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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한화, 업어주고 싶다" 말한 네가지 숨은 이유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 충북 진천에 있는 한화큐셀 공장을 방문했다. 취임 후 9개월 만의 첫 대기업 방문이었다. 취임 초기부터 ‘반기업 정서’ 등에 대한 우려가 나왔지만, 문 대통령은 한화큐셀을 방문한 자리에서 “업어주고 싶다”는 파격적인 말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충북 진천 한화큐셀 진천공장을 방문해 일자리나누기 공동선언식을 마친 후 생산라인을 시찰하고 있다.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충북 진천 한화큐셀 진천공장을 방문해 일자리나누기 공동선언식을 마친 후 생산라인을 시찰하고 있다.청와대 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이 처음으로 방문한 대기업이 왜 한화가 됐을까. 단서는 문 대통령 취임 이후 한화 그룹과 문 대통령의 직ㆍ간접적 스킨십 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
 
①대기업 방미단 중 유일하게 포함된 방산업체
지난해 6월 28일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했다. 강경론으로 치닫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 등에 대한 각종 우려가 쏟아질 무렵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6월 30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공동 언론 발표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6월 30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공동 언론 발표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양 정상의 첫 대면을 마친 뒤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려했던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무역 불균형 문제를 꺼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2일 “비공개 회담 테이블에 배석했던 고위 인사가 회담이 끝나자마자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가 있느냐’고 하더라”며 당시 회담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문 대통령의 미국 순방을 수행했던 52개 국내 기업들은 “향후 5년간(2017~21년) 미국에 128억 달러(14조6000억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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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에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을 대신해 방미에 참여했던 신현우 한화테크윈 사장이 포함돼 있었다. 한화테크윈은 당시 문 대통령을 수행했던 대기업 중 유일한 군수ㆍ방위산업 업체다. 방위산업과 LNG(액화천연가스) 등은 미국 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이 밀집해 있던 이른바 레드 스테이트(Red Stateㆍ공화당 지지 지역)의 핵심 산업 기반을 이루고 있다.
 
당시 청와대는 한화테크윈보다 대미 방위산업 협력 규모가 훨씬 큰 KAI의 경제사절단 신청을 거절하고 한화테크윈은 포함시켰다. KAI는 상대적으로 대미 수출 비중이 크다. 하지만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했던 대미 투자, 미국 내 일자리 창출 등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에 맞는 기업은 한화테크윈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②대표적 ‘미국통’ 기업가 오너
 
 대미 외교와 관련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적 시각의 상당 부분은 미국 내 공화당 인맥 부족과 관련이 있다. 
 김승연 회장은 대기업 오너 가운데 대표적인 ‘미국통’으로 꼽힌다. 선친인 김종희 전 회장이 한미친선협회 이사로 활동하면서 구축한 미국 내 공화당 인맥을 이어받았고, 이를 바탕으로 2001년부터는 한미교류협회장으로 활동하며 미국 정계에 폭넓은 인맥을 형성했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은 1월 26일 저녁 서울 더플라자 호텔에서 에드윈 퓰너(Edwin J. Feulner Jr.) 美 헤리티지재단 회장을 만나 한미간 경제교류 및 한반도 상황 등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한화 제공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은 1월 26일 저녁 서울 더플라자 호텔에서 에드윈 퓰너(Edwin J. Feulner Jr.) 美 헤리티지재단 회장을 만나 한미간 경제교류 및 한반도 상황 등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한화 제공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하게 됐지만, 김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에 국내 재계 인사 중 유일하게 초청을 받기도 했다. 보수 성향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의 초청이 있었다.
 
 헤리티지 재단의 창립자로, 총재에서 물러난 뒤 아시아연구센터 이사장으로 있는 에드윈 퓰너와는 최근에도 별도 환담을 하는 등 두터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퓰너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수위원회 선임고문으로 트럼프의 외교·안보 분야를 자문했다.
 
