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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이 간다]동생 잃은 형과 형 잃은 동생 "낚싯배 참사 말로만 국가책임"

[논설위원이 간다]
 
인천 영흥도 남쪽 1마일(1.6km) 해상에서 지난해 12월 3일 오전 6시 5분쯤 낚싯배 선창1호(9.77t)가 급유선 명진15호(336t)에 부딪혀 전복돼 15명이 숨졌다. 이른바 '낚싯배 참사'다. 3일이면 발생한 지 꼭 두 달이 된다. 사고 이후 급유선 선장 A씨(38)와 갑판원 B씨(47)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구속기소 돼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달 22일 첫 재판이 열렸고 설 이후 19일에도 재판이 속개된다.
지난해 12월 3일 오전 인천 영흥도 남쪽 해상에서 22명이 탄 낚싯배 선창1호가 급유선 명진 15호에 부딪혀 전복됐다. 이 사고로 15명이 숨졌다. 해경은 늑장 출동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사진 옹진군]

지난해 12월 3일 오전 인천 영흥도 남쪽 해상에서 22명이 탄 낚싯배 선창1호가 급유선 명진 15호에 부딪혀 전복됐다. 이 사고로 15명이 숨졌다. 해경은 늑장 출동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사진 옹진군]

 '작은 세월호'라고 불렸던 낚싯배 참사 이후 충북 제천(29명 사망)과 경남 밀양(39명 사망)에서 더 큰 화재 참사가 터졌다. 낚시 인구 700만명 시대(어선 이용 낚시객은 연간 340만명)라는데 해경의 대비 태세는 사고 이후 얼마나 달라졌고 바다는 안전해졌을까. 유가족과 함께 점검해봤다. 
인천 영흥도 낚싯배 참사 당시 동생을 잃은 박종필씨가 영흥대교 위에서 사고 현장을 가리키고 있다. 영흥파출소는 불과 5분 거리를 36분만에 출동해 늑장 출동이란 비판을 받았다. 장세정 기자

인천 영흥도 낚싯배 참사 당시 동생을 잃은 박종필씨가 영흥대교 위에서 사고 현장을 가리키고 있다. 영흥파출소는 불과 5분 거리를 36분만에 출동해 늑장 출동이란 비판을 받았다. 장세정 기자

 서울에 사는 박종필(47)씨는 1월 20일 동생 종현(사망 당시 42세)씨를 바다가 보이는 전남 신안 고향 땅에 묻었다. 동생은 낚싯배 선창 1호를 타고 바다낚시를 떠났다가 변을 당했다. 사고 이후 한 달 넘게 서울시립승화원에 임시 안치됐던 종현씨의 유해는 49재를 맞아 뒤늦게 고향 땅에 묻혔다. 어릴 때 고향 앞바다에서 생존수영을 익혔던 동생이 구명조끼를 갖춰 입고도 바다에서 숨졌다는 사실을 형 박씨는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며 한숨을 쉬었다. 
인천 영흥도 낚싯배 참사 당시 박종필 씨의 동생 종현씨가 신었던 운동화 유품.        [사진 박종필]

인천 영흥도 낚싯배 참사 당시 박종필 씨의 동생 종현씨가 신었던 운동화 유품. [사진 박종필]

 특히 박씨는 사고 한 달이 지난 1월 5일 장례식장에서 동생의 유품을 뒤늦게 전달받고 의문이 커졌다고 한다. "선실에서는 신발을 벗고 있는데 동생이 신발을 신고 있었다면 뒤집힌 배 안에서 단순히 익사한 게 아니라 배 밖에서 구조를 기다리다 숨졌을 가능성이 높아요. 해경이 제때 출동해 신속히 구조했다면 동생을 살릴 수도 있었을 텐데 너무 원망스러워요."  
지난해 12월3일 발생한 인천 영흥도 낚싯배 사고 당시 동생을 잃은 박종필(왼쪽)씨가 같은 배에 탔다가 형을 잃은 송영철씨를 만났다. '동생을 잃은 형'과 '형을 잃은 동생'은 이구동성으로 해경의 늑장 출동이 피해를 키웠다며 선주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2월초에 내겠다고 말했다. 장세정 기자

