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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피겨 페어, 눈 마주치면 싱글벙글 “분위기 좋았습네다”

피겨스케이팅 페어 종목에 출전하는 한국의 감강찬-김규은 조(앞)가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을 나흘 앞둔 5일 오후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북한의 김주식-염대옥 조와 함께 훈련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피겨스케이팅 페어 종목에 출전하는 한국의 감강찬-김규은 조(앞)가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을 나흘 앞둔 5일 오후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북한의 김주식-염대옥 조와 함께 훈련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한국 피겨스케이팅 페어 국가대표 김규은(19·여)과 감강찬(23)이 5일 북한 페어 대표 염대옥(19·여)과 김주식(26·이상 대성산체육단)을 만났다. 평창올림픽 개막을 나흘 앞두고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남북 선수들이 해후한 것이다. 남북한 4명의 선수는 이날 오후 3시부터 아이스아레나 지하 1층에 있는 연습링크에서 40분가량 함께 훈련했다. 남북한 피겨 선수가 올림픽이 열리는 경기장에서 처음 만난다는 소식에 한국은 물론 미국·일본·중국 등 50여 명의 외신기자가 몰려들었다.
 

해외서 김치 나눠 먹으며 친해져
 
김규은-감강찬 조는 염대옥-김주식 조의 옆에 짐을 푼 뒤 스케이트화를 신고 링크로 들어갔다. 각각 훈련에 열중하면서도 틈날 때마다 눈을 마주치면서 미소를 지었다. 정해진 훈련시간을 마치자 염대옥-김주식 조는 먼저 링크를 빠져나갔다. 믹스트존(취재공동구역)을 지나가던 김주식은 한국 선수들과 만난 기분을 묻는 질문에 “분위기 좋았습네다”며 미소 지었다.
 
잠시 후 링크를 빠져나온 한국의 김규은과 감강찬도 밝은 표정이었다. 감강찬은 “얼음의 질이 좋아 연습을 잘할 수 있었다. 주식이 형과 눈을 마주칠 때마다 서로 씩 웃었다”고 말했다. 김규은은 “주식이 오빠와 대옥이가 좀 떨어진 곳에서 몸을 풀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없었다. 대옥이 생일(2월 2일) 선물을 가져왔는데 아직 주지 못했다. 이제 만나러 가서 선물을 건네주려 한다”고 했다.
 

작년 캐나다서 훈련 “평창서 만나자”
 
김규은이 동갑내기 북한 피겨 선수 염대옥을 위해 손수 준비한 선물. [사진 김규은]

김규은이 동갑내기 북한 피겨 선수 염대옥을 위해 손수 준비한 선물. [사진 김규은]

김규은은 지난 4일 강릉선수촌에 들어오기 전 서울 홍대입구에서 염대옥을 위해 화장품 쇼핑을 했다. 10~20대 여성들이 좋아하는 화장품 브랜드의 신상 립스틱과 아이섀도, 마스크팩 등으로 종합선물세트를 준비했다. 전국적인 한파로 강릉 지역의 체감온도가 영하 10도까지 떨어졌다는 소식을 듣곤 핫팩도 여러 개 챙겼다. 깜찍하고 귀여운 캐릭터가 박힌 양말도 넣었다.
 
김규은의 정성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화장품을 하나씩 포장한 뒤 리본으로 묶었다. 그리고 물건마다 ‘얼굴에 붙이는 팩. 붙이고 20분 뒤 떼어 낼 것’ ‘붙이는 핫팩’ 등 포스트잇에 세세하게 설명까지 써서 붙였다. 김규은의 어머니 손정남씨는 “혹시 화장품을 북한으로 가져가지 못할까 봐 강릉에 머물면서 쓸 만한 화장품과 핫팩 등 작은 선물을 준비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규은과 염대옥은 동갑내기 친구이기도 하다. 지난해 6월부터 8월까지 두 달간 캐나다에서 함께 훈련하면서 친해졌다. 김규은과 감강찬은 2016년부터 브루노 마코트(캐나다) 코치의 지도를 받았다. 염대옥과 김주식은 지난해 여름 몬트리올에 건너가 마코트 코치에게서 사사했다. 당시 외국생활과 영어에 서툰 염대옥과 김주식을 도와준 건 한국의 김규은과 감강찬이었다.
 

김규은, 홍대앞서 “대옥이 선물” 쇼핑
 
피겨 페어 국가대표

피겨 페어 국가대표

김규은은 “대옥이, 주식이 오빠와 김밥과 김치를 나눠 먹으며 친해졌다”며 “아무래도 동갑인 대옥이와 더 친해졌다. 대옥이가 ‘오늘 기분 어때?’ ‘오늘은 뭐했니?’ 등 간단한 영어 문장을 물어봐 가르쳐 줬다”고 했다. 4명의 선수는 캐나다에서 “평창올림픽에서 꼭 만나자”고 약속했다.
 
그 약속을 지키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염대옥-김주식 조는 지난해 9월 독일 네벨혼 트로피 대회에서 6위에 올라 자력으로 평창행 티켓을 땄지만 정식으로 참가 신청을 하지 않아 출전권을 박탈당했다. 하지만 북한이 지난달 초 평창올림픽 출전을 결정하면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와일드카드를 받아 올림픽행 막차를 탔다.
 
피겨 페어 국가대표 감강찬이 5일 공식훈련을 마치고 북한 페어 김주식과 셀카를 촬영했다. [사진 감강찬 SNS]

피겨 페어 국가대표 감강찬이 5일 공식훈련을 마치고 북한 페어 김주식과 셀카를 촬영했다. [사진 감강찬 SNS]

김규은-감강찬 조는 개최국 쿼터로 올림픽 티켓을 얻어 염대옥과 김주식을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달 대만에서 열린 4대륙 대회에 참가했다가 감강찬이 오른쪽 어깨 부상을 당해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할 뻔했다. 감강찬은 “연습 때 리프트(여자 선수 들어올리기) 동작을 하다가 부상을 당했다. 오른쪽 어깨뼈가 어긋나 다시 맞췄는데 심하게 부어올랐다. 올림픽 출전을 못할까 봐 걱정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결국 감강찬은 4대륙 대회를 기권하고 치료에 전념했다. 당시 같은 대회에 참가했던 김주식은 감강찬의 부상 소식을 듣고 “강찬이 어깨 괜찮습네까?”라며 걱정을 했다. 그는 지난 1일 강릉선수촌에 도착하자마자 국내 취재진에게 감강찬의 어깨 상태에 대해 물었다. 감강찬은 “이제 통증은 거의 사라졌다. 대옥이, 주식이 형과 함께 평창올림픽에서 멋진 연기를 펼쳐 보이겠다”고 말했다.
 
 
강릉=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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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