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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력으로 조준하면 메달을 딸 수 있습네다"

북한 피겨스케이팅 페어의 김주식(오른쪽), 염대옥 선수 등 평창 동계올림픽 북한 선수단이 지난 1일 강원도 양양 국제공항을 통해 입경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북한 피겨스케이팅 페어의 김주식(오른쪽), 염대옥 선수 등 평창 동계올림픽 북한 선수단이 지난 1일 강원도 양양 국제공항을 통해 입경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평창 겨울올림픽에 참가하는 북한 선수단 본진이 지난 1일 전세기편으로 양양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북한은 이번 대회에 지난달 25일 남북단일팀에 합류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 12명을 포함해 총 22명의 선수가 알파인·크로스컨트리 스키, 피겨스케이팅 페어, 쇼트트랙 등 종목에 출전한다.

 

10대 시절 스위스에서 유학하면서 스키를 접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겨울스포츠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2016년 11월 양강도 삼지연군(郡)을 방문해 사자봉체육단 선수들의 스키훈련을 참관하면서 “스키는 체력 단련에 좋고 대담성과 용감성을 키워주는 운동”이라며 ‘스키 예찬론’을 펼친 바 있다.
2013년 12월 완공을 앞둔 마식령스키장 건설현장을 현지지도 하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모습. [노동신문]

2013년 12월 완공을 앞둔 마식령스키장 건설현장을 현지지도 하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모습. [노동신문]

김정은 시대 들어 ‘체육중시’라는 구호 아래 스포츠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는 북한의 겨울스포츠 경기력은 어떨까.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자연환경 때문에 북한의 겨울스포츠 경기력이 상당할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지만, 실제 기량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
 

북한의 현실은 지금까지 획득한 겨울올림픽 메달 수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역대 겨울올림픽에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만을 수확했다. 2010년 제21회 캐나다 밴쿠버올림픽까지 북한이 참가한 7번의 올림픽 중에서 5번은 노메달에 그치고 말았다.
2006년 토리노 겨울올림픽 개회식 때 남북 선수단이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 입장하는 모습. [연합뉴스]

2006년 토리노 겨울올림픽 개회식 때 남북 선수단이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 입장하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의 겨울올림픽 첫 메달은 최초로 참가한 1964년 제9회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대회에서 나왔다.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3000m에서 한필화 선수가 은메달을 획득했는데 북한의 겨울올림픽 역대 최고 성적이다. 이후 1992년 제16회 프랑스 알베르빌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500m에서 황옥실 선수가 동메달을 획득했고 2000년대 들어서는 전무하다. 하계올림픽에서 54개의 메달(금 16·은 16·동 22)을 딴 것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김정은은 “닭알에도 사상을 재우면(넣으면) 바위를 깬다”고 북한 체육인들에게 자주 말했다. 정신력으로 조준하면 선수들의 ‘실력’으로 메달을 따지 못할 종목이 없다는 뜻이다. 특히 이 말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훈련하는 동계스포츠 선수들에게 해당한다. 
 
북한 경기력의 저하는 비교적 투자비용이 많이 드는 겨울스포츠의 특성 때문으로 보인다. 빙상 종목의 경우 아이스링크를 갖추고 종목마다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는 빙질(氷質)을 유지·관리하는데 큰 비용이 들기 때문에 다양한 종목의 선수들을 체계·지속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기 어렵다. 스키·썰매 종목 또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상황에서 설질(雪質) 관리와 세계수준의 기술을 반영한 고가 장비의 마련이 어려운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마식령스키장 남북공동훈련에 참가한 알파인스키 국가대표 상비군들과 북한 국가대표 및 선수들이 1일 북한 강원도 원산 인근에 위치한 마식령스키장에서 공동훈련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마식령스키장 남북공동훈련에 참가한 알파인스키 국가대표 상비군들과 북한 국가대표 및 선수들이 1일 북한 강원도 원산 인근에 위치한 마식령스키장에서 공동훈련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김정은 시대 들어 평양의 인민 야외 빙상장과 원산의 마식령 스키장, 자강도 강계 스키장 등을 새롭게 선보이며 인프라 확충에 나섰지만, 관광객 유치나 부유층을 위한 시설로 활용되고 있어 겨울스포츠 저변 확대와 전문선수 양성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북한 경제를 전공한 정유석 고양시정연구원 연구위원은 "1990년대 초반 들어 경제가 무너지고 고난의 행군 시기를 겪으며 겨울스포츠 관련 인프라 투자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며 "김정은 체제 들어서도 핵·미사일 개발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국면에서 사치품으로 분류되는 겨울스포츠 관련 장비의 도입은 여전히 어려운 과제"라는 설명이다.
북한이 지난 2014년 러시아 소치올림픽을 기념해 발행한 우표. 스키, 스피드스케이팅, 아이스하키, 봅슬레이 등의 종목을 소개하고 있다.[중앙포토]