지난해 12월3일 발생한 인천 영흥도 낚싯배 사고 당시 동생을 잃은 박종필(왼쪽)씨가 같은 배에 탔다가 형을 잃은 송영철씨를 만났다. '동생을 잃은 형'과 '형을 잃은 동생'은 이구동성으로 해경의 늑장 출동이 피해를 키웠다며 선주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2월초에 내겠다고 말했다. 장세정 기자

 박종필씨는 1월 23일 경기도 광명시 커피숍에서 기자와 함께 송영철(43)씨를 만났다. 송씨는 박씨의 동생 종현씨와 같은 낚싯배를 탔다가 극적으로 생존했다.하지만 송씨 역시 이번 사고로 형 송현철(당시 43세)씨를 잃었다. 박씨는 동생 종현씨의 마지막 흔적이라도 찾기 위해 송씨의 당시 증언에 귀를 쫑긋 세웠다. 송씨는 "사고 직후 내가 바닷물을 벌컥벌컥 마시면서 정신없이 배 밑에서 헤엄쳐 나왔을 때 선창1호 주변에서 '살려달라'는 소리가 몇 군데서 들렸다"고 증언했다. 박 씨는 송씨가 들었다는 '살려달라'는 마지막 외침이 동생 종현씨의 목소리였을 수 있다며 못내 안타까워했다.
15명이 숨진 인천 영흥도 낚싯배 사고 당시 형을 잃은 낚시객 생존자 송영철씨는 해경이 신속히 출동했다면 적어도 5명은 구했을 것 이라며 배에서 탈출한 직후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장세정 기자

15명이 숨진 인천 영흥도 낚싯배 사고 당시 형을 잃은 낚시객 생존자 송영철씨는 해경이 신속히 출동했다면 적어도 5명은 구했을 것 이라며 배에서 탈출한 직후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장세정 기자

 송씨는 "우리 형과 친구 등 지인들이 뒤집힌 배 안에 갇혀 있었는데 구하지 못한 자책감 때문에 아직도 매일 똑같은 사고 악몽을 꾼다"고 호소했다. 송씨는 "해경이 평소 훈련을 제대로 하고 비상 출동 준비만 제대로 하고 있었다면 사망자 15명 중에 적어도 5명은 살릴 수 있었을 텐데 해경은 당시 단 한명도 구조하지 못했다"고 질타했다. 옆에 있던 박 씨의 얼굴이 굳어졌다.
문재인(오른쪽)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4일 청와대에서 전날 발생한 인천 영흥도 낚싯배 참사 희생자를 위해 묵념하고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이번 사고는 국가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오른쪽)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4일 청와대에서 전날 발생한 인천 영흥도 낚싯배 참사 희생자를 위해 묵념하고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이번 사고는 국가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형 박씨는 "사고 발생 다음 날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열고 묵념까지 하면서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이 같은 사고를 막지 못한 것과 구조하지 못한 것은 결국은 국가의 책임'이라고 인정했다. 그런데도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사흘 뒤 국회에 출석해 (국가 배상 책임에 대해) '그것까지는 인정하기 어렵다'고 딴소리를 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박씨는 "(대통령이)유가족을 상대로 책임지지 못할 말을 했다. 유가족이 당했다. 유가족에게 사실상 사기를 친 국가를 상대로 2월 초에 소송을 내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인천 영흥도 낚싯배 사고 직후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영흥파출소는 5분 걸릴 거리를 출동하는데 36분이나 걸렸다. 당시 고속단정이 민간 어선 7척과 한데 묶여 있어 밧줄을 풀다가 출동이 늦어졌다고 한다. 당시 동생을 잃은 박종필씨는 1월10일 새로 배치된 신형 연안 구조정의 밧줄을 잡고 있다. 장세정 기자

