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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 SKY 붙이려고 동국·한양대 출신 떨어뜨렸다”

은행권 채용비리의 파문이 일파만파다. 지난해 우리은행에 이어 국민·하나은행까지 지원자 중 특별관리 대상 명단을 따로 관리하거나 특정 대학 출신을 합격시킨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금융지주사의 지배 구조까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하나은행 신입행원 채용 임원면접 점수 조정 현황

하나은행 신입행원 채용 임원면접 점수 조정 현황

하나은행은 2016년 신입 행원 공채에서 이른바 ‘SKY’ 대학 출신을 뽑기 위해 면접 점수를 조작한 것이 금융감독원 검사에서 확인됐다. 2일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하나은행 인사부는 서울대 출신 지원자 A씨의 임원면접 점수를 2점에서 4.4점으로 올리는 등 총 7명의 점수를 상승시켰다. 이런 식으로 불합격권이던 서울대 2명, 연세대 1명, 고려대 3명, 위스콘신대 1명이 최종 합격자 명단에 들어갔다. 대신 합격권에 있던 다른 대학 출신 7명은 떨어졌다.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출신 지원자 B씨는 면접 점수가 4.8점으로 우수했지만 인사부가 3.5점으로 깎아서 불합격시켰다. 가톨릭대·동국대·명지대·숭실대(각 1명), 건국대(2명)를 나온 지원자가 부당하게 떨어졌다. 하나은행은 현직 사외이사의 지인과 계열사인 하나카드 사장 지인 자녀의 면접 점수를 상향 조정해 합격시킨 정황도 이번에 적발됐다.
 
이에 하나은행 측은 이날 “당행은 지원자의 역량, 주요 거래 대학 등 영업의 특수성 등을 고려해 신입 행원을 선발해 왔다”며 “명문대 출신 특혜를 받았다는 지원자 7명 중 입사 포기자가 3명인 점은 특정 대학에 특혜 제공이 없었다는 방증”이라는 입장을 냈다.
 
국민은행은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종손녀(누이의 손녀) C씨가 임원면접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합격한 사실이 이번 검사에서 드러났다. C씨는 2015년 상반기 공채에서 서류전형 840명 중 813등, 1차 면접 300명 중 273등으로 최하위였다가 2차 면접에서 120명 중 4등으로 합격했다. 이에 대해 허인 국민은행장은 지난 1일 경영관리회의에서 “이 지원자는 지역할당제로 입사했고 특혜 채용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국민은행은 전직 사외이사 자녀를 서류전형에서 합격시키기 위해 일부러 합격자 수를 늘린 정황도 적발됐다.
 
이번 채용비리 적발은 청탁에 약한 은행의 속성을 드러내 준다. 사외이사·주요 거래처의 자녀·지인 명단을 아예 별도로 관리하면서 특혜 채용을 해온 것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에 대해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금융회사는 주인이 없다 보니 이해관계자가 많고 외부의 압력에 약하다”며 “은행이 일자리를 뇌물로 삼아 특정 사람에게 청탁하는 미끼로 사용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금감원의 검사 결과에 대해 은행 측이 “채용비리가 아니다”며 맞서고 있는 만큼 법적인 책임 소재는 검찰 수사와 재판을 통해 가려질 전망이다.
 
채용비리 의혹으로 지난해 11월 자진 사퇴한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은 2일 검찰에 의해 공개채용 과정에서 합격자를 조작한 혐의(업무방해)로 불구속 기소됐다. 서울북부지방검찰청에 따르면 이 전 행장은 2015~2017년 공채에서 ‘청탁 명부’를 별도로 관리하면서 불합격권에 있던 국가정보원과 금융감독원 등 권력기관 고위 공직자, 고액 거래처와 내부 임원진 자녀 37명을 부정한 방법으로 서류전형에서 합격시켰다. 이 가운데 31명은 최종 합격자 명단에 들어갔다. 검찰 수사 결과 이 전 행장 등은 서류전형 합격자 초안을 살펴보고 청탁 대상자가 불합격권이면 그 이름에 동그란 합격점(●)을 찍었다. 그로 인해 기존에 합격권에 들었던 지원자 일부는 불합격 처리됐다.
 
이번에 적발된 국민·하나은행 등 5개 은행의 채용비리 정황에 대해 금감원은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만약 수사 과정에서 이들 은행과 금융지주사의 최고경영진이 연루된 것이 확인된다면 지배 구조마저 위태롭게 된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따라 금융회사 임원이 금고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는 경우엔 임원 자격을 잃고, 금융당국이 해임 요구를 할 수 있다. 또 은행법 54조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은행의 건전한 운영을 해치는 임원에 대해 주주총회에서 그 임원의 해임을 권고할 수 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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