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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입춘 시작 시간 기록한 책력의 비밀

기자
송의호 사진 송의호
송의호의 온고지신 우리문화(16)
대구시 달성군 화원읍 ‘남평문씨 세거지’의 대문에 붙여진 입춘첩. [사진 송의호]

대구시 달성군 화원읍 ‘남평문씨 세거지’의 대문에 붙여진 입춘첩. [사진 송의호]

 
지난 2월 4일은 입춘(立春)이었다. 봄의 시작이다. 이날 혹한이 맹위를 떨쳤다. 전날 한강은 꽁꽁 얼어붙었고 평창 올림픽 개막을 앞둔 대관령은 체감기온이 영하 26도까지 뚝 떨어졌다. 입춘 날 새벽 전북 부안에는 14㎝ 폭설이 내렸다.
 
입춘은 한자가 ‘입춘(入春)’ 아닌 ‘입춘(立春)’으로 쓴다. 양(陽)의 기운이 활발해진다는 뜻이 담겨 있다. 추위가 매서워도 입춘이면 양기가 생성되는 것이다.
 
그 시작은 언제일까. 올해는 이달 4일 오전 6시 28분이었다. 입절(入節)이라 한다. 필자는 그날 입절 시간에 맞춰 입춘첩(立春帖)을 아파트 현관에 붙였다. 해마다 어른은 입춘을 앞두고 복(福)을 부르는 글귀를 분가한 자식들에게 써서 보낸다.
 
 
아파트 현관에 붙여진 입춘첩. [사진 송의호]

아파트 현관에 붙여진 입춘첩. [사진 송의호]

 
『동국세시기』에 예시 문구가 나온다. 가장 익숙한 글귀는 ‘立春大吉(입춘대길) 建陽多慶(건양다경)’이지만 해마다 달리 쓰기도 한다. 올해 어른은 ‘鷄鳴新歲德(계명신세덕, 닭이 울면서 덕은 새해로 들어오고) 犬吠舊年灾(견폐구년재, 개가 짖으면서 재앙은 지난해로 사라진다)’를 선택했다.


 
입춘첩은 절입 시간에 붙여야
입춘첩은 절입 시간에 맞춰 붙여야 효험이 있다는 게 속설이다. 그러면 절입 시간은 어떻게 정해지는 걸까. 한국천문연구원이 발표한다. 입춘은 해마다 양력으로 2월 4일께다. 지난해도 2월 4일이었다. 그러나 입춘이 시작되는 절입 시간은 해마다 바뀐다. 발표된 절입 시간은 책력(冊曆)에 실려 있다.
 
 
2018년 책력의 표지. [사진 송의호]

2018년 책력의 표지. [사진 송의호]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게 있다. 신문 기사의 성급함 내지 오류다. 한겨레신문은 올해도 3일자 10면에 국립민속박물관 오촌댁의 입춘첩 붙이는 사진을 실었다. 입춘보다 이틀이나 앞서서다. 이걸 보면 많은 독자는 첩을 붙이는 세시풍속이 입춘을 앞두고 하는 것쯤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심지어는 절입 시간을 아는지 모르는지 향교‧민속촌 등지에도 입춘 한참 전에 첩이 벌써 붙어 있다. 복을 부르는 좋은 풍속은 기왕이면 본래대로 대물림되었으면 한다. 
 
붙이는 장소는 집안으로 복이 들어올 수 있는 대문이나 현관이면 무난하다. 대문에 붙인 입춘첩은 사시사철 붙여 놓았다가 이듬해 입춘 때 그 위에 새로 덧붙여진다.
 
 
책력에 적힌 입춘의 입절 시간. 올해 입춘은 오전 6시28분에 시작됐다. [사진 송의호]

책력에 적힌 입춘의 입절 시간. 올해 입춘은 오전 6시28분에 시작됐다. [사진 송의호]

 
입춘은 24절기의 첫 번째 절기다. 절기는 태양의 황경(黃經, 태양의 하늘 위치)에 맞춰 1년을 15일 정도 간격으로 24등분해 계절을 구분한 것이다. 양력을 쓴다. 태양이 황경 315도에 왔을 때가 입춘이다. 대한과 우수 사이에 있다. 24절기와 각 절기의 입절 시간 도출은 고도의 천문학이다. 그걸 세세히 적어 놓은 게 책력이다. 
 
이동후(80) 도산우리예절원 명예원장은 “조상들은 그 책력을 참고해 혼인 등의 좋은 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입춘 절기 하나에도 과학과 전래 미풍양속이 버무려져 있다고나 할까.
 
한파 속에도 봄의 기운은 잉태된다. 이번 겨울은 유난히 추워 입춘이 더욱 반가웠다. 평창 올림픽 개막일도 다행히 입춘을 지난 9일이다.
 
송의호 대구한의대 교수‧중앙일보 객원기자 yeeho12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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