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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칼럼] 이제 평창 올림픽 성공에 힘 모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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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김진국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3일 오후 서울 반포대교 남단. 올림픽대로로 들어가는 길이 꽉 막혔다. 고가 위에서 사고가 났는지 버스와 승용차가 서 있고, 그 옆으로 한 대씩 빠져나가고 있었다. 이 바람에 차량이 다리 건너 한남동까지 줄을 섰다.
 
그때 현수막을 붙인 자동차 5~6대가 줄을 지어 달려왔다. 전조등을 켜고, ‘평창올림픽 평화통일의 시작’이라는 현수막, 차량 뒤에는 조그만 깃발도 달았다. 이 차들은 남단까지 달려와 끼어들기를 시도했지만 다른 차들이 쉽게 비켜주지 않았다.
 
그날 저녁 개막식 리허설 행사 때문에 평창으로 가는 사람들 같았다. 우리 국민은 행사 차량에 흔쾌히 양보한다. 이날은 달랐다. 견인 차량에는 빠르게 길을 내줬다. 현수막을 단 차들에는 유독 인색했다. 공식 행사 차량으로 보이지 않아서일까. ‘평창올림픽은 평화통일의 시작’이라는 구호 때문일까.
 
9일 저녁 개막식이 열린다.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지나치게 정치행사처럼 비친다. 북한과의 단일팀, 응원단, 관현악단 공연이 중심 행사다. 북한의 열병식이 주요 쟁점이다. 국가대표 선수들은 현송월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평화올림픽’과 ‘평양올림픽’을 내세운 진영 대결이 나라를 두 쪽으로 갈라놓고 있다. 화합의 장이라는 말이 부끄럽다.
 
올림픽에 너무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정치에 이용하려 한다. 그러니 20대의 반란마저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의 마음을 읽어주기보다 유리한 대로 해석해 진영 싸움에 끌어들인다. 화합은커녕 올림픽 치르다 갈등만 키우는 게 아닌지 걱정해야 할 지경이다.
 
20대를 보수로 분류하는 건 무모하다. 다른 사회적 논란에 관해 물어보면 진보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 낙태, 복지, 세금에 대해 더 진보적이다. 그들을 보수로 판단하는 건 북한 문제를 기준으로 삼는 기성세대의 생각일 뿐이다. 그들은 북한보다 기득권 문제에 더 민감하다. 이념보다 실용, 전체보다 개인의 자유, 공정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북한에 대해서도 ‘민족’이나 ‘통일’보다 인권, 독재, 주민의 생활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본다. 핵무기로 위협하고, 약속을 뒤집고, 일방적인 양보를 강요하는 억지를 참지 못한다.
 
자유한국당은 고무됐다. 그렇게 반대했던 선거연령 인하까지 꺼낸다. 국제올림픽위원회에 남북 단일팀에 반대하는 공문을 보냈다. 헛물이다. 여당은 통일교육이 잘못됐다고 한다. 다시 가르쳐야 한다는 이야기다. 성급하다. 과거 잣대로만 판단할 일은 아니다. 그들은 ‘반공’도, ‘햇볕’도 아니다. 서두르지 않으면서, 공정하게 신뢰를 쌓기를 원한다.
 
북진통일과 적화통일이 맞부닥칠 때 전문가들은 ‘3단계 통일’을 꺼냈다. 사회·문화→경제→정치로 단계적으로 공통의 기반을 넓혀 나가려 했다. 그러나 핵무기 보유가 긴급한 현안이 됐다. 근본 틀을 흔들어놓았다. 새로운 길을 찾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우리만이 아니라 북한과 미국, 주변국들도 동의해야 한다.
 
평창올림픽은 88올림픽 이후 30년 만이다. 그때는 군사정부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하나가 됐다. 한국을 세계에 알리고,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 국력이 폭발했다. 글로벌 기준을 세우고, 세계와 나란히 서는 출발이었다.
 
한 해 전인 1987년 6월 항쟁이 있었다. 영화 ‘1987’에 나온 억압된 사회 분위기 그대로다. 직선제 개헌을 향한 시민 항쟁이 있었다. 북한은 공동개최를 요구했다. KAL기를 공중폭파해 115명이 사망했다. 그런 어려움을 넘어서 우리는 하나가 됐다. 공산권 국가 대표들이 처음 한국을 찾았다. 냉전체제를 깨고 공산권과 수교하는 북방정책의 시작이었다.
 
올림픽은 정치적 갈등을 해소하는 정신을 담고 있다. 그렇더라도 정치 행사로 만들 수는 없다. 평창으로 가는 행사 차량에 길을 내주지 않은 사람들은 ‘통일 행사’로 만들려는 구호가 못마땅했을 수 있다.
 
사실 평창올림픽은 미국마저 논란을 벌일 정도로 불안했다. 북한의 참가는 이런 우려를 씻어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다음 일을 지레짐작해 정쟁거리로 삼을 일은 아니다. 미국이, 북한이 이것으로 덮고 넘어가지도 않을 것이다.
 
단일팀에 너무 많은 기대를 걸지 말자. 단일팀이 핵 문제를 해결하고, 전쟁을 몰아낼 수는 없다. 북한 핵 문제를 덮고, 김정은 체제를 승인하는 행사도 아니다.
 
평창에는 92개국에서 2925명의 선수가 참가한다. 이들이 주인공이다. 우리 정치 행사의 들러리들이 아니다. 주최국으로서 최선을 다하자. 우리도 이제 이념적 불만을 내려놓고 스포츠를 즐기자. 그다음은 조용하고 냉정하게 준비할 일이다.
 
김진국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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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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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