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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한 외교관 김영남이 맡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는

9일 북한 고위급 대표단을 이끌고 방한할 예정인 김영남(90)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정통 외교관 출신이다.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한 뒤 모스크바 대학에서 외교학을 전공했다. 노동당 국제부와 외무성을 오가며 북한의 대외 전략 수립과 외교무대에서 활동한 인물이다. 당 국제부장과 외교부장(현 외무상)뿐만 아니라 1989년엔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 시절 남북기본합의서 채택과정을 옆에서 지켜봤다. 외교와 남북관계를 모두 경험한 인물인 셈이다.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지난해 8월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이란대통령실]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지난해 8월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이란대통령실]

 
그는 김일성 사망(1994년) 이후 1998년 국가기구 개편 때 국가수반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맡았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에 걸쳐 고위직을 이어가는 몇 안 되는 인물로, 만 20년째 ‘헌법상’ 국가수반을 맡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3대에 걸쳐 최고위직을 이어가고 있다는 건 능력이라기보다는 처세술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2002년과 2005년 평양에서 그를 만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인자한 할아버지라는 느낌"이라며 "(2002년 10월) 북핵 문제가 불거진 직후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북한이 내세웠던 논리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으려 조심하는 듯한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98년 헌법을 개정하며 기존 행정부(정무원) 상위기관인 중앙인민위원회와 의회인 최고인민회의 상설회의 일부 권한을 합쳐 신설한 조직이다. 이에 대해 북한은 "최고인민회의(국회 격) 휴회 중 최고주권기관"(헌법 112조)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 헌법 117조는 "상임위원장은  국가를 대표하며 다른 나라 사신의 신임장이나 소환장을 접수하는 역할"로 적시했다. 이를 근거로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김대중 대통령에게 김영남 위원장과 회담을 하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북한은 각종 행사 때 김정은 노동당 부위원장에 이어 김영남 위원장을 의전서열 2위로 대우하고 있다.
 
상임위원회는 또 각종 법이나 규정의 수정보충안을 심의 채택하고, ▶국가 예산 조정 ▶내각 위원회나 성(행정부처) 신설과 폐지 ▶행정부 인사와 중앙재판소(대법원) 판사 임명ㆍ해임 ▶외국과 조약 비준 폐기도 담당한다. 행정구역 조정이나 대사권 행사, 다른 나라 국회ㆍ국제의회 기구 등과의 대외 사업도 상임위의 몫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당 우위의 국가여서 노동당 정치국 결정이 가장 권위가 높다"며 "당이 결정하면 행정부와 입법부에서 심의하고 추진하는 역할을 상임위가 한다"고 말했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5일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북한의 헌법상 국가를 대표하는 자격으로 정상외교를 담당해 왔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실제 권력은 최용해 당 부위원장등 김정은 주변에 포진해 있는 당 고위직에 비해 못하다는 게 북한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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