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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집, 큰 실험

맥스미니움

맥스미니움

지난해 서울 신수동 주택가에 책받침 같은 집 한 채가 들어섰다. 책받침에 비유한 것은 새 집이 오래된 붉은 벽돌 이층집을 양쪽에 두고 그 틈을 가르듯 자리 잡아서다. 직사각형 모양의 3층 집인데, 가로ㆍ세로 폭이 약 2×7.5m다. 게다가 매끈한 노출 콘크리트 방식으로 처리했다. 집이 다 지어지자 동네 사람들이 더 놀랐다. 30㎡(약 9평) 규모였던 땅의 원래 용도는 차 한 대 댈 수 있는 주차장이었다. 그랬던 곳이 사무실ㆍ휴게음식점ㆍ단독주택의 용도를 갖춘 집 ‘맥스미니움(maxminium)’으로 재탄생했기 때문이다.
 
맥스미니움처럼 최근 국내의 협소주택(狹小住宅)은 과감하게 작아지고 있는 추세다. 처음에는 20평대 규모의 땅조차도 집짓기에 부족하다고 여겼지만, 이제는 10평대, 심지어 맥스미니움 같은 9평의 땅에도 집을 짓는다. 최소의 집, 얼마나 작게 지을 수 있고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중앙SUNDAY S매거진이 맥스미니움과 세 가족의 보금자리가 된 금호동 ‘소소담담’을 둘러봤다.    
소소담담

소소담담


 
2층 주방 및 다이닝 공간 / 맥스미니움

2층 주방 및 다이닝 공간 / 맥스미니움

폴리카보네이트(오른쪽 불투명한 소재)로 마감한 북쪽 벽면 / 맥스미니움

폴리카보네이트(오른쪽 불투명한 소재)로 마감한 북쪽 벽면 / 맥스미니움

맥스미니움은 건축가 김인철(아르키움 대표·사진)씨의 작품이다. 강남역 네거리 구멍이 숭숭 뚫린 고층 건물 ‘어반하이브’, 강원도 고성의 자연을 닮은 ‘바우지움 조각미술관’ 등을 설계한 그는 국내 노출 콘크리트 건축물의 대가다. 맥스미니움의 건축주 강태욱(40)씨가 김 대표를 찾아갔을 때 건축가는 “하나의 도전 같아서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미션 이름은 ‘최소의 집을 만들어라’였고, 건축가는 “집이 워낙 작아 센티미터 단위가 아니라, 밀리미터 단위로 설계했다”고 전했다.
 
강씨는 원래 마포구청 소유였던 주차장 땅을 2015년 공매로 매입했다. 허드레 물건이 쌓여 있던 9평 땅의 가능성을 알아본 그는 “작은 땅이지만 역세권이라 건축 시 가능성이 있다고 봤고, 노출 콘크리트로 짓고 싶어 김 대표님을 찾아갔다”고 말했다. 제3종 일반주거지역에 들어선 맥스미니움의 연면적은 지하층을 포함해 48.12㎡(14.5평)다. 지상층에서 가장 넓은 바닥 면적을 가진 2층이 12.61㎡(3.8평)밖에 안 된다.
 
작은 집의 가능성을 넓히기 위해 건축가는 뺄셈에 나섰다. 노출콘크리트 건물의 외벽이 곧 구조체가 된 덕에 내부에 기둥이 없다. 건물의 남ㆍ북쪽 긴 면을 유리 대신 플라스틱 재료인 폴리카보네이트로 마감했다. 김 대표는 “폴리카보네이트는 이스라엘의 집단농장에서 온실 재료로 쓰다가 네덜란드 건축가 렘 콜하스가 미국 뉴욕 루이비통 건물에 쓰면서 건축재료로 널리 알려지게 됐다”며 “얇고 저렴한데다 플라스틱 가운데 공간이 있어 단열성도 높기에 작은 집의 마감재로 적합하다고 봤다”고 덧붙였다. 소음에 약하다는 단점도 있지만, 집이 작은 골목길에 면하고 있는 터라 건축가는 장점이 더 많다고 판단했다. 유리를 쓸 경우 폴리카보네이트(두께 1.7㎝)보다 더 두껍고, 가격도 더 비쌌다.
 
