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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의 직격 인터뷰] “암호화폐, 주식처럼 종목 다양해지고 지수도 나온다”

블록체인협회 66개 회원사 이끄는 진대제 회장 
암호화폐 열풍이 뜨겁다. 최근 기자도 “2년 전 비트코인 한 개당 10만원에 사들여 2000만원에 팔았다”는 사람을 우연히 만났을 정도다. 국내 투자자만 300만명에 달한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통화냐, 아니냐”며 우왕좌왕하는 사이 암호화폐는 인터넷 발명 이후 산업구조의 최대 ‘게임체인저’가 됐다. 뒤늦게 정부도 단속 위주에서 안정적 관리로 입장을 바꾸었다. 시장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빗썸ㆍ코빗 등 암호화폐 거래소, 연구기관, 응용처 등 66개 회원사가 모여 출범한 블록체인협회는 암호화폐 생태계 구축에 나섰다. 이 단체의 회장이 ‘반도체 신화’의 주역 진대제라는 점이 더욱 흥미롭다. 미국 IBM 연구소에서 1985년 삼성전자로 스카우트돼 90년 세계 첫 16메가 D램을 개발한 그가 말하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 봤다.  
진대제 블록체인협회 이사장이 30일 서울 서초구 논현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사옥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진대제 블록체인협회 이사장이 30일 서울 서초구 논현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사옥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삼고초려 끝에 블록체인협회장을 맡았다고 들었다. 기술을 알고 정책 경험도 있어 적임자라는 평가다. 
“암호화폐를 산 적도 관련기업에 투자한 적도 없다. 지난달 26일 협회 출범할 때도 이해관계 없이 중립적으로 일을 보겠다고 말했다. 비상임이고 보수도 받지 않는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되나.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불가분의 관계처럼 보이는데, 그 차이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블록체인은 금융 거래의 장부처리에 적합한 정보기술(IT)이고 그 수단이다. 그런 기술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파생상품처럼 나온 것이 암호화폐다. 요즘 너무 과열 분위기라 자율적 규제와 합리적 활성화가 필요하다. 그래서 협회 산하에 블록체인산업발전위원회와 자율규제위원회를 설치했다. 암호화폐를 활성화하되 불법ㆍ탈법적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정부의 위임을 받아 자율 규제 범위를 만드는 거다.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하면 위축되니까 스스로 통제해보자는 것이다.”  
상당히 시급한 일이 됐다. 
“암호화폐 투자 열기가 뜨겁지만 블록체인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게 현실이다. 그래서 부작용도 많다. 어떤 방식으로 규제해나가면 좋을지 상반기 중 정리해나갈 예정이다.”  
일본에 비해서도 한참 뒤처졌다. 
“일본의 규제 방식을 많이 원용하려고 한다. 일본은 우리의 자본시장법에 해당하는 자본결제법에서 암호화폐를 규율하고 있다. 주식회사 다루듯 하는 것이다. 그만큼 규제는 엄격하다. 그런데 우리는 전자상거래법에 두고 있다. 그냥 전자상거래 상품 정도로 보는 것이다. 우리도 자본시장법에 포함시키는 게 맞는다고 본다. 주식에 준하는 규제를 해야 할 것 같아서다.”  
어떤 점에서 주식과 닮았다는 건가. 
“암호화폐, 즉 코인을 캐서 상장하는 ICO(암호화폐공개) 과정이 주식과 매우 유사하다. 코인을 만들 때 응용 가능성과 발전성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게 된다. 주식처럼 코인 발행 비용 대비 가격(PER)도 계산할 수 있다. 실질적인 거래량과 수수료를 반영하는 지수를 개발할 수 있고, 이걸 전 세계에 발표해야 된다. 아직 아무도 안 했으니 우리가 최초로 하려고 한다.”  
2009년 비트코인을 개발한 사토시 나카모토도 생각 못 했을 것 같다.
“코인의 실질적인 용도, 거래량, 사용자, 수수료, 투자비용에 대한 분석이 나오면 코인의 가치가 평가될 수 있다. 그게 시원치 않으면 ICO를 했더라도 상장 폐지도 하고, 좋으면 좋다고 얘기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 건전한 암호화폐 생태계가 만들어질 것 같다고 보게 됐다.”  
