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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라의 명마 '블라디미르', 이재용 부회장 집행유예 근거 된 이유는

독일에 있을 당시 말에 올라탄 정유라씨. [중앙포토]

독일에 있을 당시 말에 올라탄 정유라씨. [중앙포토]

 
지난 5일 이재용(50)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 항소심에서 이 부회장이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결정적 근거는 바로 명마(名馬)였다. 살시도ㆍ비타나ㆍ라우싱, 그리고 2016년 9월 뒤늦게 등장한 블라디미르, 이 부회장 사건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변호인단이 쟁점을 벌였던 명마의 이름이다. 
 
삼성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원활하게 할 목적으로 최순실(63·구속)씨의 딸 정유라(23)씨에게 말을 뇌물로 건넸다는 것이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1심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법조계 안팎에선 독일에서 탄 첫 번째 7억원 짜리 명마 ‘살시도’가 이 부회장의 실형 여부를 가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특히 2016년 9월 정유라씨가 기존에 타던 말과 맞바꾼 ‘블라디미르’는 승마 선수들 사이에서 이른바 '레전드 급 명마'로 불린다. 가격만 30억 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라디미르는 스웨덴 대표로 두 차례 그랑프리 대회에 출전했다. 승마 선수들끼린 블라디미르가 워낙 유명해 이 말이 누구 소유로 바뀌었는지가 기사가 될 정도다. 한 승마 코치는 "승마인들에게 말의 스펙은 대단히 중요해서 경주대회에 나가는 자동차에 비유될 정도"라며 "블라디미르는 포르셰·페라리 같은 명품 스포츠카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30억 원 수준인 수퍼카 '부가티'에 비유할 수 있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2월 이 부회장 기소 이전부터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삼성이 증거 인멸을 목적으로 이른바 '말 바꾸기'를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삼성은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이후 최순실에 대해 추가 우회지원을 한 바 없으며 블라디미르 구입에도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살시도·비타나는 삼성이 대여해 준 것이 맞지만, 블라디미르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삼성 측 주요 논거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특검팀 대신 삼성 측 변호인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로 인해 삼성의 뇌물공여 액수는 총 72억9427만원에서 36억3484만원까지 줄어들었다. 각종 부대지원에 따른 용역 대금과 ‘명마의 가격’ 대신 ‘무상 사용료’만 뇌물로 인정한 셈이다.  
 
 
독일인 말 중개업자 안드레아스 헬그스트란트씨 역시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정유라씨에게 말을 건넨 헬그스트란트씨는 “말의 소유권은 삼성에 있다”는 취지의 문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김한규 전 서울변호사회장은 “정유라씨가 탄 말을 비롯해 삼성의 묵시적 청탁 논리를 항소심 재판부가 인정하지 않으면서 제3자뇌물죄로 기소된 영재센터 지원까지 무죄가 선고됐다”며 “향후 상고심에서도 이 부회장 측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단체전에 출전한 정유라씨(당시 이름 정유연)가 경기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단체전에 출전한 정유라씨(당시 이름 정유연)가 경기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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