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경기장이 우리 집” 배추보이 이상호 ‘금배추’ 꿈꾸다

간발의 차다. 한 걸음만 더 가면 메달권이다. 그 한 걸음이 남은 과제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대한민국에 첫 설상(雪上) 메달을 안길 것으로 주목받는 알파인 스노보드 국가대표 이상호(23·한국체대·세계랭킹 10위). 올림픽 개막까지 6일 남은 지금, 그는 ‘초일류’와 ‘일류’의 갈림길에 서 있다.
 

스노보드 세계 톱10 단독 인터뷰

2일 강원도 원주시내의 한 호텔에서 이상호를 만났다. 평창올림픽 성화 봉송 주자로 선정돼 원주시내를 뛴 직후라고 했다. 색다른 경험으로 살짝 들뜬 듯한 23세 청년의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았지만 껄끄러운 질문부터 던져야 했다.
 

이상호

이상호

어릴 때부터 탄 슬로프서 경기 벌여
 
“올림픽 이전에 참여한 여러 번의 월드컵에서 메달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요. 7위에 두 차례 오른 것이 최고 성적이고, 지난달 28일 반스코(불가리아)에서 열린 올림픽 이전 마지막 월드컵에선 13위였지요. 금메달 전략에 차질이 생긴 건가요.”
 
이상호는 차분히 입을 열었다. “월드컵만 생각했다면 순위를 더 끌어올릴 수도 있었다”고 말문을 연 그는 “올 시즌의 목표는 오직 하나, 올림픽이다. 몸과 마음을 올림픽에 맞췄으니 올림픽에서 가장 좋은 성적이 나올 것이다. 평창올림픽을 기다려 보시길 권한다”고 했다. 나이답지 않게 침착해 동료들 사이에서 ‘곰’이라 불린다는 대한스키협회 관계자의 전언이 떠올랐다.
 

기록으론 정상권 … 1대1 승부 관건
 
이상호의 주 종목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은 기록으로만 순위를 가리는 대부분의 설상 종목과 달리 1대1 토너먼트 대결이 포함돼 있다. 종목 명칭에 ‘평행(parallel)’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이유다. 예선 성적을 기준으로 상위 16명을 가린 뒤 두 명씩 맞대결을 펼쳐 최후의 1인을 가린다. 예선 순위가 높은 선수는 두 개의 코스(레드와 블루) 중 한 곳을 선점할 수 있고, 상대 선수와의 예선 기록 차이만큼(최대 1.5초) 먼저 출발할 수 있다.
 
슬로프 상태와 컨디션은 물론 상대 전적에 따른 심리 상태 등 따져봐야 할 변수가 많다. 몇몇 선수가 금메달을 독식하는 여타 종목과 달리 평행대회전에서 매 대회 우승자의 얼굴이 바뀌는 이유다. 올 시즌 이상호는 기록만 재는 예선에서는 1위에 오르기도 했지만 결선 토너먼트에선 좀처럼 8강의 벽을 넘지 못했다. 8강 고개만 넘으면 일단 메달권이고, 관중들의 응원을 받는 홈이어서 이상호가 유리하다.
 
이상호는 “올 시즌 상위권 선수들은 전반적으로 성적이 비슷했다”면서 “순위 자체보다는 올 시즌 단 한 번을 제외하고 모든 대회에서 결선에 오르며 경기력이 고르게 나온 점에서 만족하고 있다”고 했다.
 
비시즌 중 함께 팀을 이뤄 훈련한 세계랭킹 4위 라도슬라프 얀코프(29·불가리아), 8위 실뱅 뒤푸르(37·프랑스)와 토너먼트에서 만나 종종 패한 것 또한 경기력보다는 경험을 포함한 심리적 요소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상헌(43) 알파인 스노보드대표팀 감독은 “기록으로만 보면 이상호가 두 선수를 앞선 지 꽤 됐다. 일대일 토너먼트는 데이터로 설명하기 힘든 미묘한 변수들이 한꺼번에 작용하는 승부”라면서 “지금 두 선수에 비해 부족한 건 큰 경기 경험뿐이다. 시간이 해결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홈 이점 살려 8강 넘으면 메달 보여
 
스노보드는 내년 2월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한국 설상 종목 사상 첫 금메달을 노린다. 금메달 후보인 알파인 스노보드 국가대표 이상호가 휘닉스 스노우파크에서 훈련하고 있다.