그렇게 되면 결국 통화를 대체할 수 있을까. 
“암호화폐가 나온 근본 배경을 볼 필요가 있다.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미국 뉴욕에선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캠페인이 일어났다. 경제가 나쁘니 양적완화를 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중앙은행을 통해 달러를 팍팍 찍어내자 반감이 확산된 것이다. 돈을 찍어낼수록 개인의 자산이 (인플레이션으로) 손실을 보게 되니 왜 그래야 되느냐 생각한 것이다. 금융위기가 터지고 손해 봤는데 금융회사 사장들처럼 사고 친 사람들은 어떻게 수백억씩 보너스를 받느냐는 반감이었다. 사토시처럼 이런 생각 가진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만든 것이다.”  
진대제 블록체인협회 이사장이 30일 서울 서초구 논현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사옥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진대제 블록체인협회 이사장이 30일 서울 서초구 논현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사옥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그 기반이 블록체인 기술이었다.
“통화에 도전해 암호화폐를 들고나온 사람들은 중앙집권이 아니라 분산을 시키자는 거였다. ‘거래장부를 한 만 명쯤이 갖고 있으면 누가 조작도 못 하지 않느냐’면서 상당히 유토피아적인 생각이었다. 공동으로 거래장부를 갖고 집단으로 암호를 풀게 하는 기술이 블록체인이고, 거기에 필요한 결제수단이 바로 디지털의 기본 단위인 비트(bit)를 따 이름 붙인 비트코인이다.”  
관건은 보편성 아니겠나. 
“쓰는 사람이 많아져야 한다. 즉 비트코인 사고파는 사람들이 있어야 하는데 코인 만든 사람, 채굴자, 상품 사는 사람 등 이게 생태계인데,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어야 블록체인이라는 엔진이 굴러간다. 그게 커지면 비트코인이 법정 화폐만큼 많이 쓰일 것 아니겠나.”  
아직은 현실과의 괴리가 커 보인다. 
“비트코인을 처음 만들 때의 기대와 지금의 현상은 좀 다르다. 비트코인으로 물건이 막 팔리고 가맹점도 많아야 하는데, 국내엔 비트코인 가맹점이 140곳밖에 없다. 전 세계에도 몇 만 곳에 그친다. 비트코인으로 피자 사 먹으려면 비트코인을 블록체인에 넣어서 보내고 받고 해야 하는데 아직 그렇게는 안 되고 있다.”  
무엇이 걸림돌인가. 
“블록체인으로 거래를 하려면 그 암호를 푸는 1만명쯤 되는 ‘노드(블록체인 네트워크 참여자)’를 거쳐야 한다. 하나의 거래 속에는 수많은 블록이 있는데, 암호를 풀어서 ‘내가 먼저 했다!’고 하면 누군가 인증을 해준다. 그러면 그 노드는 보너스로 비트코인을 50개 받게 된다. 그러면 나머지 9999개 노드는 허탕을 친 거다. 보상을 못 받는다.”  
코인 채굴하는 데 드는 전기가 아르헨티나 전체가 쓰는 만큼이라고 한다. 
“블록을 하나 캐기 위해서는 굉장히 어려운 확률로 그것을 맞춰야 한다. 숫자를 맞춰내면 블록이 완성되는 건데 그걸 위해 똑같은 작업을 수만 번 또는 수십억 번 한다. 에어컨만큼 전기를 먹는 컴퓨터를 수천 대 갖다 놓고 한다. 보너스로 받은 비트코인을 팔아서 전기료를 내게 돼 있는 시스템이다. 즉 수수료가 너무 비싸지는 거다. 그 매몰비용을 댈 수가 없다.”  
한국은 채굴 경쟁력은 없는 것 같다.
