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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모습 못 보여드려 죄송, 회장님 뵈러 간다”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오후 서울구치소 앞에서 대기 중인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금 이건희 회장을 뵈러 가야 한다“며 자리를 떠났다. [뉴스1]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오후 서울구치소 앞에서 대기 중인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금 이건희 회장을 뵈러 가야 한다“며 자리를 떠났다. [뉴스1]

“여러분께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지 못해 다시 한번 죄송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5일 오후 4시40분쯤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앞으로 더 세심하게 살피고 열심히 하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취재진의 질문이 이어지자 그는 “회장님을 뵈러 가야 한다”며 차에 올랐다. 이 부회장은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해 있는 아버지 이건희 삼성 회장을 찾은 뒤 오후 6시쯤 병원을 나섰다.
 
삼성전자는 5일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한 임원은 “무죄를 주장하는 입장에서 집행유예가 결정된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며 “그래도 법정 구속을 면한 만큼 ‘총수 부재 장기화’라는 위험은 걷어진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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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이 부회장은 조직 추스르기를 시작으로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그룹은 그간 이 부회장-미래전략실-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라는 3각 편대로 움직여 왔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수감된 이후 미래전략실이 해체됐다.
 
삼성그룹 복수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이 부회장은 앞으로 계열사 경영은 전문경영인 자율에 맡기기로 방침을 정했다. 다만 계열사 간 협업이나 업무 조율은 삼성전자(전자계열사)·삼성물산(비전자 계열사)·삼성생명(금융계열사)에 각각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를 두고 ‘미니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긴다. 이 부회장 본인은 삼성전자의 경영에만 집중함으로써 ‘미래 먹거리’ 발굴에 주력한다.
 
삼성전자의 인수합병(M&A)·연구개발(R&D)도 보다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구속된 1년 동안 대형 M&A에서 손을 뗐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오너 경영체제하에선 그의 부재가 몰고 오는 부정적 효과는 상상 이상이다. 이 부회장이 돌아온 만큼 반도체 호황 이후를 대비한 M&A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글로벌 네트워크 재건 작업도 시작될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구속으로 인해 이탈리아 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FCA) 지주사의 사외이사와 중국 ‘보아오 포럼’의 상임이사직을 포기했었다.
 
무엇보다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숙제는 신뢰 회복이다. 정치적 스캔들에 연루되면서 그간 쌓아 온 국내외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고, 국민의 신뢰도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런 차원에서 삼성은 사회공헌 사업을 강화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인용 삼성사회봉사단장(사장)은 “상당한 규모로 (사회공헌 예산을) 집행해 왔지만, 한국을 포함해 글로벌 사회에서 ‘삼성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뚜렷하게 떠오르는 게 없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부회장이 재판 과정에서 ‘헌신’ ‘나누는 참된 기업인’ ‘사회에 대한 보답’ 등을 자주 언급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읽힌다.
 
뜻하지 않은 외부 지원으로 대가를 치른 만큼 앞으로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도 삼성이 공을 들이는 분야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인사를 통해 사상 처음 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 의장의 역할을 분리했으며,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외국인 CEO 출신 사외이사 등으로 이사회의 다양성을 대폭 강화하는 혁신안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 고위 임원은 “다만 거의 1년간 경영 현장에서 떨어져 있었던 만큼 당장 경영 전면에 복귀하는 것은 힘들다”며 “당분간은 후선에서 주요 경영 현안 등을 점검하며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귀띔했다.
 
재계는 이 부회장의 석방에 대해 일제히 환영 의사를 밝혔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경총)는 “이제까지 제기된 의혹과 오해가 상당 부분 해소된 만큼 이제부터라도 삼성그룹은 경영 공백을 메우고 투자와 일자리 창출 등 국가 경제 발전에 매진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손해용·박수련·최현주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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