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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방생활도 바꿔놓은 패딩턴의 매너...전편 능가하는 호평

영화 '패딩턴2'. [사진=누리픽쳐스]

영화 '패딩턴2'. [사진=누리픽쳐스]

 ‘전편만한 속편은 없다’는 말은 역설적으로 전편을 능가하는 속편이 나올 때 빛을 발한다. 8일 개봉하는 영국산 가족영화 ‘패딩턴2’(감독 폴 킹)가 이런 경우다.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경계를 넘나드는 정교한 표현력, 이를 한 껏 활용한 극적인 전개는 성인 눈높이에도 충분히 매혹적이다. 페루의 숲에 살던 어린 곰이 나홀로 런던의 기차역을 맴돌다 ‘패딩턴’이란 이름을 얻고 평범한 영국 가족 브라운네 식구가 되는 1편을 못 봤다 해도 쉽게 따라갈 수 있는 내용이란 것 역시 강점이다.   
 2편은 어느덧 영국 생활에 익숙해진 패딩턴이 고향에 있는 루시 숙모의 100세 생일을 앞두고 완벽한 선물을 구하려 하는 이야기다. 마침 동네 골동품점에서 발견한 건 독특한 그림책,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종이로 만든 런던의 명소 모형이 입체적으로 펼쳐지는 팝업북이다. 평생 영국 방문을 꿈꿔온 숙모에게는 최적의 선물 같다.  
영화 '패딩턴2'. [사진=누리픽쳐스]

영화 '패딩턴2'. [사진=누리픽쳐스]

 문제는 오래 전 단 한 권만 수제로 제작된 책이라 비교적 비싸다는 것. 팝업북을 사기 위해 패딩턴은 난생 처음 구직 전선에 나서 한 푼 두 푼 돈을 모으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날, 골동품점에 도둑이 침입하는 걸 목격하고 뒤를 쫓다가 도둑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된다.
영화 '패딩턴2'. [사진=누리픽쳐스]

영화 '패딩턴2'. [사진=누리픽쳐스]

 패딩턴은 파란 더플코트에 빨간 모자를 쓴 생김새만 매력적인 게 아니다. 곰이라고 해도 언어 구사는 완벽한데 비언어적 뉘앙스, 예컨대 상대의 말에 숨겨진 음흉한 의도나 위협 같은 것에는 지독히 둔감하다. 이런 순진함과 더불어 어릴 적 숙모의 가르침대로, 상대에게 매너있고 친절하게 대하면 상대도 그럴 것이라고 믿는 선량함이야말로 두드러진 특징이다. 험상궂은 인간 죄수들 틈에서 버텨낼 수 있을까 걱정도 잠깐, 패딩턴의 정직한 매너는 감방생활에도 통한다. 다른 죄수들에게 형편없는 음식을 강요하던 죄수 요리사 너클스(브렌단 글리슨 분)와 메뉴마저 달라지게 한다.  
영화 '패딩턴2'. [사진=누리픽쳐스]

영화 '패딩턴2'. [사진=누리픽쳐스]

 브라운 가족이 사는 동네에서 벌어지는 초반 서커스 축제 장면, 증기기관차와 구식 기계장치를 이용한 후반 추격전 등은 물론이고 패딩턴의 감방생활도 유쾌한 동화같은 분위기가 물씬하다. 세탁 담당인 패딩턴의 실수로 우락부락한 죄수들이 핑크빛 차림이 되는 장면은 웨스 앤더슨 감독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같은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최고의 장면을 꼽는다면 패딩턴이 상상 속에서 숙모와 함께 팝업북 속 런던을 누비는 모습. 종이의 질감과 평면성, 책장을 넘기는 느낌을 고스란히 살려 스크린에 말그대로 움직이는 동화책을 펼쳐낸다.    
 왕년에 로맨틱 코미디를 주름잡았던 배우 휴 그랜트를 악역으로 활용하는 것도 묘미다. 한때 스캔들로 비호감이 됐던 미남, 이제 환갑을 눈앞에 둔 이 배우는 영화 속에도 배우로 나온다. 자기애로 점철된 퇴물 배우이자 겉은 점잖고 속은 교활한 피닉스는 패딩턴에게 누명을 씌운 장본인이다. 밉상 캐릭터를 능청스레 연기하는 휴 그랜트의 모습은 그에게 잠시 비호감을 품었던 관객의 마음도 녹일 만하다.    
영화 '패딩턴2'. [사진=누리픽쳐스]

영화 '패딩턴2'. [사진=누리픽쳐스]

 세상 어떤 먹거리보다 마말레이드를 좋아하는 패딩턴은 영국 작가 마이클 본드(1926~2017)가 1958년 펴낸 동화 ‘패딩턴이라 불리는 곰’을 통해 탄생했다. 평생에 걸쳐 패딩턴 시리즈를 펴낸 본드는 지난해 91세로 세상을 떠나기에 앞서 ‘패딩턴’ 1편에 카메오로 출연하기도 했다. ‘패딩턴2’는 원작의 특정 에피소드를 곧이곧대로 옮기는 대신 1편부터 연출·각본을 맡고 있는 폴 킹 감독과 1·2편에 조연으로 잠시 나오는 배우 겸 작가 사이몬 파너비가 새로 쓴 시나리오에 바탕했다. 브라운 가족과 이웃들이 생김새부터 이질적인 패딩턴을 공동체의 일원으로 소중히 하는 모습은 이방인이 넘쳐나는 지금 시대를 위한 우화로 보이기도 한다.  
영화 '패딩턴2'. [사진=누리픽쳐스]

영화 '패딩턴2'. [사진=누리픽쳐스]

 '패딩턴2'는 미국 비평사이트 라튼토마토에서 신선도 지수 100%를 기록한 것도 화제다. 이 사이트가 조사해 모은 180편 가량의 비평이 하나같이 긍정적 평가란 얘기다. 2월 중순 열릴 영국 아카데미상(BAFTA) 시상식에는 작품상, 각색상, 휴 그랜트의 남우조연상 등 3개 부문 후보로 올랐다. 영화의 마지막, 본편이 끝나도 바로 자리를 뜨기는 힘들다. 자막과 함께 휴 그랜트, 아니 극중 배우 피닉스의 멋진 공연 장면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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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