

러시아 출신의 귀화선수 안나 프롤리나(왼쪽)와 티모페이 랍신이 바이애슬론 한국 대표로 평창 겨울올림픽에 출전한다. 이들은 바이애슬론에서 한국의 사상 첫 올림픽 메달 획득을 꿈꾼다. 한국을 ’우리 집“이라고 부르는 이들은 올림픽 후에도 한국 바이애슬론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포부다. [장진영 기자]

러시아 출신의 귀화선수 안나 프롤리나(왼쪽)와 티모페이 랍신이 바이애슬론 한국 대표로 평창 겨울올림픽에 출전한다. 이들은 바이애슬론에서 한국의 사상 첫 올림픽 메달 획득을 꿈꾼다. 한국을 ’우리 집“이라고 부르는 이들은 올림픽 후에도 한국 바이애슬론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포부다. [장진영 기자]

“평창이 춥다고요? 1주일 전에 제 고향 갔더니 영하 50도더라고요. 하하”
 
6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바이애슬론센터. 연일 영하 20도 아래까지 떨어지는 평창의 강추위에 선수들의 숨소리까지 거칠어진다. 그러나 태극마크가 선명하게 박힌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뛰는 한 사내가 당당하게 설원을 누비고, 총 쏘는 것에 집중한다. 그 옆에 있던 여전사도 “바람이 좀 세게 불지만, 이 정도 추위는 문제없다”고 거들었다.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에서 나고 자랐지만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엔 한국 선수로 나서는 두 전사, 남자 대표 티모페이 랍신(30·조인커뮤니케이션)과 여자 대표 안나 프롤리나(34·전남체육회)다.
 
30대의 두 러시아 출신 한국 전사들은 특별한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있다. 한국 대표로 처음 올림픽에 나서기 때문이다. 프롤리나는 2016년 3월, 랍신은 지난해 2월에 법무부 체육 우수 인재 특별 귀화로 한국 국적을 땄다.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 때 러시아 대표로 여자 스프린트 4위에 올랐던 프롤리나는 8년 만의 올림픽이다. 러시아 대표로 8년간(2008~16년) 뛰면서 월드컵에서 6차례 우승했던 랍신은 첫 번째 올림픽이다. 랍신은 “‘내 나라’ 한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대표로 나선다는 자부심이 크다”고 말했고, 프롤리나도 “우리 집에서 열리는 올림픽이다. 당연히 잘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나 프롤리나. [연합뉴스]

안나 프롤리나. [연합뉴스]

프롤리나의 말처럼 둘은 올림픽 직전 국제 대회를 통해 사상 첫 한국 바이애슬론 올림픽 메달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리고 있다. 지난 시즌부터 한국 대표로 뛴 프롤리나는 지난달 6일 독일 오베르호프에서 열린 4차 월드컵 추적에서 8위, 27일 열린 유럽선수권 7.5㎞ 스프린트에서 6위까지 올라섰다. 올 시즌부터 한국 대표로 뛴 랍신은 지난해 5월 왼쪽 무릎 십자인대 파열에 따른 수술 후유증을 딛고, 지난해 12월 3차 월드컵 스프린트에서 8위까지 올랐다.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타면서 사격도 해야 하는 바이애슬론은 사격 성적과 당일 주행 컨디션에 따라 언제든지 순위가 뒤집힐 수 있다. 이들의 귀화 추진과 대회 출전을 도왔던 김종민 대한바이애슬론연맹 부회장은 “월드컵 톱10에 들면 올림픽에서는 누구든 순위를 뒤집을 수 있다. 러시아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은 랍신과 프롤리나도 홈 이점까지 더해 평창올림픽에서 충분히 메달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2013년 출산한 프롤리나, 2016년 파벌 문제를 겪은 랍신, 둘 다 러시아 내 경쟁에서 밀려 평창올림픽 출전 꿈을 꾸는 게 쉽지 않았다. 그때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먼저 손을 내민 김 부회장의 제안을 이들은 받아들였다. 프롤리나는 “2009년 평창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계주 1위를 했는데, 그때 한국에서 뛰라는 계시가 있었던 것 같았다”면서 “짧은 시간에 많은 도움을 받은 덕에 나날이 좋은 결과가 나오고, 미래에 대한 꿈도 키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티모페이 랍신. [연합뉴스]

