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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0명 입원한 병원에 웬 화덕피자집?” 병원 내 영업용 식당 안전성 논란

지난 3일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에 대한 정민 감식 결과 병원 내 화덕피자집이 발화지점으로 지목됐다. [뉴시스, 중앙포토]

지난 3일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에 대한 정민 감식 결과 병원 내 화덕피자집이 발화지점으로 지목됐다. [뉴시스, 중앙포토]

지난 3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발생한 화재의 원인이 밝혀지며 병원 구내식당 안전성 논란이 제기됐다. 화재 현장에 대한 정밀 감식 결과 병원 본관 3층 푸드코트 화덕 피자집이 발화지점으로 지목됐다. 경찰에 따르면 피자가게의 화덕에서 발생한 불씨가 환기구(덕트) 내부로 유입돼 이곳에 쌓인 기름찌꺼기에 불이 붙었다.  
 
병원 측의 빠른 대처와 잘 갖춰진 소방 시설 덕분에 발생 2시간 만에 불길이 잡히고, 사상자도 없었지만 300여 명의 환자가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2400여 명의 환자가 입원한 초대형병원에서 벌어진 화재 사건에 전 국민이 가슴을 졸였다.    
3일 오전 7시59분쯤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본관 3층 푸드코트에서 불이나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진화했다. 소방대원들이 새까맣게 타버린 화재현장을 감식하고 있다. 현재까지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2018.2.3/뉴스1

3일 오전 7시59분쯤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본관 3층 푸드코트에서 불이나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진화했다. 소방대원들이 새까맣게 타버린 화재현장을 감식하고 있다. 현재까지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2018.2.3/뉴스1

 
신촌 세브란스 병원 본관에는 화덕 피자집 외에도 쌀국수 전문점ㆍ수제버거 집 등 11개의 식당이 입점해 있다. 외식ㆍ급식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대기업 ‘아워홈’에 병원 식당가를 위탁해 운영하고 있다. 이 병원의 하루 외래 환자는 1만 명, 유동인구는 2만 명이 넘는다. 병원 관계자는 “외부 식당까지 거리가 멀어서 식당ㆍ카페 같은 편의시설을 둘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른 대형 병원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중앙일보가 서울 5대 대형병원 내 구내식당 현황을 점검해봤더니 5곳 모두 환자가 입원하는 건물에 구내식당을 운영하고 있었다. 서울아산병원은 병원 동관 지하 1층에 한식당ㆍ중식당ㆍ일식당과 푸드코트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병원 본관 지하 1층에 한식당과 한식ㆍ중식ㆍ양식을 파는 푸드코트가 들어와 있다. 서울대병원은 본관 13층에 1곳, 서울성모병원은 본관 지하 1층 식당가에 푸드코트와 식당 4개를 두고 있다.    
 
세브란스ㆍ서울성모병원 같은 학교법인은 수익사업에 제한이 없기 때문에 병원 내 일반 식당 등 부대시설을 얼마든지 둘 수 있다. 삼성서울(사회복지법인), 서울아산(재단법인), 서울대(특수법인)도 마찬가지다. 길병원등 의료법인은 과거에는 수익사업을 할 수 없었으나 2007년 법이 개정되며 식당 운영이 가능해졌다.
 
500도 넘는 고열 뿜는 화덕이 2400명 입원한 병원에... 
 
환자와 보호자, 방문객을 위한 식당, 카페 등 편의시설을 병원 내에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화덕처럼 위험한 시설을 스스로 대피하기 힘든 환자들이 많은 병원에 두는 건 우려스럽다”는 입장이다.
국과수 등 합동감식반이 4일 서울 세브란스 병원 화재 현장을 감식했다. 국과수 직원이 발화점인 피자 가게 화덕을 살펴보고 있다.

국과수 등 합동감식반이 4일 서울 세브란스 병원 화재 현장을 감식했다. 국과수 직원이 발화점인 피자 가게 화덕을 살펴보고 있다.

 
보통 화덕 피자 전문점에서 사용하는 실내 화덕은 500도 가까운 열기를 뿜어낸다. 그래서 소방기본법 시행령은 실내에 화덕을 설치하는 경우 흙바닥 또는 금속 외의 불연재료로 된 바닥에 설치해야 하고, 주변 벽ㆍ천장을 불연 재료로 마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병원 설계 전문가인 권순정 아주대 건축학부 교수는 “병원 내 식당을 없앨 수는 없지만, 화덕 등 열기를 머금고 있는 시설은 제한적으로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주방 환기구에 쌓인 기름찌꺼기도 발화 원인 
 
 또 다른 화재 원인인 주방 환기구 기름찌꺼기에 대해서도 현재는 별다른 기준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현재는 식당에서 자율적으로 청소하게 돼있다. 기름찌꺼기가 얼마나 쌓이든 그냥 둘 수 있다.
 
주방 환기구 청소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를 운영하는 김영민(52) 씨는 “최근 서울의 한 공공병원 구내식당 환기구를 청소했는데 기름이 후드(환기구 입구) 아래로 줄줄 흘러내릴 정도였다”며 “그 정도면 이미 관 내부에는 기름이 잔뜩 쌓였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방재안전관리 권위자인 연세대 조원철 명예교수(토목공학과)는 “주방 환기구 후드에 기름 성분이 많이 쌓여있다면 불씨가 아닌 뜨거운 열만 가해도 불이 붙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 교수는 “최소 6개월에 한 번은 점검하고 청소를 하도록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공공병원 내 식당 환풍구에 쌓인 기름때 [청소전문업체 미르엔]

서울의 한 공공병원 내 식당 환풍구에 쌓인 기름때 [청소전문업체 미르엔]

 
권순정 교수는 “식당을 둔 병원은 방재 시설을 좀 더 강화해야 한다”라며 “스프링클러ㆍ방염 자재와 연기배출설비를 갖추고, 방화문을 닫으면 병동 간에 연기와 불이 번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화재를 계기로 병원 내 식당 안전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이달 시작 예정인 안전 대진단 때 병원 구내식당을 포함해 전반적인  안전 점검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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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