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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금 대출 쉽고 취직은 어렵고, 빚더미로 사회 첫발

가계부채 리포트<하>신용불량 내몰리는 청춘
청년의 학자금 대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는 2012년부터 장학금을 늘렸지만 부채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졸업 후 취업을 못하면 빚더미에 서게 된다. 텅 빈 강의실 풍경이 쓸쓸하다. [중앙포토]

청년의 학자금 대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는 2012년부터 장학금을 늘렸지만 부채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졸업 후 취업을 못하면 빚더미에 서게 된다. 텅 빈 강의실 풍경이 쓸쓸하다. [중앙포토]

지방 사립대에 다니는 김지훈(25·가명)씨는 군 제대 뒤 진로 고민이 컸다. 대학을 계속 다니고 싶었지만 가정 형편은 어려웠고 등록금은 비쌌다. 국가장학금을 받아도 등록금 중 일부만 지원되기 때문에 학자금 대출이 점점 쌓여 가는 게 스트레스였다. 차라리 공무원 시험을 봐서 빨리 취업하는 게 돈을 아끼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휴학해서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기로 했다. 그동안 배달·서빙·콜센터 등 각종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을 가지고 1년은 버틸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대학생 전용 저축은행 대출 300만원
고금리로 돌려막다 3년 새 2400만원

학자금 빌려 가족 생활비로 쓰기도
부채 대물림으로 빚폭탄 떠안는 셈
“일자리·주거 연계해야 근본적 해결”

 
공무원 시험 공부는 생각했던 것과 달랐다. 무엇보다 돈이 많이 들었다. 여러 명이 나눠서 인터넷 강의를 수강하는데도 비용이 만만찮았다. 모아둔 돈이 바닥나 아르바이트를 다시 시작했다. 공부할 시간이 줄면서 점점 공무원 시험 합격과는 멀어졌다.
 
1년 뒤, 이렇게 해서는 도저히 합격하지 못하겠다는 생각에 다시 복학했다. 이번엔 등록금뿐 아니라 생활비 대출까지 받아야 했다. 김씨는 “빚이 있으니 친구를 만나도 머뭇거리게 되고 자존감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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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등록금’. 교육부는 국가장학금을 이렇게 표현한다. 지난달 29일 정부 합동 업무보고에서 교육부는 “반값 등록금 수혜자가 지난해 52만 명에서 올해 60만7000명으로 늘어난다”고 홍보했다.
 
국가장학금 도입으로 대학생의 등록금 부담이 일부 줄어든 건 사실이다. 한국장학재단에 따르면 2012년 1조9160억원이던 등록금 대출 규모는 2017년 1조1879억원으로 38% 줄었다. 그런데 20대 청년층의 부채가 줄었다는 통계는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 평균 부채는 그 어느 연령대보다 가파르게 증가했다. 단순히 등록금을 보태 주는 것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 드러난다. 특히 역대 최고(9.9%)를 기록한 청년실업률로 확인되는 취업난은 청년 부채의 핵심 요인이다.
 
청년부채

청년부채

구직난 속에서 청년들이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기 위해 빚을 지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장동호 남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요즘 청년들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불안한 일자리가 무엇인지 이미 잘 알기 때문에 안정적인 일자리인지를 따질 수밖에 없다”며 “그런 곳은 가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공무원 시험 준비 등에 매달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적성과 무관한 대학 선택과 그로 인한 진로 고민은 청년 부채를 더 키운다.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이소현(25·가명)씨는 대학을 다니는 내내 회의가 컸다. 이름만 보고 관련 학과를 골랐는데 막상 가르치는 내용은 자신의 관심사와는 동떨어졌다. 3학년을 마친 뒤 대학을 그만둘까 고민했는데 주변 사람들이 “그동안 투자했는데 졸업은 해야 한다”고 말렸다. 이씨 본인도 3년간 학자금 대출 받은 것이 아까워 그만두지 못했다. 이씨는 “소득만 있으면 대출을 빨리 갚고 싶은데 지금 버는 거로는 생활비도 벅차다”고 말했다.
 
청년 부채는 결국 가난한 가정의 문제이기도 하다. 장은영(30·가명)씨는 대학 시절 장학재단 대출을 매 학기 받다가 결국 연체에 빠졌다. 그는 “부모님이 자영업을 하시는데 수입이 많지 않다 보니 생활비 대출까지 받아 매장 운영자금과 빚 상환에 썼다”며 “부모님이 이자만 냈는데, 여러 건 중 하나가 연체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학자금 대출로 가족을 부양하는 것은 부채 폭탄이 터지는 걸 몇 년간 미뤄 두는 셈이다. 사실 학자금 대출은 금리가 낮은 데다 소득구간 8분위 이하이면 대출받은 후 취업 뒤에 상환할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 거부감 없이 신청한다. 하지만 가난한 가정의 청년들이 그렇게 빠진 빚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청년이 빚을 내기가 너무 쉬운 세상이다. 옷가게에서 일하는 최현정(25·가명)씨는 대학 입학 직후 저축은행에서 ‘대학생 전용 마이너스 카드’를 덜컥 발급받은 게 문제의 발단이었다. 신용 관리에 대한 개념이 없이 마이너스 대출 300만원을 받았고 이를 갚기 위해 또 고금리 대출을 받아 돌려막기를 했다. 3년쯤 지나자 빚이 2400만원으로 불어나고 한 달 이자만 70만~80만원이 됐다. 결국 연체가 반복됐고 최씨는 신용회복위원회의 문을 두드렸다.
 
소수이긴 하지만 장학재단 생활비 대출을 받아 다른 목적으로 쓰는 경우도 있다. 대학생 윤지은(24·가명)씨는 장학재단 생활비 대출을 두 차례 받아 해외여행 가는 데 썼다. 윤씨는 “생활비 대출을 생활비를 보조하기 위한 것보다는 뭔가 즉흥적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쓰는 편”이라고 말했다. 어떤 이에겐 학자금 대출이 쉬운 저금리 대출 수단인 셈이다.
 
청년 부채를 키우는 개인과 가족, 사회적 요인을 한꺼번에 풀어 내기란 쉽지 않다. 한영섭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부설 내지갑연구소 소장은 “저소득·고비용이라는 청년 부채의 근본 원인은 일자리와 주거 정책 등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아울러 약탈적 대출이라는 금융의 문제도 함께 풀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질의 일자리, 가구 소득 증대 같은 구조적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면 교육·상담 같은 실효성 있는 미시정책부터 시작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순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청년이 돈을 빌리려는 시점부터 대출을 받는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왜 빚을 내는지에 대한 체계적인 상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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