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형제복지원 사건 수사했던 검사 “국가가 책임져야” 특별법제정 촉구

서울 대검찰청 앞에 선 김용원 변호사. [연합뉴스]

서울 대검찰청 앞에 선 김용원 변호사. [연합뉴스]

울산에서 부산 방향 도로 한 쪽에 있는 울주군의 한 초등학교. 산 아래 있어 공기가 좋기로 유명하다. 30여 년 전만 해도 이곳은 형제복지원의 강제 노역 현장인 반정목장이었다. ‘한국판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라고 불리는 부산 형제복지원의 인권 실상이 밝혀진 시작점이기도 하다.
 
1986년 12월 21일 부산지방검찰청 울산지청(현 울산지검) 검사였던 김용원(63) 변호사(법무법인 한별 대표변호사)는 지인과 산에 꿩 사냥을 나갔다가 허름한 작업복을 입고 일하는 노동자들을 발견했다. 몽둥이 든 경비원들이 이들을 감시했다. 지인은 “일하다 도망가면 반쯤 죽여놓는다더라”고 전했다. 중범죄임을 직감한 김 변호사는 바로 내사에 착수, 이듬해 1월 16일 부랑인 수용소인 부산 형제복지원을 압수수색했다.
 
75년부터 12년 동안 3000명 넘는 수용자를 감금·폭행·성폭행하고 당시 기준 12억원의 국가 보조금을 횡령한 형제복지원 사건은 그렇게 세상에 알려졌다. 확인된 사망자만 551명이다. 김 변호사는 87년 1월 박인근(2016년 사망) 형제복지원 원장과 직원들을 업무상 횡령, 특수감금 등으로 구속했다. 박 원장은 1심에서 징역 10년을 받았다가 2심 등 7번의 재판을 거치며 최종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31년 후인 올해 1월 17일, 김 변호사는 형제복지원 대책위원회와 함께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 대검찰청 앞에 섰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 규명을 위한 형제복지원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2016년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형제복지원 피해사건 진상 규명 법률안’을 발의했고,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1980년대 부산 형제복지원. [중앙포토]

1980년대 부산 형제복지원. [중앙포토]

92년 검찰에서 나와 오랜 시간 형제복지원 진상 규명을 주장해온 김 변호사는 “당시 부산지검장 등의 수사 외압으로 수용자 3000여 명을 조사조차 하지 못했다”며 “형제복지원 특별법을 제정해 언제, 어떤 이유로, 어떻게 인권 유린을 당했는지 진상을 밝히고 최소한 금전적 보상이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수용자들은 배상을 받지 못했다.
 
형제복지원은 박정희·전두환 정권의 내무부 훈령 410호에 따라 만들어지고 운영됐다. 김 변호사는 “가족에게 통보도 하지 않고 길에서 사람을 잡아다 먹을 것도 제대로 주지 않고 강제 노역을 시켰다. 사람들은 맞아 죽거나 병에 걸려 죽었다”며 “국가가 운영비 전액을 부담하고 관리·감독한 만큼 그곳에서 벌어진 폭행·사망 사건에 국가의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회에서 과거사 정리 기본법 개정을 논의하고 있지만, 입법 진행이 지지부진하다”며 “인권 선진국이 되려면 국가가 과거에 저지른 폭압적 행위를 반성하는 단계부터 거쳐야 한다”고 다시 목소리를 높인 이유를 밝혔다. “형제복지원 안에서 일어난 인권 유린 실상을 나만큼 잘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담당 검사로서 책임을 느낍니다. 같은 87년에 있었던 박종철 사건이 다시 주목받은 것처럼 시민 수백명이 죽은 형제복지원 사건 역시 지난 일이라고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됩니다.”
 
김 변호사는 오는 8일 서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 등이 주최하는 포럼 ‘또 하나의 1987 형제복지원을 생각한다’에 토론자로 참석할 예정이다. 그는 최근 검찰 개혁과 관련해서는 “신중하게 검찰 권한을 분산·재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