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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례적인 미 대사 내정 철회, 미 강공책 신호인가

빅터 차 주한 미국대사 내정자의 갑작스러운 낙마는 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강경으로 치달을 것이란 위험신호나 다름없다. 차 내정자가 물러나게 된 건 ‘코피 전략(bloody nose strike)’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둘러싼 트럼프 행정부 내 강경파들과의 이견 탓으로 알려져 있다. 차 내정자가 전면전이 일어나지 않을 범위에서 미국이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북한에 제한적인 타격을 가하는 코피 전략에 반대했다는 것이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여차하면 쓰겠다고 위협 중인 한·미 FTA 폐기 카드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고 한다.
 
오랜 검증을 거친 후 아그레망(주재국 임명 동의)까지 받은 내정자를 주저앉히는 건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그런데도 막판에 임명을 철회한 것은 그만큼 코피 전략과 한·미 FTA 폐기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집착이 강하다는 뜻이다.
 
이런 속내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이뤄진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에서도 고스란히 묻어났다. 외교안보 분야에서 트럼프가 역설한 대목은 북핵 문제였다. 그는 “북한의 무모한 핵무기 추구가 우리 본토를 곧 위협할 수 있다”며 “그런 일이 없도록 최고의 압박작전을 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안주와 양보는 단지 침략과 도발을 불러들일 뿐”이라며 “과거 행정부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전략적 인내’로 사실상 북한의 핵 개발을 수수방관했던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달리 무력 사용도 마다치 않겠다는 의미다.
 
이번 사태에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차 내정자가 미국 내 손꼽히는 대북 매파였다는 사실이다. 그런 인물마저 반대했을 정도니 코피 전략이 얼마나 무모한지 짐작할 수 있다. 낙마 사실이 보도된 직후 차 내정자가 워싱턴포스트(WP)에 실은 기고문에는 그의 반대 이유가 잘 나와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제한적 타격에 대해 북한이 반격하지 못할 걸로 믿지만, 이는 큰 오산이란 것이다. 예측불허의 김정은이 보복을 자제하리라 확신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는 게 차 내정자의 주장이다. 차 내정자의 낙마 사태에서 보듯이 요즘 트럼프 행정부 내에 북한과의 대화를 주장하는 온건파들이 설 땅이 사라졌다고 한다. 대표적 대화파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마저 투명인간 취급을 받는다는 이야기까지 나돌고 있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 주한 미 대사가 중요한 자리다. 차 내정자의 낙마는 한·미 간 핵심 소통 채널이 앞으로도 반년 넘게 더 비게 됐다는 점에서 유감스러운 일이다. 이런 마당에 정부가 평창올림픽을 통해 북·미 대화까지 유도하겠다며 북한에 끌려다니게 되면 미국이 어떻게 여길지 뻔하다. 그럴수록 미국은 우리와의 긴밀한 상의를 뒤로한 채 대북 군사행동이라는 모험에 나설지 모른다. 우리 정부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문제를 넘어 북·미 간 군사적 충돌의 불길한 전조임을 꿰뚫어 봐야 한다. 미 행정부의 강경 흐름을 미리 읽어내고 지혜롭게 대처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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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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