인천 영흥도 낚싯배 사고 직후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영흥파출소는 5분 걸릴 거리를 출동하는데 36분이나 걸렸다. 당시 고속단정이 민간 어선 7척과 한데 묶여 있어 밧줄을 풀다가 출동이 늦어졌다고 한다. 당시 동생을 잃은 박종필씨는 1월10일 새로 배치된 신형 연안 구조정의 밧줄을 잡고 있다. 장세정 기자

국가를 상대로 진짜 소송을 내는가.
해경의 늑장 출동은 물론 어디서 어떻게 동생을 건져 올렸는지 등 구체적 기록이 없고 설명도 제대로 해주지 않아 너무 답답하다. 정부와 공무원은 큰 사고가 나면 급한 불 끄기 식으로 일단 유가족에게 말로만 책임진다고 하다가 시간이 흐르면 대충 마무리 한다. 원인을 철저히 분석해 재발 방지를 위한 교훈을 얻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소송엔 누가 참여하나.
선창1호 선장을 제외한 사망자 14명의 유가족, 그리고 생존자 7명 중에서 4명 등 모두 18명이 참여한다. 선창1호와 명진15호 선주뿐 아니라 대한민국 정부(법무부 장관이 소송대리)의 책임도 묻기로 했다.  
국가 책임을 법적으로 인정받기가 말만큼 쉽지 않을 텐데.
안전 문제는 국민이 좀 불편해도 절대 타협하면 안 된다. 국가든 정부든 공무원이든 잘못이 있으면 이번에 확실하게 바로 잡아야 우리 다음 세대라도 안전하게 살 수 있지 않겠나.
낚싯배 사고 이후 제천과 밀양에서 화재 참사가 잇따르고 있다.
제천 화재 때도 결정적 순간에 소방 무전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긴급 구조 공무원들(해경·소방)은 정작 일이 터지면 이 핑계 저 핑계를 댄다. 공무원들의 대충주의·무사안일주의를 국민이 어떻게 바로잡을지 정말 큰 숙제다.
인천 영흥도 진두항에 정박한 낚싯배. 영흥도는 바다낚시 출항지로 인기 있는 곳이다. 장세정 기자

인천 영흥도 진두항에 정박한 낚싯배. 영흥도는 바다낚시 출항지로 인기 있는 곳이다. 장세정 기자

 이처럼 유가족도 생존자도 영흥도 낚싯배 참사의 충격에서 아직 제대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을 직접 둘러보니 오늘도 수많은 낚시애호가들이 낚싯대를 메고 전국의 바다로 달려 나간다. 영흥도의 경우 참사 영향에다 혹한이 겹친 때문인지 실제 출조 영업이 활발하지는 않았지만, 인천 남항은 지금도 낚시객 모집이 계속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 인천 남항 낚싯배 S호는 출조 때마다 정원 20명을 채웠고 매번 배를 못 탄 대기 승객이 있을 정도다. 인천에 사는 60대 낚시객은 "하루 7만원을 내면 선상에서 라면도 끓여주고 직접 잡은 물고기로 회를 떠주기 때문에 스트레스 풀기에 좋다"고 바다낚시를 예찬했다. 
인천남항에 있는 해경 인천구조대의 고속단정. 지난해 12월 3일 15명이 숨진 영흥도 낚싯배 참사 당시 인천 구조대는 고속단정이 수리중이라는 이유로 뱃길이 아닌 육로로 출동했다.    장세정 기자

인천남항에 있는 해경 인천구조대의 고속단정. 지난해 12월 3일 15명이 숨진 영흥도 낚싯배 참사 당시 인천 구조대는 고속단정이 수리중이라는 이유로 뱃길이 아닌 육로로 출동했다. 장세정 기자

