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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호의 시시각각] 코피 전략이 유독 위험한 까닭

남정호 논설위원

남정호 논설위원

그간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설이 돌아도 나는 담담할 수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말 폭탄을 쏟아내도 북한의 핵 시설을 때려 부수는 ‘예방적 타격’은 허풍임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어떤 첨단무기로도 지하 벙커 속 핵미사일을 깡그리 없앨 순 없다. 한 발이라도 남으면 미국인 수십만 명의 희생을 각오해야 한다. 아무리 트럼프라도 선방을 날릴 턱이 없다는 게 나의 결론이었다.
 
하지만 요즘 불거진 ‘코피 전략’ 논리를 듣고는 오싹해졌다. 트럼프가 이 전략의 바탕에 깔린 가정을 과신해 실제 공격에 나설 가능성이 짙어진 탓이다. 코피 전략의 핵심은 전면전으로 비화되지 않을 수준에서 정밀하게 공격해 미국의 힘을 보여 주는 것이다. 잘만 하면 별 인명 피해 없이 북한의 도발을 막을 것으로 미 강경파들은 낙관한다.
 
코피 전략이 추진되면 군사시설 대신 상징적 건축물이 타깃이 될 공산이 크다. 50년 전 나포돼 평양 강변에 전시 중인 미 군함 푸에블로호, 대동강 철교, 김일성 동상 등이 거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코피 전략의 부상에는 1976년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 때의 성공담도 한몫했을 가능성이 크다. 당시 미루나무 가지치기를 놓고 북한군과의 시비 끝에 미국 장교 2명이 살해되자 격분한 포드 행정부는 북폭까지 검토했다. 하지만 3차대전 위험이 발목을 잡아 압도적 군사력으로 겁을 주자는 쪽으로 방향이 결정됐다. 즉각 F-111 전투기 20대가 미 본토에서 날아왔으며 한반도 상공에는 F-4 전투기 24대와 B-52 폭격기 3대가 떴다. 동해에는 함재기 65대를 실은 항공모함 미드웨이 호가 출동했다. 이런 공포 분위기 속에서 미군은 문제의 미루나무를 베어 버렸다. 여차하면 평양을 공습할 기세였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포함된 특전사 요원들도 현장에 투입돼 북한군 초소 3개를 때려 부쉈다. 그런데도 북한은 끽소리도 못한 채 김일성 명의의 유감 성명을 발표해야 했다.
 
하지만 40여 년 전 통했다고 이번에도 먹힐 것으로 믿으면 큰 오산이다. 코피 전략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여러 조건이 맞아야 한다. 첫째, 김정은이 합리적으로 사고할 것. 둘째, 북한이 미군의 공격을 위협용으로 받아들일 것. 끝으로 북한 측의 군사적 대응이 일절 없을 것 등이다.
 
이런 가정들이 죄다 충족되긴 힘들다. 미제 침략을 막을 핵이 생겼다고 큰소리친 김정은이다. 아무리 반격하지 않는 게 합리적인 판단이라도 그로서는 당하기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난달 30일 동아시아 전문가인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수석부소장이 상원 청문회에 나와 “(선제공격이 이뤄지면) 김정은은 반격할 수밖에 없다고 대부분의 북한 전문가들은 본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상징적 공격에 그치려는 미국의 참뜻을 북한이 제대로 받아들일지도 의문이다. 예컨대 미국이 코피 전략 차원에서 대동강 철교를 파괴했다고 치자. 북한은 이를 전면전의 개막으로 여기고 총반격에 나설 가능성도 충분하다.
 
북한이 2010년 연평도 포격 때처럼 제한적 반격에 나서도 고민이다. 미국으로서는 대규모 재반격에 나설 수도, 비긴 셈 치고 공격을 멈추기도 힘들다. 결국 불확실한 가정에 기댄 코피 전략은 전면전이라는 뜻밖의 비극을 낳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위험천만한 도박을 막으려면 우리에게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힘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은 한국이 미국의 믿을 만한 동맹이란 확신을 주는 길밖에 없다.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의 욕심 하나로 북한에 대해 저자세로 일관하는 한 치명적인 코피 전략을 막을 힘은 점점 사라진다. 
 
남정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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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