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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too 원조, 문단 내 성추행 폭로한 시 '괴물'…그 내용은

'황해문화'에 실린 시 '괴물' (왼쪽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JTBC뉴스 캡처]

'황해문화'에 실린 시 '괴물' (왼쪽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JTBC뉴스 캡처]

2016년 문단 내 성폭력 행태를 고발한 문인들의 과거 작품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16년 김현 시인의 폭로로 문단 내 성폭력이 공론화된 바 있는 문학계는 미투의 원조로 여겨진다. 당시 10여 명의 가해자 실명이 공개됐고, 문단 내 권력을 이용한 성폭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크게 일었다.
 
최근 SNS에는 최영미 시인이 지난해 말 계간 문화지 '황해문화' 2017년 겨울호(97호)에 게재한 시 '괴물'이 공개됐다. 
최 시인은 작품 속에서 'En'이란 작가를 성추행을 일삼는 인물로 그리며 문단 내 성폭력 행태를 고발했다. 
 
이 시는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K의 충고를 깜박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Me too/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라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이어 "몇 년 뒤, 어느 출판사 망년회에서/옆에 앉은 유부녀 편집자를 주무르는 En을 보고,/내가 소리쳤다/"이 교활한 늙은이야!"/감히 삼십년 선배를 들이받고 나는 도망쳤다"는 내용이 담겼다.
 
네티즌들은 En으로 짐작되는 실존 시인의 실명을 거론하며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실제 최 시인은 지난해 4월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서른 잔치는 끝났다'로 문단 활동을 막 시작할 무렵 성희롱을 일삼는 한 원로 시인에게 '이 교활한 늙은이야'라고 소리쳤다가 문단 내 왕따가 됐다"고 밝힌 적이 있다. 
 
지난 4일 트위터에서 운영되고 있는 '문단_내_성폭력 아카이브'는 이 시 전문을 올리며 "문학이란 이름으로 입냄새 술냄새 담배 쩔은 내 풍기는 역겨운 입들. 계속해서 다양한 폭로와 논의와 담론이 나와야 한다. 적어도 처벌이나 사람들 눈이 무서워서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하도록. 최영미 시인님 고맙습니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또 '문단_내_성폭력 아카이브'에는 또 다른 중견 문인 김모씨에게 성폭행 피해를 당했다는 피해자의 폭로 글도 올라왔다.  
괴물
최영미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
 
K의 충고를 깜박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  
Me too  
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
 
몇 년 뒤, 어느 출판사 망년회에서  
옆에 앉은 유부녀 편집자를 주무르는 En을 보고,  
내가 소리쳤다  
"이 교활한 늙은이야!"  
감히 삼십년 선배를 들이박고 나는 도망쳤다
En이 내게 맥주잔이라도 던지면  
새로 산 검정색 조끼가 더러워질까봐  
코르자락 휘날리며 마포의 음식점을 나왔는데,  
 
100권의 시집을 펴낸  
"En은 수도꼭지야. 틀면 나오거든
그런데 그 물은 똥물이지 뭐니"
(우리끼리 있을 때) 그를 씹은 소설가 박 선생도 En의 몸집이 커져 괴물이 되자 입을 다물었다
 
자기들이 먹는 물이 똥물인지도 모르는  
불쌍한 대중들
 
노털상 후보로 En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En이 노털상을 받는 일이 정말 일어난다면,  
이 나라를 떠나야지
이런 더러운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아
 
괴물을 키운 뒤에 어떻게  
괴물을 잡아야 한다  
 
최영미, <황해문화>, 2017 겨울, 128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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