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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목상 북 국가수반 김영남, 미 부통령 펜스보다 의전 앞줄?

김영남(左), 펜스(右)

김영남(左), 펜스(右)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식에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북한 대표단장을 맡은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당초 북한 정권의 실세이자 ‘넘버 2’로 평가받고 있는 최용해 당 부위원장이 단장을 맡을 것이란 예상을 깨고 명목상 국가수반인 김영남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5일 “김정은이 신년사(지난달 1일)에서 평창올림픽을 민족의 대축제로 만들겠다고 한 만큼 형식적으로 최고위급 인물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 입장에서 김영남은 다목적 카드다.
 
우선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행사에 국가수반급을 보내 자연스럽게 의전의 중심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평창올림픽 개막식엔 16개국 정상급 외빈이 참석할 예정이다. 만약 김영남을 포함하면 17개국이 된다. 전직 고위 당국자는 “2015년 북한의 넘버 2인 최용해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특사로 중국 열병식에 갔지만 각국 정상들에게 밀려 맨 끝으로 밀려났다”며 “이런 경험이 김영남 파견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관심을 끄는 건 김영남에 대한 의전이다. 통상 국제행사의 의전 서열은 국가원수(대통령·왕)-행정수반(총리)-국제기구 수장 순이다. 같은 직책일 경우는 먼저 취임한 사람이 우선이다. 김 위원장을 국가원수로 대접할 경우 취임한 지 만 20년이 되는 그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보다 앞설 수 있다는 얘기다. 북한도 이를 고려했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김정은이 북한의 절대권력자라는 건 국제사회의 상식이기 때문에 김영남의 지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가 우리 정부의 고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아직까지 의전은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둘째 북한이 실권이 없는 김영남을 보낸 건 우리 정부와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 협의 요구를 사전 봉쇄하겠는 의미도 있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북한 체제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김영남은 의전상의 역할일 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며 깎아내렸다. 김영남이 김정은 위원장의 메시지를 남측에 전달하는 역할을 할 순 있어도, 비핵화 협상의 물꼬를 트기 위한 중재자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북한도 미국이 대북제재 완화 가능성을 조금도 내비치지 않는 상황에서 실권자를 평창에 보내는 건 시기상조로 판단했을 수 있다.
 
셋째 북한이 올림픽 이후 남북 관계나 북·미 관계를 떠보기 위한 용도로 김영남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단독 면담이 이뤄질 경우 남북 최고위급 접촉이란 의미가 있을 뿐만 아니라 문 대통령의 의중을 직접 파악할 수 있다. 올림픽 이후 북한은 자신들이 국가수반을 보냈으니 남측도 그에 상응하는 성의를 보이라는 주장을 펼 수도 있다.
 
넷째 최용해가 실세이긴 하지만 대북제재 대상이란 점 때문에 김영남이 낙점됐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최용해가 대표단장을 맡을 경우 국가 위신이 추락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수 있다”며 “아직 공개되지 않은 3명의 수행단원과 지원인력 18명을 어떻게 구성하는지를 보면 북한의 정확한 의도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용수·박유미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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