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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의 ‘센 언니들’, 슬로 라이프를 시작하다

‘일 잘하는 세련된 센 언니’.
 영화 포스터를 만드는 그래픽디자이너 김혜진(왼쪽) 대표와 패션 스타일리스트 출신 기획자 서은영 대표를 지난 1월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굿사마리안레시피에서 만났다. 장진영 기자

영화 포스터를 만드는 그래픽디자이너 김혜진(왼쪽) 대표와 패션 스타일리스트 출신 기획자 서은영 대표를 지난 1월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굿사마리안레시피에서 만났다. 장진영 기자

이 두 사람을 설명하는 데 이보다 더 좋은 말이 있을까. 패션잡지 기자였고 피겨 스타 김연아와 고소영·김아중 등 걸출한 여배우들의 스타일을 담당했던 스타일리스트를 거쳐 지금은 공간·브랜드 기획자가 된 서은영 대표(49·크리에이트베티)와 ‘박하사탕’ ‘집으로’ ‘나쁜남자’ 등 영화 포스터 제작자로 유명한 그래픽 디자이너 김혜진 대표(47·꽃피는 봄이 오면)의 이야기다. 2017년 12월 말 두 사람이 합심해 흥미로운 공간을 만들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주택가에 자리 잡은 ‘굿사마리안레시피’다. 레스토랑이면서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이고, 갤러리이면서 플라워숍인 동시에 또 농산물판매점인 곳. 이 공간을 통해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안하겠다는 두 사람을 직접 만났다.  
 
글=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사진=장진영 기자 artjang@joongang.co.kr  
 
굿사마리안레시피는 ㄷ자형으로 공간이 구성돼 있다. 음식과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중간에 있고, 한쪽 옆엔 라이프스타일 편집숍과 플라워숍이, 다른 한쪽에는 주방이 자리잡고 있다. 내부는 가구에서부터 소품 하나까지 나무, 돌, 천연섬유 등 자연에서 나온 소재로 만든 것만을 사용했다.

굿사마리안레시피는 ㄷ자형으로 공간이 구성돼 있다. 음식과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중간에 있고, 한쪽 옆엔 라이프스타일 편집숍과 플라워숍이, 다른 한쪽에는 주방이 자리잡고 있다. 내부는 가구에서부터 소품 하나까지 나무, 돌, 천연섬유 등 자연에서 나온 소재로 만든 것만을 사용했다.

지난 1월 29일 오후 두 사람을 만나기 위해 찾아간 굿사마리안레시피에는 손님들의 음식 테이블 옆으로 먹음직스러운 청송사과와 한라봉, 제주 성이시돌 목장에서 직송한 유기농 우유 등 신선식품과 현미·둥근마·꿀·올리브유 등 먹을거리가 보기 좋게 진열돼 있었다.  
음료를 내는 부스 앞에는 과일을 담아놓는 바구니를 걸어 아늑한 분위기를 냈다.

음료를 내는 부스 앞에는 과일을 담아놓는 바구니를 걸어 아늑한 분위기를 냈다.

제주에서 온 한라봉과 우유, 달기로 유명한 청송사과, 비트잼과 햇생강청 등 실제로 주방에서 요리에 사용하는 식재료 중 일부를 내놓고 판다.

제주에서 온 한라봉과 우유, 달기로 유명한 청송사과, 비트잼과 햇생강청 등 실제로 주방에서 요리에 사용하는 식재료 중 일부를 내놓고 판다.

일본, 튀니지, 홍콩,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직접 고르고 공수해온 리빙 소품들. 뒤쪽의 식물과 꽃이 있는 공간은 숍인숍 형태로 입점한 플로리스트 제나 제임스의 플라워숍이다.

일본, 튀니지, 홍콩,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직접 고르고 공수해온 리빙 소품들. 뒤쪽의 식물과 꽃이 있는 공간은 숍인숍 형태로 입점한 플로리스트 제나 제임스의 플라워숍이다.

