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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최측근 김희중의 배신··· 그 뒤엔 '플리바기닝' 있다

‘협조자’ 이헌수 불구속 기소…논란많은 거래 ‘플리바기닝’
 
2016년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한 이헌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 [중앙포토]

2016년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한 이헌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 [중앙포토]

지난 1일 검찰이 이헌수(65) 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을 뒤늦게 불구속 기소했다. 친 정부 성향 보수단체에 정부 지원금을 몰아준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사건과 관련, 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된지 4개월 만이다.
 
검찰은 지난달 6일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유용 혐의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추가 기소하고, 이병기ㆍ이병호 전직 국정원장 두 명을 구속기소하면서도 이 전 기조실장만 기소 대상에서 제외했다.
 
검찰이 이 전 실장을 불구속기소하고 기소 또한 최대한 늦춘 이유는 사실 그가 국정원 특수활동비 사건 수사의 ‘협조자’이기 때문이다. 국정원의 예산 업무를 담당한 이 전 실장은 박근혜 정부(2013~2017년)에서 특활비 41억 원을 고위공직자ㆍ정치인에게 직접 건넨 당사자다. 한 수사 관계자는 "그의 진술을 기반으로 국정원의 돈 전달 고리를 파악했던 것이 일정부분 사실"이라며 "무조건적인 구속 수사를 굳이 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 전 실장의 사례처럼 자신의 죄를 자백하거나 다른 사람의 범죄에 대해 털어놓는 대가로 선처를 약속받는 행위를 '플리바기닝'(Plea Bargaining) 또는 '유죄협상제'라고 한다. 주로 보스가 지시하고 부하가 이행하는 조직범죄 수사에서 부하들로부터 보스의 범죄 혐의에 대한 진술을 끌어내는 데 활용된다. 미국을 비롯한 영미법계 국가에선 일반화돼 있고, 대륙법계 국가 중에서도 독일ㆍ프랑스ㆍ일본이 이미 도입했다. 
 
국내의 경우 검찰이 조세포탈 등 경제 분야 수사나 중대 범죄수사에서 암묵적으로 플리바기닝을 활용하고 있다. 최근 이명박 정부(2008~2013년) 특수활동비 수사 과정에서도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김진모 전 청와대 민정2비서관은 구속 수사를 받고 있지만, 김희중(48)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에 대해선 검찰이 아직 신병처리 방향을 결정하지 않았다. 김 전 부속실장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달러로 환전된 형태의 특활비 10만 달러를 청와대 측에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2012년 7월 구속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할 당시 김희중 전 청와대 부속실장. [중앙포토]

2012년 7월 구속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할 당시 김희중 전 청와대 부속실장. [중앙포토]

법조계에선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 이후 검찰이 지나치게 플리바기닝을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국내 법 체계에선 플리바기닝이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39)씨가 대표적인 경우다. 장씨는 삼성을 압박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 원을 지원하도록 강요한 혐의를 받았지만 검찰은 그를 불구속기소만 했다. 
 
1심에서도 비교적 형량이 낮은 징역 1년6개월만 구형했다. 그렇지만 법원이 도리어 2년6개월 선고하고 장씨를 법정구속했다. 수도권 법원에 근무하는 한 부장판사는 “수사에 협조해줬다고 해서 죄질이 불량한 피의자를 기소조차 안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플리바기닝을 제도화하는 것은 검찰의 숙원사업이다. 대검찰청 직속 검찰개혁위원회는 '사법협조자 소추면제'(형벌감면) 제도의 세부안을 마련해, 올 상반기 내 검찰에 제도 도입을 권고할 계획이다. 적용 대상은 뇌물·알선수재·알선수뢰·배임·횡령 등 5대 부패범죄에 한정될 전망이다. 
 
검찰개혁위 관계자는 "중대부패범죄의 경우 물증과 상당한 정황을 확보하고서도 진술이 없어 몸통을 처벌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며 "인권침해의 요소가 적은 방식으로 진술을 유도해 증거를 취득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영미법 체계에서 플리바기닝의 요건은 단순하다. 피의자 본인이 저지른 범행에 대한 고백일 경우에만 가능하다. 이후 검사와의 협상을 통해 자신의 범행에 대한 죄를 스스로 인정하고 그 보답으로 형사처벌의 감면혜택을 약속받는다. 독일은 2009년 9월 개정형법에 '중대한 범죄행위의 사건규명 및 방지를 위해 협조를 한 증인에게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내란·외환, 범죄조직을 통한 절도·장물취득, 강간, 아동성폭행 등이 적용 대상이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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