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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한에 평창은 평화 외교의 마지막 무대다

북한이 4일 밤 평창 겨울올림픽 대표단장으로 ‘김영남 카드’를 우리 측에 전격 통보해 왔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1998년부터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에 걸쳐 만 20년째 북한 헌법상 국가수반을 맡고 있다. 명목상이긴 하지만 상징성은 갖추고 있는 인물로 볼 수 있다. 북한의 결정으로 평창에서의 정상급 외교 구도가 완성됐다.
 
금주 개막(9일)하는 평창 겨울올림픽은 북한에도 운명의 시간이다. 잠깐의 평화 무드 속에 시간을 벌었다가 더 심각한 도발로 국제사회의 끝장 제재와 압박에 직면하느냐, 아니면 북·미 대화를 통해 새로운 길을 모색해 나가느냐 두 개의 선택지가 깔려 있다.
 
북한을 후자의 길로 이끌어내는 데 평창의 성패를 걸고 있는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어떤 형식으로든 김영남을 직접 만날 것임을 시사했다. 문 대통령이 김영남을 만나면 남북특사 교환이라든지 상호 친서 전달 등이 이뤄질 수도 있는 만큼 김영남 방남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문 대통령과의 만남 이상으로 주목되는 것이 펜스 미국 부통령과의 접촉 가능성이다. 하지만 미국 펜스 부통령은 냉담한 분위기다. 그는 지난 2일 펜실베이니아주의 한 행사 연설에서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의 시대는 끝났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러 (평창에) 간다”고 말했다. 그의 평창행에는 북한에 억류됐다 의식불명 상태로 귀국한 뒤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친 프레드 웜비어도 동행할 것이라고 한다. 북한에 대한 압박에 모든 초점을 맞추고 있는 상황이다. 접촉은커녕 북·미가 우연히 만나 악수하고 웃는 장면조차 연출되기 쉽지 않아 보인다.
 
물론 정치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니만큼 북·미 접촉의 문이 아주 닫힌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북한이 평창의 외교 현실을 직시해야 가능한 일이다. 그간 북한은 한편으론 전향적으로 나오는 듯하다가도 한편으론 뒤통수를 때리는 모습을 평창 협상 국면에서도 반복해 왔다.
 
4일 밤 최고위급 대표단 카드로 ‘성의’를 표시하나 싶더니 5일에는 평창 겨울올림픽 예술단을 만경봉호로 보내겠다고 일방적으로 우리 측에 통보해 온 것이 대표적이다. 천안함 폭침 이후 2010년 5·24 조치에 따라 만경봉호는 우리 영해에 진입할 수 없다. 하지만 통일부는 “올림픽 성공을 위해 만경봉호의 입항을 예외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북한으로선 이런 예외조치를 만들면서 대북 제재의 구멍 뚫기에 성공했고, 한국은 국제공조에서 일탈하는 모양새가 불가피해졌다.
 
이미 북한은 남북대화 무드 속에 건군절 열병식(8일)까지 예고해 뒀다. 북한은 이런 식으로 자꾸 국제사회를 시험하려 들지 말아야 한다. 우리 정부 또한 저자세로 비치지 않게 보다 당당하게 북한을 견인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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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