 헤리티지재단은 민간외교에 기여한 김 회장의 공로를 인정해 2011년 워싱턴 펜실베이니아에 있는 헤리티지 의회 빌딩 2층 콘퍼런스센터를 ‘김승연 콘퍼런스센터’로 명명하기도 했다.
 
③태양광 발전과 예고 없던 대통령의 세일즈
 지난해 7월 문 대통령은 이틀에 걸쳐 대기업 총수를 청와대로 초청해 ‘호프 타임’을 겸한 만찬 간담회를 했다.  
한화그룹에서는 금춘수 부회장이 참석했다. 그는 한화그룹의 태양광 산업 진출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당시는 문 대통령은 탈(脫)원전 정책을 내세우며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 주력하던 시점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주요 기업인과 ‘호프 미팅’을 했다. 왼쪽부터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박정원 두산 회장, 금춘수 한화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문 대통령, 구본준 LG 부회장, 손경식 CJ 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함영준 오뚜기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주요 기업인과 ‘호프 미팅’을 했다. 왼쪽부터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박정원 두산 회장, 금춘수 한화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문 대통령, 구본준 LG 부회장, 손경식 CJ 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함영준 오뚜기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금 부회장에게 “한화가 요즘 태양광 신재생에너지에 아주 역점을 많이 두고 있다”고 말했고, 금 부회장은 “전에는 고전했는데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지원을 해주고 있어 힘을 받고 있다. (지난해 세계 발전용량 중 태양열이 차지하는 비중이) 5%가 안 되는데 앞으로 좀 더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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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달 뒤인 지난해 10월 17일. 문 대통령은 서울 성남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예고 없이 한화테크윈 부스를 25분간 방문했다. 부스에서는 아랍에미리트(UAE)의 국영 방산기업 EAI 대표가 한화테크윈과 양해각서(MOU) 체결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17일 오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서울 ADEX) 2017' 개막식에 참석해 블랙이글스 T-50 1호기에 올라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17일 오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서울 ADEX) 2017' 개막식에 참석해 블랙이글스 T-50 1호기에 올라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UAE 관계자에게 악수를 청하며 “한화의 차기 다연장 ‘천무’는 정말 훌륭하다. 잘 봐달라”고 제품을 직접 홍보하며 2~3분간 별도 대화를 나눈 뒤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④노사 합의로 일자리 나눈 한화에 “업어주고 싶다”
 
취임 2년 차를 맞은 문 대통령은 현재 2030 세대의 지지율 이탈 위기를 겪고 있다. 청년 실업률이 최고조로 올라온 상황에서 암호 화폐 관련 논란과 남북 단일팀 구성 과정에서의 부정적 여론 등이 겹친 상태다.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서도 재계의 반발에 직면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충북 진천 한화큐셀 진천공장을 방문해 일자리나누기 공동선언식을 마친 후 생산라인 시찰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충북 진천 한화큐셀 진천공장을 방문해 일자리나누기 공동선언식을 마친 후 생산라인 시찰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런 상황에서 한화큐셀은 노사 합의로 노동시간을 줄이되 급여는 90% 이상 보전하고, 고용을 늘리는 형태의 일자리 나누기를 시행했다.
 
그리고 문 대통령은 1일 취임 후 처음으로 대기업의 공장을 직접 방문해 “노동시간이 단축돼 급여가 줄게 될 텐데, 노사 대타협으로 급여는 기존의 90% 이상 수준을 유지하도록 합의를 이뤘다”며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사회적 대타협이고, 노사화합이라고 생각한다 “고 말했다. 그러면서 “업어드리고 싶다”고 했다. 한화큐셀이 일자리 나누기로 신규고용한 직원은 500명 규모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충북 진천 한화큐셀 진천공장에서 열린 일자리나누기 공동선언식을 마친 후 태양광 모듈에 서명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충북 진천 한화큐셀 진천공장에서 열린 일자리나누기 공동선언식을 마친 후 태양광 모듈에 서명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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