티모페이 랍신. [연합뉴스]

한국에 대한 애정도 깊어지고 있다. 랍신은 “보쌈·삼겹살·불고기·제육볶음이 다 맛있다”고 일일이 언급할 만큼 한국 음식에 푹 빠져있다. 그는 지난해 평창 오대산 월정사에서 선물로 받은 염주를 “좋은 기운을 가져다준다”며 손목에 차고 시합에 나선다. 프롤리나는 틈날 때마다 애국가를 부르면서 평창올림픽에서의 힘찬 질주를 꿈꾼다. 프롤리나는 “금메달을 따 애국가를 부를 준비도 했다”고 말했다.
 
바이에슬론 국가대표인 러시아 귀화선수 안나 프롤리나, 티모페이 랍신. 평창=장진영 기자

바이에슬론 국가대표인 러시아 귀화선수 안나 프롤리나, 티모페이 랍신. 평창=장진영 기자

일부에선 평창올림픽이 끝난 뒤에 다시 러시아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말도 한다. 이에 대해 둘은 단호하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랍신은 “쇼트트랙의 빅토르 안(안현수)이 지금 러시아의 영웅이지 않는가. 나는 이번 올림픽이 끝나고 나서도 겨울올림픽에 두 번 더 나가고 싶다. 그래서 한국 바이애슬론에 기여하고, 훗날엔 어린 선수들을 위한 바이애슬론학교를 한국에 열고 싶다”고 말했다. 프롤리나는 “한국에서의 여러 활동을 위해선 한국어를 배우는 게 당연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두 사람은 해외에서 훈련, 대회 참가 등을 하면서 한국 동료들을 통해 틈틈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랍신은 “바이애슬론은 러시아에선 겨울스포츠 중에 가장 인기가 높다. 날씨·바람, 스키 실력에 따라 하나도 잘 못 맞으면 결코 1등 할 수 없다. 예측 불허인 재미있는 스포츠를 관심 있게 봐달라”고 말했다. 프롤리나도 “사격 한 발에 따라 누가 1등 할 지 알 수 없다. 한국의 겨울스포츠 중에서 바이애슬론이 가장 많은 인기를 얻을 때까지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
 
바이에슬론 국가대표인 러시아 귀화선수 티모페이 랍신(왼쪽)과 안나 프롤리나. 평창=장진영 기자

바이에슬론 국가대표인 러시아 귀화선수 티모페이 랍신(왼쪽)과 안나 프롤리나. 평창=장진영 기자

안나 프롤리나는 …
생년월일 | 1984년 1월 11일 (러시아 한티만시스크 출생)
체격조건 | 키 1m66㎝, 몸무게 63㎏
바이애슬론 시작 | 2001년
한국 귀화 | 2016년 3월
좋아하는 한국 음식 | 김밥
주요 이력 | 러시아 국가대표(2008~12년), 2010 밴쿠버 겨울올림픽 스프린트 4위
2017~18 시즌 주요 성적 | 4차 월드컵 추적 8위, 유럽선수권 스프린트 6위
평창올림픽 꿈 | 금메달을 따 애국가를 부르는 것
티모페이 랍신은 …
생년월일 | 1988년 2월 3일 (러시아 크라스노야르스크 출생)
체격조건 | 키 1m83㎝, 몸무게 73㎏
바이애슬론 시작 | 2008년
한국 귀화 | 2017년 2월
좋아하는 한국 음식 | 보쌈
주요 이력 | 러시아 국가대표(2008~16년), 월드컵 통산 6회 우승
2017~18 시즌 주요 성적 | 3차 월드컵 스프린트 8위, 스프린트 시즌 랭킹 9위
한국에서의 꿈 | 바이애슬론 학교 운영해 한국 선수 후진 양성
 
평창=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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