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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석 “억장 무너져”…작품 훼손 논란 휩싸인 평창조직위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을 나흘 앞둔 5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 선수촌에 휴전벽이 모습을 드러냈다. [연합뉴스]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을 나흘 앞둔 5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 선수촌에 휴전벽이 모습을 드러냈다. [연합뉴스]

디자이너 이제석씨가 자신의 작품을 사전협의 없이 바꾼 평창겨울올림픽조직위원회(위원장 이희범)를 향해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조직위가 5일 평창선수촌에서 주최한 휴전벽 제막식에는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 이엑푸르 비엘 유엔난민기구(UNHCR) 서포터, 도종환 문체부 장관, 이희범 조직위원장, 장웅 북한 IOC 위원 등이 참석했다.
 
‘평화의 다리 만들기(Building Bridges)’로 이름 붙여진 평창올림픽 휴전벽은 높이 3m, 너비 6.5m의 수직 콘크리트 벽이 수평으로 구부러져 다리가 되는 형상을 하고 있으며, 이씨가 디자인과 제작을 맡았다.
 
‘벽이 아닌 다리를 만들어라(Build Bridge Not Wall)’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평화의 메시지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이씨는 당초 작품명으로 ‘벽에서 다리로(Barriers to Bridges)’와 ‘벽이 아닌 다리 만들기(Build Bridges Not Walls)’를 원했다고 한다.
 
그러나 제막 행사를 본 이씨는 작품명이 바뀐 것은 물론, 조형물의 원형에는 없었던 장식들이 벽면에 그려져 있었다며 속상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공개된 휴전벽에는 오륜기와 평화의 상징물 등이 형형색색의 스프레이 페인트로 가득 그려져 있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을 나흘 앞둔 5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 선수촌에 휴전벽이 모습을 드러냈다. [연합뉴스]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을 나흘 앞둔 5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 선수촌에 휴전벽이 모습을 드러냈다. [연합뉴스]

 
이씨는 이날 자신의 입장을 담은 이메일을 통해 “오늘 공개된 조형물을 보자마자 억장이 무너지는 마음이 들었다”며 “원래 계획은 작품 공개 후에 원하는 선수들이나 주요 관계자의 의사에 따라 벽에 원하는 메시지를 쓰는 것은 허용되었지만, 이것도 작품을 공식적으로 공개한 후에 하기로 협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단순히 작가에 대한 모욕이기도 하지만 국제적인 공신력을 가진 조직이 취해야 할 바람직한 진행 상황이 아니라고 보이지 않는다”며 “작가와의 협의 없이 조직위 측에서 마음대로 스프레이 칠을 하는 바람에 본래의 뜻이 전혀 전달되지 않았고, 저는 이 작품이 제가 원하는 바대로 완성되지 않았기에 저는 이 작품이 훼손되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조직위 측은 “행사장에 바람이 강하게 불어 현장에서 스프레이를 뿌리기에는 무리가 있었다”며 “이제석 대표와 상의하지 않고 스프레이칠 순서를 바꾼 것이 맞다. 그 점은 유감스럽다”고 잘못을 시인했다. 이에 대해 이씨는 6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창작물이 침해된 것은 유감이지만, 더는 조직위를 문책하고 싶지 않다”며 “남은 패럴림픽만큼은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휴전벽 원형. [사진 디자이너 이제석 제공]

휴전벽 원형. [사진 디자이너 이제석 제공]

 
또 작품명이 변경된 것과 관련해 “사전에 조직위로부터 이 사실을 전달받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문구를 수정하지 않으면 (휴전벽을) 설치하지 않겠다는 식으로 조직위에 알려왔다고 한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동의했다”며 “평창올림픽이 우리 행사인 만큼 조직위가 주도권을 가지고 행사를 잘 마무리하기를 바랄 뿐”이라고 전했다.  
  
올림픽 휴전벽은 대회 기간 인류가 전쟁을 멈추고 대화와 화해를 통해 평화를 추구하는 올림픽 휴전 정신을 구체화하고자 2006 토리노 올림픽부터 선수촌에 설치됐다. 대회가 종료되면 평창 올림픽플라자와 강릉 올림픽파크에 전시돼 이번 대회를 기념하고 올림픽 휴전 정신을 기리는 유산으로 남게 된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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