스노보드는 내년 2월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한국 설상 종목 사상 첫 금메달을 노린다. 금메달 후보인 알파인 스노보드 국가대표 이상호가 휘닉스 스노우파크에서 훈련하고 있다.

평창올림픽은 이상호에게 ‘우리 동네 체육 잔치’다. 강원도 정선 출신으로 초등학생 때 집 근처 배추밭에 쌓인 눈에서 스노보드를 처음 배웠다. ‘배추보이’라는 별명의 유래다. 성화 봉송 주자 역할을 맡은 것 또한 ‘강원도의 아들’이라는 프리미엄이 작용한 결과다. 이상호는 “어려서부터 많은 분이 응원하고 도와주신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면서 “부담감으로 이어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즐기고 감사하면서 뛰고 있다. 올림픽 기간에도 팬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림픽 스노보드가 열리는 평창 휘닉스 스노우파크는 어려서부터 제집 드나들 듯하던 곳이다. 이상호가 대회 기간 중 선수촌에 들어가지 않고 휘닉스 스노우파크를 숙소로 쓰는 이유도 ‘익숙함’ 속에서 집중하기 위해서다. “우리 집 못지않게 편안함을 느끼는 곳에서 생활과 훈련을 함께 할 수 있어 기대하고 있다”고 밝힌 그는 “평창올림픽에서 메달을 목에 걸면 휘닉스에 내 이름을 딴 슬로프가 생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대회가 끝난 뒤 ‘이상호 슬로프’에서 마음껏 보딩을 즐기고 싶다”고 덧붙였다.
 

“메달 따면 이상호 슬로프 만든대요”
 
한국은 역대 겨울올림픽 설상 종목에서 단 한 개의 메달도 수확하지 못했다. 1948년 생모리츠(스위스) 대회 이후 올림픽 무대에서 총 53개의 메달(금 26, 은 17, 동 10)을 가져왔지만 모두가 빙상(氷上)에서 나왔다. 평창올림픽에도 전체 금메달 102개 중 절반에 해당하는 61개의 금메달이 설상에 걸려 있지만 메달을 기대할 수 있는 선수는 이상호와 대학 1년 선배인 모굴 스키 간판 최재우(24·한국체대) 정도다.
 
‘설상 종목 첫 올림픽 메달리스트’ 타이틀은 누구에게 돌아갈까. 이상호는 “(최)재우 형과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는 사이지만 올림픽 메달에 대한 이야기는 단 한 번도 나눠본 적이 없다. 누가 됐든 메달을 딴다면 진심으로 축하할 수 있다. 대신 기회가 온다면 놓치지 않겠다. 반드시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는 당찬 다짐을 들려줬다. 일정으로 보면 최재우가 유리하다. 최재우가 뛰는 모굴 스키는 12일 결선이 열리고 이상호는 24일이다.
 
이상호가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책임감이다. “나를 제외한 대부분의 스노보더들은 여전히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겪으며 힘들게 운동한다. 내가 선구자가 되고 싶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후배들도 충분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싶다”고 했다. 차분하던 이상호의 목소리는 이 말을 할 때 약간 울컥한 듯했다.  
 
이상호는 …
생년월일
1995년 9월 12일
체격
1m80㎝, 75㎏
별명
배추보이
국제대회 데뷔
2010년
세계 랭킹
10위
주요 이력
2017년 3월 터키
월드컵 준우승
2017 삿포로
겨울아시안게임 2관왕
 
원주=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