최소의 치수를 찾는 노력은 계단에서 극대화됐다. 맥스미니움의 계단 너비는 40㎝다. 성인 어른의 어깨 평균 너비가 45㎝임을 감안해, 몸을 약간 비스듬하게 하고 내려갈 수 있는 수치를 찾은 결과다. 강씨는 맥스미니움의 지하 1층을 사무실로 쓰고 있다. 지상 1층은 바로 계획하고 있으며, 2~3층은 에어비앤비로 쓰고 있다. 그는 “중국인 건축가가 일주일을 머물기도 하는 등 최소의 집을 경험하고 싶어하는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금호동 ‘소소담담’, 계단이 가구가 되다
3.5층 수납공간에서 바라본 내부 / 소소담담

3.5층 수납공간에서 바라본 내부 / 소소담담

3.5층의 욕실 및 파우더룸 / 소소담담

3.5층의 욕실 및 파우더룸 / 소소담담

맥스미니움은 실제 주거용이 아닌 터라, 최소의 치수를 최대한의 실험으로 찾은 사례다. 그렇다면 가족이 사는 최소의 집은 어떨까. 지난해 완공한 금호동의 ‘소소담담’을 찾았다.
 
집은 올망졸망한 옛 동네가 거대한 아파트 단지로 합해지는 재개발 북새통 사이에서 자그맣게 솟아올랐다. 41.69㎡(12.6평)의 땅에 지어진 4층 집의 총 면적은 75.42㎡(22.8평)다. 1층은 임대 공간으로 계획했고, 2~3층이 한지원(46)씨네 가족 셋의 보금자리다. 수익을 고려한 미니 상가주택인 셈이다. 그는 “평생 아파트에 살다가, 획일적인 아파트가 싫어 단지 밖을 뛰쳐나오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젊은 건축가 그룹인 틔움 건축사사무소의 강성진ㆍ차석헌 소장과 이동진 팀장이 설계를 맡았다.
 
작은 집은 수평으로 방ㆍ거실ㆍ부엌이 펼쳐져 있는 아파트와 달리, 수직으로 공간을 쌓아야 한다. 이를 연결하는 계단이 필수인데, 한 층 올라가기 위한 계단 면적이 보통 2평 가까이 된다. 그래서 협소주택의 대다수가 바닥을 반 층씩 엇갈리게 놓는 스킵플로어(skip floor) 방식을 택한다. 계단참을 공간으로 쓸 수 있어서다. ‘소소담담’도 마찬가지인데, 반씩 올라가는 게 아니라 2층과 2.5층의 높이 차는 60㎝, 2.5층과 3층은 2.2m 차이로 공간을 구획했다.
 
“2층이 거실이고, 2.5층은 주방일 때 두 층이 결국 한 층으로 느끼게 하는 높이 차가 무엇인가 고민해서 60㎝로 잡았어요. 책상 높이이기도 합니다. 2층에 책상 하나를 놓으면 2.5층의 바닥과 이어져요. 공간이 확장되죠. 4층 아들 방의 경우 그렇게 공간을 쓰도록 했습니다.”(강)
 
2.5층 주방. 소파가 놓인 2층과 60㎝ 높이 차가 나서, 한 공간으로 보인다. / 소소담담

2.5층 주방. 소파가 놓인 2층과 60㎝ 높이 차가 나서, 한 공간으로 보인다. / 소소담담

4층 아들방 / 소소담담

4층 아들방 / 소소담담

맥스미니움처럼 어떤 건축자재로 집을 지어 공간 효율을 높일 것인가도 작은 집의 주요 이슈다. 소소담담은 철골조의 뼈대에 공장에서 만든 콘크리트 블록인 ALC 블록을 쌓아 만들었다. 차 소장은 “ALC 블록을 쓰면 구조재와 단열재를 합친 효과를 얻을 수 있어, 벽체 두께를 더 줄이고 빨리 시공하기 위해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한씨는 집을 지으면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이단아”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고 한다. 자고 일어나면 값이 오르는 아파트에서 뛰쳐나온 탓이다. 그의 후일담이다.
 
