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인사이트] 영화 ‘설국열차’처럼 … 물고기로 농사 짓는 ‘아쿠아포닉스’

경기도 해양수산연구소에서 아쿠아포닉스로 키운 상추를 수확하고 있다. 메기가 사는 수조와 채소가 있는 선반은 파이프로 연결돼 있다. [오종택 기자]

경기도 해양수산연구소에서 아쿠아포닉스로 키운 상추를 수확하고 있다. 메기가 사는 수조와 채소가 있는 선반은 파이프로 연결돼 있다. [오종택 기자]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2013)’에는 1년에 단 두 번만 허락되는 귀한 음식이 있다. 신선한 생선으로 만든 초밥이다. 시커먼 단백질 덩어리만 먹던 꼬리칸 사람들은 생선초밥을 맛보며 환상적인 표정을 짓는다. 열차 한 칸을 차지한 거대한 수족관에는 온갖 종류의 물고기가 헤엄을 친다. 메이슨(틸다 스윈튼) 총리는 “폐쇄된 생태계에선 적절하고 지속 가능한 균형을 맞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물고기를 키워본 사람은 안다. 열차처럼 폐쇄된 환경에선 물고기가 오래 살 수 없다. 물고기 배설물은 물속에서 금세 독소로 변한다. 일정 수준 독소가 쌓이면 순식간에 물고기가 폐사한다. 수족관 관리자는 끊임없이 깨끗한 물로 갈아주고, 배설물을 처리해 줘야 한다.
 
영화에선 어떻게 가능했을까. 중요한 힌트가 있다. 수족관 바로 옆의 식물칸이다. 빛과 물이 풍부한 온실에서 다양한 채소와 과일이 자란다. 물고기와 식물이 이웃사촌처럼 공존하는 세상이다. 이론적으로 식물은 물고기에 깨끗한 물을 공급할 수 있다. 식물의 뿌리가 정수기 필터 같은 역할을 한다. 물고기의 배설물은 식물에 영양분을 제공할 수 있다. 폐쇄된 생태계에서 지속 가능하고 균형이 가능한 비결이다. 영화와 같은 경우에는 짠물과 민물을 서로 바꿔주는 기술이 추가로 필요하다.
 
해양수산연구소 이동훈 박사가 수조 안에서 메기를 꺼내 보이고 있다. 아쿠아포닉스로 키운 메기는 일반 메기보다 성장 속도가 빠르다. [오종택 기자]

해양수산연구소 이동훈 박사가 수조 안에서 메기를 꺼내 보이고 있다. 아쿠아포닉스로 키운 메기는 일반 메기보다 성장 속도가 빠르다. [오종택 기자]

관련기사
지난달 26일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의 해양수산자원연구소. 실험용 온실 안에선 상추와 청경채 같은 잎채소를 수확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경기도 농업기술원과 공동으로 아쿠아포닉스의 한국형 모델을 개발하는 현장이다. 식물칸은 1단과 2단을 합쳐 다섯 종류의 채소, 1000여 개의 모종을 재배 중이다. 겉으로는 농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온실의 모습이다.
 
결정적인 차이는 온실 한쪽에 있는 대형 수조다. 수조에는 물 11t과 함께 메기 700여 마리가 들어 있다. 석 달 정도 수조에서 키운 메기는 무게가 마리당 260~ 280g에 달한다. 일반적인 메기 양식보다 성장 속도가 다소 빠르다.
 
영화 ‘설국열차’의 한 장면. 식물칸에서는 다양한 채소와 과일을 재배했고, 바로 옆 수족관(사진 아래)에서는 물고기를 키웠다. [사진 영화 스틸컷]

영화 ‘설국열차’의 한 장면. 식물칸에서는 다양한 채소와 과일을 재배했고, 바로 옆 수족관(사진 아래)에서는 물고기를 키웠다. [사진 영화 스틸컷]

영화 ‘설국열차’의 한 장면. 식물칸(사진 위)에서는 다양한 채소와 과일을 재배했고, 바로 옆 수족관에서는 물고기를 키웠다. [사진 영화 스틸컷]

영화 ‘설국열차’의 한 장면. 식물칸(사진 위)에서는 다양한 채소와 과일을 재배했고, 바로 옆 수족관에서는 물고기를 키웠다. [사진 영화 스틸컷]

해양수산연구소의 이동훈 박사는 “지난해 10월부터 메기와 잎채소를 같은 온실에서 연계해서 키우는 실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 양어장에선 매일 물을 갈아줘야 하지만 이곳에선 한 달에 한 번이면 충분하다”며 “메기에게 하루 2번씩 사료를 주는 것 외에 일손이 거의 필요 없다”고 설명했다.
 
메기가 있는 수조와 채소를 키우는 선반은 파이프로 이어져 있다. 채소 농사에는 흙을 사용하지 않는다. 식물의 뿌리에 물을 흘려보내는 수경재배 방식이다. 파이프에선 하루 24시간 물이 흐른다.
 
