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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뇌물죄 근거 된 ‘묵시적 청탁’이 항소심 최대 쟁점

이재용.

이재용.

5일 오후 2시에 열리는 이재용(50·사진)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의 법리 판단이 주목된다.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뇌물 공여, 재산국외도피 등 5가지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일부 유죄를 인정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뇌물죄의 근거가 된 “개별적 현안에 대한 명시적 청탁은 없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간에 포괄적 현안(경영권 승계)에 대한 ‘묵시적 청탁’이 인정된다”고 봤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물증 없이 정경유착을 단정지었다”며 “상상에 의해 쓰여진 허구”라고 반박했다.
 
이 부회장의 혐의는 국회 위증을 제외하면 모두 뇌물죄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그가 경영권 승계를 위한 뇌물을 주려고 회사 공금을 횡령한 뒤, 해외(독일)로 도피시켰느냐는 게 재판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변호인측 “물증없이 정경유착 단정”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뇌물죄가 인정되느냐에 따라 횡령, 국외재산도피, 범죄수익은닉 등 다른 혐의의 인정 여부도 줄줄이 갈릴 가능성이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 “이 부회장 사건은 ‘모두 유죄’ 또는 ‘모두 무죄’로 극단을 오갈 수 있는 사안”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1심 재판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의 합병 등을 경영권 승계의 일환으로 보면서 동시에 단순뇌물죄로 기소된 최순실(62)씨의 딸 정유라(22)씨에 대한 승마 지원에 포괄적 뇌물죄를 적용해 유죄를 선고했다.
 
반면 제3자 뇌물죄로 기소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놓고서는 “금품지급 행위마다 개별적 대가성 입증 따져야 한다”며 포괄적 뇌물죄의 법리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 무죄를 선고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승마 지원은 물론 두 재단 출연금에도 뇌물죄가 적용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진경준(51) 전 검사장에게 포괄적 뇌물죄를 인정하지 않는 대법원 판결(지난해 12월 22일)이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대법원은 진 전 검사장이 김정주 넥슨 회장으로부터 주식·여행 경비 등을 받은 데 대해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이 없거나 대가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이른바 ‘묵시적 청탁’을 인정하지 않는 취지의 판례다.
 
재판 과정에서 특검 공소장은 총 4차례 변경됐다. ‘단순 뇌물’로 기소된 정유라 승마 지원엔 ‘제3자 뇌물’이 예비로 들어갔고, 제3자 뇌물로 기소된 재단 출연금 부분엔 단순 뇌물 혐의가 추가됐다.
 
돈이 오간 사실만 드러나면 되는 단순 뇌물죄과 달리 제3자 뇌물죄는 ‘부정한 청탁’이 인정돼야 해 입증이 까다롭다. 일각에선 1심의 ‘묵시적 청탁’ 논란을 이번 항소심 재판부에서 정리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특검 “재단 출연금 뇌물죄 인정을”
 

김한규 전 서울변호사회장은 “특검 입장에선 부정한 청탁을 입증해야 한다는 부담이 늘어난 것”이라며 “재판부 직권으로 공소장이 변경된 것은 뇌물 혐의에 대해 촘촘하게 들여다보겠다는 법원의 심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검은 이 같은 부정 청탁을 입증하기 위해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0차 독대’ 카드를 꺼내 들었다.
 
두 사람이 청와대 안가에서 만난 자리(2014년 9월 12일)에서 부정한 청탁이 오갔다는 것이다. 안봉근(52) 전 대통령 국정홍보비서관은 법정에서 이 같은 독대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반면 이 부회장은 “제가 기억하지 못하면 치매”라고 강력히 부인했다. 박 전 대통령도 최근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안 전 비서관이 뭔가 착각하는 것 같다”고 독대는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횡령과 재산국외도피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느냐도 주요 관심사다. 두 혐의가 형법상 단순뇌물 공여(징역 3~5년)보다 형량이 더 높아서다.
 
재산국외도피의 경우 50억원이 넘으면 최하 징역 10년에서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다. 1심에선 37억원만 인정됐는데 특검은 나머지 42억원도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소장 4차례 변경, 0차 독대도 변수
 

앞서 1심 재판부는 삼성 측이 ‘컨설팅 서비스’ 명목으로 코어스포츠 독일 계좌에 송금한 34억원 부분은 “허위지급 신청서가 작성됐다”고 인정해 유죄를 선고했다. 반면 삼성전자 승마단의 전지훈련 명목으로 삼성전자 명의의 독일 계좌에 예치된 42억원에 대해선 “신청 시점만 놓고 보면 훈련 명목이란 사유가 인정된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당초 신청 목적(승마단 훈련)과 달리 돈이 쓰였더라도 (정유라 지원)신청 시점에서는 허위 신청이 아니란 취지다.
 

재산국외도피 혐의 법리다툼 치열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공모공동정범’ 관계가 인정될지도 주목된다. ‘경제적 공동체’인 두 사람을 정범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게 애초 특검의 시각이었다. 1심 재판부는 “공무원(박근혜)이 공모해서 공동정범인 비신분자(비공무원, 최순실)가 뇌물을 받게 한 경우 본인이 받은 것과 동일하다”고 판단했다. 과거 뇌물 사건에 있어 공모공동정범 구도는 대부분 공무원이 돈을 받을 때 ‘조력자’ 역할을 한 비공무원을 처벌할 때 등장했다.
 
이 사건은 정 반대다. 박 전 대통령(공무원)은 돈을 받지 않고 최씨(비공무원)가 돈을 받았기 때문이다. 판례가 없는 사안으로 이번 항소심의 결정이 향후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은 최근 유영하 변호사를 통한 대리 인터뷰에서 “최순실씨가 삼성으로부터 돈을 받거나 말을 지원받았다는 사실을 한번도 얘기한 적이 없어 전혀 몰랐다”고 강하게 뇌물 혐의를 부인했다.
 
삼성그룹 측의 한 변호사는 “이 부회장 사건은 법리적 다툼 소지가 많아 향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될 가능성도 있다”며 “항소심 재판부가 정치적 고려나 여론에 휘둘리지 말고 오로지 객관적인 증거와 법리에 입각해 진실을 가려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손국희·문현경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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