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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입 발린 인사치레 보단 쿨하게 "그렇군"

기자
김성희 사진 김성희
김성희의 어쩌다 꼰대(31)
한바탕 부부싸움을 한다. 본인의 잘못인 걸 안다. 그래도 사과를 하자니 체면도 있고 낯간지럽기도 하다. 이럴 때 구구절절 말로 하느니 슬며시 손을 한 번 잡아주는 거로 대신한다. 아니면 저녁상에 올라온 찌개가 오늘따라 맛있다며 다소 엉뚱한 칭찬을 한다. 이거 기성세대 한국 남자들이라면 흔한 풍경이다. 무뚝뚝하다는 경상도 출신이 아니라도 말이다.
 
 
한바탕 부부싸움 후, 본인의 잘못인줄 알지만 사과를 하자니 체면도 있고 낯간지럽기도 하다. [중앙포토]

한바탕 부부싸움 후, 본인의 잘못인줄 알지만 사과를 하자니 체면도 있고 낯간지럽기도 하다. [중앙포토]

 
이런 이심전심 커뮤니케이션은 서로 믿거니 하는 상호신뢰와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배려가 바탕이 되어야 가능하다. 한데 이게 이제는 지나간 시대의 유물이 된 듯하다. 똑 부러지게 말해야 통하고 자기 의사를 분명히 밝히는 것이 능력이요 미덕인 시대다. 그러다 보니 ‘흘러간 물’들은 때로 서운하고 때로 노여운 일이 적지 않다.
 
종강하면서 그동안 과제에 치였던 학생들을 위로하고자 뒤풀이를 했다. 열두어 명이 세 테이블에 나눠 앉아 주문하는데 한 군데선 재잘재잘 딴 이야기를 하느라 메뉴 정하기는 뒷전이었다. 해서 “여학생끼리 앉아 그런가”하고 한마디 했다.
 
이를 들은 옆자리 여학생이 정색하고는 “교수님, 그거 성차별적 발언이에요”하는 바람에 머쓱했다. 뿐만 아니라 강의평가에도 이 이야기를 적은 걸 보고는 절로 ‘딱히 비하하려는 의도는 없이 가볍게 웃자고 한 이야기였는데’하는 생각이 들며 ‘그래도 그렇지’하는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마음의 앙금 남기는 '그래도 그렇지'
아내 친구 이야기다. 갓 결혼한 아들 부부가 주말이라 집에 왔는데 일이 서툴기도 하고 시집이라 얼마나 불편할까 싶어 “넌 주방에 있지 말고 편히 쉬어”라고 했단다. 그랬더니만 “예, 어머님”하고는 거실 소파에 앉아 TV 채널만 돌리고 있더라나. 
 
문제는 아내 친구의 속마음이었다. “그래도 그렇지. 안쓰러워 쉬라고 했더니 진짜 손님 행세를 하더라고”하며 괘씸한 마음 한 자락을 비추더란다.
 
 
'약속 있으면 먼저 들어가지'라고 말한 뒤 먼저 퇴근한 후배에게 드는 '그래도 그렇지'라는 생각. [중앙포토]

'약속 있으면 먼저 들어가지'라고 말한 뒤 먼저 퇴근한 후배에게 드는 '그래도 그렇지'라는 생각. [중앙포토]

 
나 역시 현역 때 비슷한 일을 겪었다. 기사 마감을 위해 야근을 시작했는데 후배가 뭐 마려운 강아지 마냥 안절부절못하는 것이었다. 눈치를 보니 친구들과 만나기로 한 듯해 “약속 있으면 먼저 들어가지”라고 자못 이해심 있는 선배 코스프레를 하니 냉큼 일어서버리는 것이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그야말로 단순한 일이긴 했지만, 그 바람에 자정이 가깝도록 혼자 컴퓨터와 씨름하면서 든 생각이 ‘그래도 그렇지’였다.
 
이처럼 우리는 속마음을 감추고, 인사치레도 건네고 하는 데 익숙하다. 그러면서 ‘아무리 말을 그렇게 했어도 그럴 수가 있나’란 뜻이 담긴 ‘그래도 그렇지’로 쓰린 속을 달랜 경우가 많았다.  
 
한데 그럴 게 아니다. 입에 발린 말, 인사치레는 오해를 낳을 수도 있고 그래서 마음의 앙금을 쌓을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공연히 맘에 없는 말을 해놓고 속을 끓이느니 후배에게든 자식에게든 속마음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제대로 된 소통의 첫걸음이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일단 말을 했으면 쿨하게, 쉬크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도”라며 입을 삐죽거릴 게 아니라 “그렇군”하며 말이다.
 
김성희 북 칼럼니스트 jaeja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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