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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경쟁력 5→7위 하락' 감춘 정부의 꼼수 홍보


‘과학 경쟁력 하락’ 감춘 정부의 꼼수 홍보
 

8위였던 2013년과 지난해 비교
5위였던 2016년 자료 일부러 제외
문제점 개선보다 감추기에 급급
“반성문 쓰는 심정으로 정책 고민을”

한국의 과학기술 역량

한국의 과학기술 역량

‘피(P)할 것은 피하고 알(R)릴 것만 알리는 게 홍보’. 민간기업 홍보(PR) 업계에서 내부 불문율처럼 전해지는 표현이지만 정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1일 ‘2017년도 과학기술혁신역량평가’ 결과를 발표하면서 지수 및 순위가 과거에 비해 추락했음에도 거꾸로 “전반적으로 개선됐다”고 발표한 것으로 드러났다.
 
과기정통부는 이날 발표 자료에서 “지난해 과학기술혁신역량평가 결과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7위를 차지했으며 전반적으로 혁신 역량이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최근 5년간 자원·네트워크·성과 부문의 순위가 상승했으며 활동 부문은 순위를 유지하는 등 전 부문의 순위가 전반적으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이 순위는 공개돼 있는 OECD 자료 및 지표를 바탕으로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매년 평가하는 것이다.
 
하지만 2016년과 비교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KISTEP에 따르면 2016년 한국의 과학기술혁신역량은 미국·스위스·일본·독일에 이은 5위였으나 지난해에는 미국·스위스·이스라엘·일본·독일·네덜란드에 이어 7위로 두 계단 내려앉았다. 이스라엘은 그간 ‘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평가 대상국에서 제외됐으나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 투자가 세계 1위이며 각종 성과에서도 세계 정상 수준인 국가가 평가에서 제외된 것은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계속되자 2017년 평가에서 새로 포함됐다.
 
한국이 2017년 전체 순위에서 두 계단 내려간 이유는 30개의 세부지표 중 핵심적인 부분에서 순위가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특히 창업활동지수가 2016년 14위에서 지난해 23위로 크게 추락했다. 기업 간 기술협력 부문도 23위에서 26위로 3계단 떨어졌다. 이 밖에도 정부·대학의 연구개발비 중 기업재원 비중(10→11위), 하이테크산업의 제조업 수출액 비중(1→2위), 세계 상위 대학 및 기업 수(7→8위) 등에서도 한 계단씩 내려앉았다. ‘모범생’ 이스라엘이 새로 등장한 것도 한국의 순위를 떨어뜨린 주원인이다.
 
과기정통부는 이날 2016년 자료를 쏙 빼놓고 2017년 지표 및 순위를 발표했다. 대신 전체 순위 8위였던 2013년의 부문별 순위를 적시하고 당시보다 순위가 개선됐다고 적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부족한 부분이 있었음을 인정한다”면서도 “의도적으로 2016년 자료 발표를 빼놓은 것은 아니며 ‘네트워크와 환경 부문에서는 다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명시했다”고 말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과학기술계의 한 인사는 “과학기술 혁신 역량평가는 부문별로 세계 주요국들과 현재 수치는 물론 과거 수치와도 비교해 한국 과학기술의 현주소를 점검해 약한 부분이 있으면 공개하고 정책을 통해 강화시켜 나가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라며 “과기정통부는 이와는 정반대로 취약한 부분을 되레 숨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과학기술 정책 전문가들은 30개 세부 지표로 된 평가 항목과 이를 바탕으로 전체 순위를 내는 것도 문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한국의 경우 투자는 모범생이지만 결과는 열등생인데, 이 두 가지 상반된 평가 영역을 평균해 전체 순위를 매기는 것은 문제점을 오히려 감추는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2017년 세부 지표평가에서 한국은 인구 1만 명당 연구원 수에서 4등, 연구개발 투자 총액에서 4위, GDP 대비 정부 연구개발 예산 1위, 인구 100명당 유선 및 모바일 브로드밴드 가입자 수 4위를 기록했다. 반면 연구원 1인당 SCI 논문 수 및 인용도는 전체 34개국 중 33위로 꼴찌를 간신히 면했다. 이는 2013년 이후 5년간 변화가 없다. 이외에도 연구개발 투자 대비 기술 수출액 비중 28위, 지식재산권 보호 정도 29위, 창업활동지수 23위를 기록했다.
 
익명을 요구한 과학기술 정책연구기관의 한 인사는 “2017년 과학기술혁신역량평가는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투자를 계속 해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성과는 참담함을 보여주는 보고서”라고 비판했다. 또 “비교 대상이 유리한 특정 시점을 떼어내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홍보할 것이 아니라 정확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솔직한 반성문을 쓰고 한국 과학기술 혁신체계를 고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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