ㄱ자로 구부러진 옆 공간에는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일본 공방에서 만든 그릇이며 특이한 모양의 포크·스푼, 북유럽풍 조명 등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리빙 소품들이 눈길을 끈다. 더 안쪽엔 푸른 식물들이 가득 차 있다. 업종을 한 단어로 정의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것들이 한 공간 안에 구성돼 있지만 콘셉트는 하나다.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모든 것’이다.  
 
어떻게 이런 공간을 만들게 됐나.
서은영(이하 서)  ‘우리 둘이 즐거운 일을 좀 해보자’는 이야기를 자주 나눴다. 그러다가 김 대표가 아이를 위해 만든 요리 사진을 보여줬는데, 건강한 식재료는 물론이고 그 모양새나 맛이 너무 훌륭했다. 이걸 다른 사람들에게도 소개하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결국 슬로 라이프를 지향하는 총체적인 공간이 됐다.
 
성공한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사업가로 바빴을 텐데, 원래 요리를 즐겼나.  
김혜진(이하 김)  몇 년 전 몸이 허약한 아이에게 건강한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이고 싶어 시작했다. 아이 입맛이 까다로워 보양이 되면서도 맛있는 요리를 하려다 보니 몸에 좋은 재료를 찾게 됐다. 조미료 없이도 맛을 낼 수 있는 식재료도 공부했다. 설탕 대신 양파·꿀·사탕수수원당을 넣고, 밀가루 대신 면역력을 키우는 데 좋은 통밀 가루로 국수를 만드는 식이다. 고유한 영양 성분을 가진 다양한 색의 채소와 과일도 활용했다. 그 모든 게 지금 굿사마리안레시피 요리의 근간이 됐다.  
 
굿사마리안레시피의 음식들. 닭가슴살, 해산물 같은 저지방 고단백 식재료를 기본으로 비트, 루꼴라, 시금치 등 야채를 곁들인 건강식을 기본으로 한다. [사진 굿사마리안레시피 인스타그램]

굿사마리안레시피의 음식들. 닭가슴살, 해산물 같은 저지방 고단백 식재료를 기본으로 비트, 루꼴라, 시금치 등 야채를 곁들인 건강식을 기본으로 한다. [사진 굿사마리안레시피 인스타그램]

3가지 재료를 갈아 만든 '비트 사과 레몬 주스'. [사진 굿사마리안레시피 인스타그램]

3가지 재료를 갈아 만든 '비트 사과 레몬 주스'. [사진 굿사마리안레시피 인스타그램]

상호명은 무슨 뜻인가.  
 성경에 나오는 ‘착한 사마리아인’을 말한다. ‘선한 이방인’ ‘남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미국 출장길에 우연히 LA에 있는 굿사마리안병원을 보고 ‘이런 이름을 가진 병원이라면 환자를 얼마나 소중하게 대할까’란 생각이 들더라. 우리 몸을 소중히 생각하는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겠다는 우리 콘셉트와 딱 맞았다.
 
둘의 인연은 15년 전 시작됐다. 영화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2003) 포스터 제작을 맡은 김 대표가 촬영에 필요한 패션 스타일링을 서 대표에게 의뢰했던 것. 당시 서 대표는 영화 주인공 배두나의 스타일링을 맡고 있었다. 이후 둘은 20여 편의 포스터 촬영을 함께했다.  
 
오랜 시간 함께 일했다. 통하는 게 있나 보다.
 일단 성격이 비슷하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고 일에 대한 집중도나 직설적인 화법도 같다. 혹자들은 이런 성격이 ‘드세다’ ‘어렵다’고 하지만, 오해가 생기지 않으니 힘들 일 없고 그래서 함께 일하는 게 편했다. 
  대기업과 일할 땐 아무리 좋은 의견을 내도 최종결정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게 제일 힘들었다. 그런 면에서 김 대표의 꼼꼼함과 속도감은 놀랍다. 소품을 사기 위해 출장을 가면 내가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호텔 방에 김 대표가 고른 물건들이 도착해 있다. 이미 많은 물건을 다 조사하고 준비해 놓은 것이다. 일이 잘 안 될 수가 없다.
 