“처음에 하다가 전기세도 비싸고 비용이 많이 드니까 많이 줄게 됐다. 중국 등 다른 나라에서 채굴한 것을 우리가 주로 유통하고 있을 뿐이다. 채굴은 점점 어려워진다. 캐는 것보다는 블록체인 생태계 구축이 더 중요하다. 그러려면 블록체인이 돌아가는 허브가 되어야지, 코인이 바깥에서 거래되는 허브는 의미가 적다.”  
생태계가 금세 구축되진 않을 텐데.
“암호화폐가 1400개에 달하지만 아직 통화처럼 교환 수단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결제수단으로 쓰더라도 해당 코인을 쓰는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만 되는 거다. 그러니 지금도 코인의 94% 정도가 유통이 안 되고 있다. 나중에 값이 오르겠지 하고 가지고 있는 거다. 상당히 자기 모순적인 문제가 있다.”  
냉정한 평가라고 본다. 
“이런 맹점들을 개선해 나가고 앞으로 나오는 암호화폐들은 그런 문제들을 개선한 특별한 응용처에 따라 가치가 평가될 것이다. 그래서 주식처럼 엄격하게 다뤄야 한다는 말이다.”  
거래소가 계속 털리고 있다. 
“거래소는 블록체인과 관계가 없다. 거래소가 전자지갑 속 코인을 실물 돈으로 사고팔고 하는 거다. 제대로 한다면 이것도 블록체인으로 해야 하지만, 그렇게 하면 결제가 오래 걸린다. 비트코인은 한 개에 10분 걸린다. 주로 단타매매여서 하루면 초장기 보유자라니 10분이면 상당히 길다. 거래소 해킹은 인터넷에 방어막을 튼튼히 하는 수밖에 없다.”  
2030세대의 투자 광풍은 어떻게 보나. 투자 실패로 대학생이 목숨을 끊었다는 소문까지 나온다. 
“무조건 투자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투자할 때는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정부가 설득력 있게 대응책을 제시하고 투자자 보호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신규 투자자는 어찌해야 하나. 
“주식을 살피듯 암호화폐의 가치를 잘 평가해야 한다. 그러려면 블록체인의 두 가지 성격을 잘 이해해야 한다. 우선 ‘퍼블릭’이다. 완전히 개방돼 많은 사람이 쓰도록 한다는 점이다. 또 하나라는 주식 종목처럼 특성이 제각각이란 점이다. 대장주라고 할 수 있는 비트코인은 10분에 한 번씩 결제되고 암호를 푸는 것도 어렵다. 그래서 용도에 맞춰 단순화시킨 암호화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2.4초 만에 결제될 수 있게 한 게 이더리움이다. 거래를 할 때는 일련의 계약이 있는데 그걸 통틀어서 스마트 계약을 블록체인으로 돌리자고 한 게 이더리움이다. 국제간 송금하는 것 쉽게 하자 해서 만든 게 리플이다. 이렇게 수천 개가 나오면 어느 주식이 좋냐고 묻는 것과 똑같게 된다.”  
400년 전 튤립 파동에서 시사점을 찾는다면. 
“ITㆍ닷컴 버블처럼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하지만 튤립은 말라 비틀어져서 못쓰게 되니까 끝이 보여서 값이 떨어졌지만, 코인은 블록체인과 연결돼 있어 쉽게 없어진다고 얘기할 수 없다. 지금 화폐 기능으로 통일이 안 되지만, 블록체인은 변화무쌍하게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서 튤립처럼 붕괴되지는 않을 것이다. 더구나 암호화폐와 무관하게 특정 분야에서 활용되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의 쓰임새는 제조업과 IT산업에서 무궁무진하게 확장될 수 있다.”  
돈 벌었으면 세금을 내야 할 텐데. 
“이득이 생기면 내야 하고, 거래세가 적합하다. 주식에 준해서 하면 될 것 같다.”  
김동호 논설위원 
※ 이 취재에는 윤가영 인턴기자가 참여했습니다. 
진대제(66)는…
2000년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총괄 사장을 거쳐 2003년부터 3년간 노무현 정부에서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냈다. 2006년 설립한 스카이레이크 인베스트먼트의 누적 펀드금액은 2조원에 달한다.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거쳐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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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