북한이 지난 2014년 러시아 소치올림픽을 기념해 발행한 우표. 스키, 스피드스케이팅, 아이스하키, 봅슬레이 등의 종목을 소개하고 있다.[중앙포토]

겨울올림픽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겨울스포츠에 대한 관심은 북한이 발행하는 우표를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북한의 '우표창작기지'로 불리는 조선우표사는 만국우편연합(UPU) 협약에 따라 인물, 동식물, 유적, 산업, 관광 등을 소재로 한 우표와 국가 주요 행사나 역사적 사건을 기념한 우표를 발행한다.
북한이 스포츠 분야에서 발행한 우표(600여장)에서 겨울스포츠 관련 아이템도 비중 있게 다뤄졌다. 2014년 러시아 소치 올림픽을 기념해 발생한 우표를 살펴보면 남과 북의 용어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아이스하키는 ‘빙상 호케이’, 스피드 스케이팅은 ‘속도 빙상’으로 불린다. 또한 스키점프는 ‘스키 조약’, 알파인스키는 ‘스키 고산 경기’로 불리고 있다. 이 밖에 봅슬레이, 피겨스케이팅 등 다양한 겨울스포츠 종목을 우표로 소개하고 있다.

 
평창올림픽에서 세계 수준에 근접한 선수는 2017년 삿포로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피겨스케이트 페어 종목의 염대옥(19)-김주식(26)이다. 이들은 지난해 여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약 8주간 전지훈련을 통해 실력을 끌어올렸고 독일 오버스트도르프에서 열린 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네빌혼 트로피 대회에서 자력으로 평창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바 있다.
북한 쇼트트랙 선수들이 평양 보통강변에 있는 빙상관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화보집 조선]

북한 쇼트트랙 선수들이 평양 보통강변에 있는 빙상관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화보집 조선]

북한은 피겨 선수들을 육성하기 위해 김정일 생일(2월 16일)을 즈음해 백두산상 국제휘거(피겨)축전을 개최하고 있다. 간혹 건너뛰기도 하지만 해마다 열린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사망하기 열흘 전인 2011년 12월 5일 김정은과 함께 평양 보통강변에 있는 빙상관을 찾아 선수들을 격려할 정도로 피겨에 관심이 많았다. 지난해 2월 제25차 대회가 빙상관에서 열렸다. 참가국은 러시아·라트비아·벨라루스·이탈리아·체코 등이었다.

 

북한은 한국처럼 쇼트트랙에도 관심이 많다. 훈련 장소는 백두산상 국제휘거축전이 열리는 빙상관이다. 북한에서 쇼트트랙은 ‘짧은주로속도빙상’으로 불린다. 쇼트트랙 선수들은 청소년체육학교에서 재능을 인정받은 뒤 체육단으로 입단한 뒤 선수생활을 시작한다. 대표적인 선수로 이번 평창 겨울올림픽에 참가한 최은성(26)을 꼽을 수 있다. 장자산체육단 소속으로 2013년 12월 다누비아컵 쇼트트랙에서 종합 1위를 차지했다. 그 외에도 평창에는 오지 못했지만 홰불체육단의 주윤미, 평양철도국체육단의 최승 선수 등이 있다.
북한 쇼트트랙 선수들이 훈련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고 있다. [사진 화보집 조선]

북한 쇼트트랙 선수들이 훈련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고 있다. [사진 화보집 조선]

 

정영교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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