음식뿐 아니라 여러 가지 물건이 많다.
  이곳은 단순한 레스토랑이 아니다. 건강한 슬로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는 공간이다. 요즘은 무엇이든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와 가심비(가격 대비 만족감)를 모두 만족시켜야 한다. 농부들이 정성들여 재배한 수확물 하나하나는 너무 훌륭하지만 ‘날 것’ 그대로 소비자에게 내놓을 순 없다. 날 것을 세련되게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수익도 나야 한다. 굿사마리안레시피가 내놓는 건강한 식재료를 쓴 적당한 가격대의 음식은 가성비를, 슬로 라이프가 느껴지는 인테리어와 물건들은 가심비를 잡는 요소들이다. 
 
서은영·김혜진 대표가 직접 발품팔아 찾아낸 식재료들은 요리에 쓰이는 것뿐 아니라 따로 포장해 판매한다. 장진영 기자

서은영·김혜진 대표가 직접 발품팔아 찾아낸 식재료들은 요리에 쓰이는 것뿐 아니라 따로 포장해 판매한다. 장진영 기자


굿사마리안레시피에서는 농산물의 이름과 스토리를 보기 좋게 풀어낸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나의 이야기로 풀어내는 이들의 재능에 처음엔 거래를 거절했던 농부들도 마음을 열고 물건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굿사마리안레시피에서는 농산물의 이름과 스토리를 보기 좋게 풀어낸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나의 이야기로 풀어내는 이들의 재능에 처음엔 거래를 거절했던 농부들도 마음을 열고 물건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분야의 일인데 어렵지 않나.
 말도 마라. 파주부터 제주도까지 대동여지도를 그릴만큼 전국을 돌아다녔다. 맛 좋은 멸치를 구하러 보길도까지 배를 타고 몇 시간을 들어갔다. 식재료를 찾고 나니 그 다음엔 생산자를 설득하는 게 어렵더라.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 조금씩 가져다 판다고 하니 물건을 안 주려고 했다. 우리 상품 디자인과 홍보 계획을 듣고 나서야 하나씩 풀렸다.  
 
앞으로 계획은.
  공간으로 슬로 라이프를 보여준 것에서 그치지 않고 농부·어부 등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해 줄 수 있는 새로운 방법들을 보여줄 계획이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의 라이프를 스타일링하는 개념이다.  
 
▶그들의 취향◀ 
 
-세련된 스타일과 좋은 안목으로 유명하다. 노하우가 있나.  =

 첫째는 호기심, 둘째는 연습이다.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이것과 저것을 함께 놓으면 예쁠까. 호기심을 가진 후에는 실제로 도전과 연습하는 과정이 있어야 좋은 스타일링이 나온다. 좋은 안목을 기르는 것 역시 똑같다.

뭐든지 보는 걸 좋아한다. 책·영화·그림 등 뭐든 가리지 않고 본다. 여행지에 가서도 쉬지 않고 돌아다니며 새로운 공간과 풍경을 보는 것을 즐긴다.  

 
-즐겨 찾는 SNS나 미디어 채널. =

 핀터레스트는 안목을 기르기 좋은 SNS다. 자신이 찍은 사진을 올리는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과 달리, 자신이 필요한 사진을 모아놓는 기능 위주라 다른 사람의 컬렉션을 통해 안목을 키울 수 있다.   

 SNS를 즐기진 않는 편이지만 몇 개의 인스타그램 계정은 일부러 찾아본다. 미국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버그도프굿맨 백화점’, 영국 ‘리버티백화점’, 지금은 온라인으로만 운영되고 있는 잡지 ‘라이프’다.  
 
-최근 읽고 있는 책. =

 요네하라 마리의 『미식견문록』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최근 성경책을 새로 마련했다. 이번엔 제대로 읽어 보려고 한다.    

 
-소중한 남자에게 작은 선물을 한다면. =

책.    

좋은 방한 아이템이고, 또 제일 쉽게 멋을 낼 수 있는 패션 아이템인 모자를 선택하겠다. 어떤 옷에도 잘 어울리는 모자 하나면 스타일이 확 살아난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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