“아파트와 비교하면 이 집이 편리하지 않아요. 하지만 집 짓고 나서 고3 아들, 남편과 할 이야기가 많아졌죠. 옥상에서 고기 구워 먹는 것도 즐거워요. 쌓아두지 말고, 좀 단출하게 살고 싶었는데 이사 오면서 이미 내가 가진 게 많다는 걸 몸으로 알게 됐죠. 비용을 따져보면 괜찮은 아파트 전세금도 안 될 수 있어요. 남의 집 전세로 사는 것보다 개성 있는 내 집에서 내 마음대로 사는 것에 편안함을 느낍니다.”  
 
작은 집, 짓는 수고도 적게 들까
2층 주방에서 바라본 계단 / 맥스미니움

2층 주방에서 바라본 계단 / 맥스미니움

3층 침실에서 바라본 2.5층의 수납공간 / 맥스미니움

3층 침실에서 바라본 2.5층의 수납공간 / 맥스미니움

지하 1층 사무실 / 맥스미니움

지하 1층 사무실 / 맥스미니움

일본에서 1950년대부터 자리 잡아 온 협소주택이 국내에서 인기를 끌게 된 것은 5년여밖에 안 됐다. 직주근접의 장점 덕에 인기를 끌게 됐다는 공통점은 있다. 하지만 정부가 구획한 가늘고 긴, 세장형(細長型) 땅에 짓는 일본의 협소주택과 달리, 한국은 도심 속 각양각색의 자투리땅에 지어지고 있다. 협소주택을 지을 수 있는 작은 땅을 구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4m 폭의 도로를 끼고 있는 땅이어야 신축할 수 있는 건축법도 장벽이다. 틔움 건축사사무소의 강성진 소장은 “옛터를 지키며 새 삶을 담아내는 구도심의 협소주택을 도시재생의 측면에서 지원해 줄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협소주택의 평당 건축비는 일반 주택보다 비싸다. 집 짓는 공정은 줄지 않고, 공간이 수직으로 쌓이기 때문이다. 맥스미니움의 건축주 강씨는 “3평 바닥에 시멘트를 바르더라도 미장공에게 하루 일당을 다 줘야 하니 평당 공사비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공사를 위한 작업공간도 부족해 한 번에 여러 공사를 함께 진행할 수 없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협소주택을 보는 시선은 긍정적이다. 도심에서 합리적인 비용으로 내 집을 지을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어서다. 한양대 서현 교수(건축학부)는 “대형 아파트 평수를 좋아하는 기성세대와 달리 고시원과 같은 작은 공간을 경험한 젊은 세대의 수요, 꾸준히 오르는 땅값을 감안하면 열기가 식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2013년부터 ‘최소의 집’을 주제로 기획 전시를 열고 있는 건축가 정영한(정영한 아키텍츠 대표)씨는 “건축법상 집 짓기 위한 최소한의 땅을 정해 두진 않았지만 작은 공간에 익숙한 일본과 한국의 상황은 다르다”며 “건축가들은 한국적 특성에 맞춰 작은 공간을 어떻게 설계할지 더 고민해야 하고, 건축주들은 작은 집에서 사는 삶에 대한 고민을 더 해야 한국식 협소주택의 방향성이 잡힐 것”이라고 진단했다. ●
 
 
글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사진 박영채ㆍ이한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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