 영하 10도가 넘는 강추위에도 바다로 나가는 이런 시민들의 안전을 해경은 충분히 지켜줄 준비가 돼 있을까. 지난달 23일 인천 남항 부두에 있는 해경 인천구조대를 찾아갔다. 낚싯배 사고 당시 1분 1초가 급할 때 수리 중이라는 이유로 출동조차 못 했던 고속단정(8.6t)은 이후에도 출동 훈련 중 잦은 고장을 일으켰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기자가 찾아간 하루 전날에도 수리 업체가 찾아와 고장 점검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비상대비 태세에 구멍이 뚫려 있다는 얘기다.
인천 영흥도 해경 영흥파출소 건물에 '찬란한 영흥 우아한 바다, 행복등대가 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내걸려 있다. 지난해 12월 3일 낚싯배 참사 당시 해경은 5분 거리를 36분만에 출동했다. 장세정 기자

인천 영흥도 해경 영흥파출소 건물에 '찬란한 영흥 우아한 바다, 행복등대가 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내걸려 있다. 지난해 12월 3일 낚싯배 참사 당시 해경은 5분 거리를 36분만에 출동했다. 장세정 기자

 낚싯배 사고 현장에서 불과 5분 거리에 있는 해경 영흥 파출소에도 가봤다. 사고 당시 고속단정(2.2t)은 영흥도 진두항 부두(바지선 형태의 부잔교)에서 민간 어선 7척과 한데 밧줄에 묶여 있어 늑장 출동이란 비판을 받았다. 밧줄을 풀고 출동하느라 5분이면 갈 거리를 출동 지시 이후 36분 만에 사고 현장에 도착했기 대문이다. 해경 측은 "1월 10일 16t짜리 신형 연안구조정을 영흥 파출소에 배치해 앞으로 사고가 발생하면 신속한 출동이 가능하다"고 홍보했다.  
인천 영흥도 부두에 해경이 지난 1월 10일 신형 연안 구조정을 배치했다. 충남 보령해경의 낡은 구조정을 대체하려고 준비한 신형 구조정을 갑자기 영흥 파출소에 배치해 '돌려막기'란 지적이 나온다. 장세정 기자

인천 영흥도 부두에 해경이 지난 1월 10일 신형 연안 구조정을 배치했다. 충남 보령해경의 낡은 구조정을 대체하려고 준비한 신형 구조정을 갑자기 영흥 파출소에 배치해 '돌려막기'란 지적이 나온다. 장세정 기자

 그런데 이 신형 구조정은 여론을 의식한 '사후약방문 돌려막기'로 드러났다. 당초 이 구조정은 충남 보령해양경찰서의 낡은 기존 구조정을 대체하기 위해 만든 것인데, 낚싯배 사고 이후 해경 본청이 급히 영흥파출소에 돌려 배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령해경 관할 충남 해역에서 혹시 사고가 나면 아마도 해경은 "예산이 없어 낡은 구조정을 교체 못 해 제대로 대응이 어려웠다"고 핑계를 댈지 모른다. 
인천 남항부두의 해경 인천구조대에 '강하고 당당한 해양경찰'이란 홍보 문구가 붙어 있다. 장세정 기자

인천 남항부두의 해경 인천구조대에 '강하고 당당한 해양경찰'이란 홍보 문구가 붙어 있다. 장세정 기자

박종필 씨를 비롯한 유가족들은 "15명이 숨지자 대통령이 국가의 책임이라고 인정했는데도 해경은 인명 피해를 키운 공무원들에게 뒤늦게 주의·경고 등 경징계로 시늉만 내려 한다"며 한숨을 쉬고 있었다. 
인천해경 건물에 '안전한 바다 행복한 국민'이란 홍보 문구가 나붙어 있다. 장세정 기자

인천해경 건물에 '안전한 바다 행복한 국민'이란 홍보 문구가 나붙어 있다. 장세정 기자

장세정 논설위원

장세정 논설위원

 
 인천(영흥도·남항부두)=장세정 논설위원 zhang@joongang.co.kr
 
※이 기사 관련 영상 편집 작업에 황병준·윤가영 인턴이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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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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