연구소의 허락을 받아 상추 맛을 봤다. 아쿠아포닉스로 키운 상추는 진하고 약간 쌉쌀한 맛이 났다. 표면의 색깔도 뚜렷했다. 일반 상추도 먹어봤다. 다소 싱거운 맛이었다. 같은 품종이고 크기는 비슷한데 표면의 색깔은 약간 희미했다. 생육 기간이 달라서다. 아쿠아포닉스로 키운 상추가 일반 상추보다 평균 1주일 정도 길다.
 
농업기술원의 김진영 박사는 벌레 먹은 채소를 보여주며 “비료나 농약은 전혀 쓸 생각을 하지 못한다. 화학 성분이 수조로 흘러가면 메기에게 나쁜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확까지 다소 오래 걸리지만 채소가 여물게 자라면서 맛이 더 강하다”고 소개했다.
 
물고기를 활용해 농사를 짓는다는 발상은 고대 사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학자들은 고대 중국과 멕시코 아즈텍 문명 등에서 아쿠아포닉스의 원시적인 흔적을 발견했다. 따지고 보면 국내에도 낯선 개념은 아니다. 1970년대까지 농촌에선 미꾸라지를 풀어 넣은 논을 흔히 볼 수 있었다. 미꾸라지는 병해충을 잡아먹고, 흙탕물을 일으켜 잡초의 성장을 방해했다. 하지만 화학 비료와 농약의 보급으로 논 미꾸라지는 빠르게 자취를 감췄다.
 
현대판 아쿠아포닉스는 생명공학 기술(BT)과 결합하면서 새로운 차원을 열었다. 일반적으로 양어장에선 물고기의 배설물이 골칫거리다. 동물이 단백질을 섭취한 뒤 에너지를 얻고 나면 노폐물로 암모니아(NH3)가 생긴다. 이것이 물속에서 암모늄 이온(NH4+)이 된다. 물고기에 해로운 성분이다. 물을 갈아줘야 하는 만큼 폐수도 발생한다.
 
아쿠아포닉스 생태계 순환 과정

아쿠아포닉스 생태계 순환 과정

아쿠아포닉스 농장에선 물고기 배설물이 소중한 자원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유용한 미생물이다. 수조에 투입한 미생물은 1차 분해 작용을 한다. 암모늄 이온을 산소(O2)와 결합시켜 물(H2O)과 아질산 이온(NO2-)으로 바꾼다.
 
아질산 이온도 물고기에 해롭다. 또 다른 미생물의 도움을 받아 2차 분해를 한다. 아질산 이온(NO2-)을 질산 이온(NO3-)으로 바꿔주는 과정이다. 산소 원자가 3개인 질산 이온은 식물에 좋은 성분이다. 그다음에는 펌프로 질산 이온이 녹아 있는 물을 밖으로 보낸다.
 
이 물이 파이프를 타고 채소가 있는 선반 아래를 돈다. 수경재배에서 채소의 뿌리는 땅속이 아닌 물속에 잠겨 있다. 물과 영양분을 흡수한 채소의 뿌리는 물을 깨끗하게 만들어준다. 물이 다시 물고기가 있는 수조로 돌아갈 때는 순수한 물에 가까워진다. 이렇게 하면 버려지는 자원이나 폐기물이 거의 없어진다.
 
미국에선 1970년대부터 아쿠아포닉스의 연구가 이뤄졌다. 1980년대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의 마크 맥머트리 박사는 최초의 현대판 아쿠아포닉스 시설을 만들었다. 이어 메사추세츠주의 바이오셀터라는 회사는 최초의 상업용 아쿠아포닉스 농장에 성공했고, 지금도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후 미국·캐나다·호주 등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아쿠아포닉스 농장이 설치·운영되고 있다.
 
농업기술원의 김순재 원장은 “아쿠아포닉스는 채소와 물고기로 동시에 수익을 얻는 일석이조의 기술”이라며 “체험이나 교육용 수요까지 감안하면 1·2·3차 산업을 결합한 6차 산업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료 개발은 중요한 과제다. 일반 물고기 사료에선 식물에 필요한 영양분이 부족하다. 아직까지 아쿠아포닉스 대상 작물이 상추 같은 잎채소로 제한되는 이유다. 비료를 주지 않고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려면 물고기 사료가 식물에 풍부한 영양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물고기도 먹을 수 있고, 식물에도 좋은 성분으로 사료를 구성하는 것이 어렵다.
 
김진영 박사는 “현재 채소 재배에 부족한 성분을 물고기 사료로 보충할 수 있도록 특수 사료를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아쿠아포닉스(Aquaponics)
물고기 양식(Aquaculutre)과 식물의 수경재배(Hydroponics)를 결합한 신기술이다. 물고기의 배설물은 미생물로 분해해서 식물에 영양분으로 공급한다. 식물의 뿌리는 정수기 필터 같은 역할을 하면서 물고기에 깨끗한 물을 제공한다. 물고기 수조와 채소 선반을 연결한 파이프를 통해 물이 지속적으로 순환하면서 단일 생태계를 만든다. 비료와 농약을 쓰지 않고, 버리는 자원은 거의 없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다.

 
양평·화성=주정완 기자 jwjoo@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