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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축사 절반 가까이 무허가…폐쇄 강행하면 가축 공급 대란"

이승호 한국낙농육우협회장
 
오는 3월 25일 전국 축산농가의 ‘무허가 축사’에 대한 정부의 대대적인 단속이 시작된다. 가축분뇨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가축분뇨법’)이 개정되면서다. 행정처분을 받은 무허가 축사는 사용 중지 또는 폐쇄 명령 조치를 따라야 한다. 이를 두고 축산농가의 반발이 거세다. 영하 10도를 오가는 한파에도 축산업 종사자들은 천막 농성과 피켓 시위로 이 법의 도입 시기를 늦춰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 1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10일째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는 이승호(사진) 한국낙농육우협회장을 만나 의견을 들었다. 
 
‘가축분뇨법’ 도입 시기 연장을 왜 주장하나.
“전국 축산농가(12만6000호) 중 무허가 축사를 보유한 농가는 6만190호다. 이 가운데 축사 적법화를 신청해 인증받은 농가는 8066호에 불과하다. 대다수가 무허가 축사인 셈이다. 전국 축산농가의 40~50%는 다음달 25일부터 졸지에 실업자가 될 판이다. 정부는 행정조치를 단계별로 취하겠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그간 조류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 등으로 문제가 불거진 축산농가를 구조조정하려는 의도라고 추측된다. 가축분뇨법에는 건축법 등 관련법이 26개나 엮여 있고 환경부·농림축산식품부·국토교통부·국방부 등 여러 정부 부처가 얽혀 있다. 가축분뇨법 개정안 도입일(3월 25일)은 60일도 채 남지 않았는데, 당장 축사 허가를 신청해도 허가받는 데 최소 1년 반, 평균 2년가량이 걸린다. 무허가 축사에 대한 행정처분 및 가축사육거리제한 유예기간을 3년 연장해 달라는 게 우리의 요구다.”
 
무허가 축사가 많고 적법화 축사가 적은 이유는.
“예전엔 가축을 축사에 가두지 않고 방목했다. 이웃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축사를 직접 짓는 경우가 많았다. 허가 받은 축사를 증축하면서 무허가 축사가 된 사례도 많다. 이에 정부는 2013년 2월 ‘부처 합동(농식품부·환경부·국토부) 무허가 축사 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세부 대책은 무려 2년9개월이 지난 2015년 11월에야 나왔다. 또 AI·구제역에 대처하느라 시간을 많이 소모했다. 축산농가의 실질적인 적법화 추진 기간이 빠듯했다. 제도상의 문제점도 많다. 가령 기존에 활용한 지적도(토지 쓰임새를 표기한 지도)와 최근 활용하고 있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의 측량 범위에 3~4m 오차가 생긴다. 지적도로는 내 땅인데 GPS로는 남의 땅이나 공공도로에 걸쳐 있는 것이다. 이 경우 용도 폐기 또는 사용 허가 신청 처리까지 6~12개월이 소요된다. 축사 허가를 받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이 농가의 잘못은 아니지 않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교육환경보호구역, 수변구역, 군사 보호지역 등에 위치한 축사 대부분이 입지 제한을 지정(20여 개 법률)하기 전부터 있었다. 군사보호지역에 있는 축사라면 국방부로부터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들 지역은 여러 부처의 관련법이 실타래처럼 얽혀 있어 축사 적법화를 위한 해결 과제가 많다.”
 
가축분뇨법 시행 전 해결할 과제는.
“환경부가 이 법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게 문제다. 환경부는 가축 분뇨가 하천으로 흘러 들어갔을 때 환경이 얼마나 오염되는지 알아도 축사 구조에 대해선 알리 만무하다. 축사 시설에 대한 관리는 건축법을 소관하는 국토부가 담당하는 것이 맞다. 이번 사건은 애초에 농식품부에서 불씨를 지폈다고 본다. 농식품부는 축사의 적법화 실적을 통계 낼 때 오류를 범했다. 이는 농식품부가 현장을 이해하지 못한 채 탁상공론만 일삼은 결과다. 환경부-국토부-농식품부-국방부 등 부처 간 핑퐁게임이 이어지는 사이 3월 25일에 예정대로 가축분뇨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피해는 고스란히 축산농가의 몫이 된다. 적법화를 위한 비용도 농가가 떠안아야 하다 보니 그 부담이 적지 않다. 농가 규모에 따라 적게는 1억원 내외, 많게는 3억원까지 든다. 특히 소방법에 저촉받는 큰 농장의 경우 소화전을 설치하는 데만 개인이 8000만원가량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당장 소비자에게 닥칠 위험 요소는.
“축사가 줄줄이 도산하면 가축 대란이 일어날 것이다. 식량 안보 차원에서 비상사태가 초래될 것이다. 그간 축산농가는 국민에게 양질의 단백질 식품을 공급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일했다. 하지만 준비 없이 가축분뇨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식량 자급률이 떨어질 것이다. 국내산 고기를 구하기 힘들어지고 이 때문에 수입산 가축의 ‘몸값’이 오르면서 소비자는 비싼 돈을 줘야 수입산 고기를 사먹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국민 경제와 건강에 직결되는 문제다. 이번 사안에 대해 관심을 가져달라고 대국민 호소를 하는 이유다.”
 
향후 어떻게 대응할 건가.
“현재 전국한우협회·대한한돈협회·한국낙농육우협회·대한양계협회·한국오리협회·한국육계협회·한국토종닭협회의 수장 7명이 교대로 국회의사당 앞에서 철야 농성을 하고 있다. 영하 10도를 오가는 한파도 우리의 의지를 꺾을 수 없다. 틈 나는 대로 국회의원들을 만나 무허가 축사의 적법화 기한을 연장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무허가 축사’로 집을 잃은 소·돼지·닭·오리를 트럭째 싣고 국회의사당과 정부 부처가 몰려 있는 세종시로 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할 것이다.”
 
 
글=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사진=프리랜서 김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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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