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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마다 4~9세 아이들에게 재능기부하는 여고생 3인방

매주 토요일마다 열 살이 넘게 차이가 나는 동생들에게 재능기부를 하는 여고생들이 있다. 충남 천안 복자여고 2학년 구가은·유은채·정유진(18)양 얘기다. 올해 수능을 치르는 학생들이지만 ‘아이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한 번도 거르지 않을 생각이다.
천안 복자여고 정유진·구가은·유은채(왼쪽부터)양이 천안 중앙도서관에서 영어 동화읽기 놀이 재능기부를 한 뒤 아이들과 환하게 웃고 있다. 신진호 기자

천안 복자여고 정유진·구가은·유은채(왼쪽부터)양이 천안 중앙도서관에서 영어 동화읽기 놀이 재능기부를 한 뒤 아이들과 환하게 웃고 있다. 신진호 기자

 

천안 복자여고 구가은·유은채·정유진양… 중앙도서관 자원봉사
꼼꼼히 강의계획서·수업준비 "동생들 가르치면서 오히려 배워"

지난 25일 오후 3시 충남 천안시 중앙도서관 어린이자료실. 4~9살 아이 13명이 엄마의 손을 잡고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잠시 뒤 3명의 여고생이 자료실로 들어서자 아이들이 달려와 “언니~ 언니~”하고 반갑게 인사했다. 아이들은 지난 3일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여고생 언니·누나에게 강의를 받는 수강생이었다.
 
언니·누나의 손을 잡고 강의실(동화체험마을)로 들어간 아이들은 줄을 맞춰 나란히 자리를 잡았다. 여고생들은 익숙하게 빔프로젝터를 켜고 강의를 준비했다.
지난 27일 복자여고 유은채양이 천안 중앙도서관에서 영어 동화읽기 놀이 수업을 하며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 27일 복자여고 유은채양이 천안 중앙도서관에서 영어 동화읽기 놀이 수업을 하며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신진호 기자

 
정유진양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작은 의자에 앉아 오늘 수업내용을 설명했다. 주제는 아빠였다. 아이들이 영어를 어렵게 느끼지 않도록 동화에 자막을 넣었다. 아빠와 엄마, 오빠·동생 등 주로 가족 얘기를 담는다.
 
구가은·유은채양은 아이들 사이에 앉았다. 중간중간 집중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을 챙기고 수업내용을 놓친 아이를 따로 가르치기 위해서다. 어린아이들이 엄마를 찾거나 칭얼대면 엉덩이를 두드려주며 달래기도 한다. 중앙도서관 관계자들은 “학생들이 웬만한 유치원·어린이집 교사보다 낫다”고 말했다.
지난 27일 복자여고 구가은양이 천안 중앙도서관에서 영어 동화읽기 놀이 수업을 하며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 27일 복자여고 구가은양이 천안 중앙도서관에서 영어 동화읽기 놀이 수업을 하며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신진호 기자

 
20여 분간 영상강의를 진행한 여고생들은 작은 테이블로 아이들을 불러 모았다. A4용지와 색연필로 가족의 모습을 그리고 특징을 영어로 쓰는 과정을 진행하기 위해서였다.
 
영상강의를 통해 아빠는 strong(강하다), 엄마는 pretty(예쁘다), 오빠는 fun(재미있다) 등의 단어를 배운 아이들은 색연필로 가족을 그린 뒤 옆 칸에 영어단어를 썼다. 연필 잡기가 서툰 아이들에겐 잡는 방법도 가르쳤다.
지난 27일 천안 중앙도서관에서 영어 동화읽기 놀이 수업에 참가한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며 영어 단어를 쓰고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 27일 천안 중앙도서관에서 영어 동화읽기 놀이 수업에 참가한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며 영어 단어를 쓰고 있다. 신진호 기자

 
윤강희(8)양이 제법 그림을 잘 그리자 구가은양은 “얘들아 이리 와봐. 강희 언니가 그림을 잘 그려”라며 칭찬했다. 이 모습을 본 다른 아이들도 질세라 색연필을 꾹꾹 눌러가려 그림을 그리고 영어단어를 써내려갔다.
 
오후 3시50분. 아이들이 친구의 발표를 보기 위해 다시 줄을 지어 앉았다. 윤송연(7)양이 발표할 때는 구가은양이 옆에 섰다. 아이가 당황하거나 발표가 끊기면 도와주기 위해서다. 윤양은 또박또박 그림을 설명했다.
지난 27일 천안 중앙도서관에서 재능기부에 나선 복자여고 구가은양(왼쪽)이 윤송연양의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 27일 천안 중앙도서관에서 재능기부에 나선 복자여고 구가은양(왼쪽)이 윤송연양의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신진호 기자

 
“잘했어요!”는 칭찬과 함께 아이들이 박수가 이어졌다. 이런 방식으로 4명의 아이가 발표했다. 구가은양은 “다음 강의 때도 칭찬을 받기 위해 아이들이 더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여고생 3인방의 재능기부는 중앙도서관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1~2학년 때 천안평생교육원 등에서 자원봉사를 했다. 올해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기 위해 같은 반 친구들끼리 의기투합한 것이다. 매월 말 강의계획서를 제출하고 목~금요일에는 3명이 모여 강의자료를 준비한다.
지난 27일 천안 중앙도서관에서 영어 동화읽기 놀이에서 참가한 아이들이 복자여고 구가은·유은채양과 함께 설명을 듣고 있다.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 27일 천안 중앙도서관에서 영어 동화읽기 놀이에서 참가한 아이들이 복자여고 구가은·유은채양과 함께 설명을 듣고 있다. 있다. 신진호 기자

 
여고생들은 단순히 영어단어를 읽어주는 데서 벗어나 아이들과 함께 활동하고 대화하는 방법으로 교감하고 있다. 외동딸인 정유진양은 “동생이 없어서인지 아이들이 친동생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3월이면 3학년이 되는 여학생들은 수능 직전인 10월까지 강의를 직접 할 예정이다. 조만간 2학년이 되는 후배들을 재능기부팀에 합류시키기로 했다. 이들과 함께 활동한 뒤 자연스럽게 강의를 넘겨주기로 했다. 선발 기준은 책임감과 꾸준한 활동이 가능한 지 여부다.
지난 27일 천안 중앙도서관에서 복자여고 정유진양(가운데)이 영어 동화읽기 놀이에서 참가한 아이들에게 그림을 보여주며 영어단어를 설명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 27일 천안 중앙도서관에서 복자여고 정유진양(가운데)이 영어 동화읽기 놀이에서 참가한 아이들에게 그림을 보여주며 영어단어를 설명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이들 여학생은 기회가 되면 교육정책이나 아동심리학 분야를 공부할 생각이다. 대학 진학도 관련 학과를 염두에 두고 있다.
 
유은채양은 “단순한 재능기부가 아니라 아이들에게 지식을 전달하고 추억을 만들기 위해 도전한 것”이라며 “첫 수업 때는 당황하기도 했지만, 봉사를 통해 오히려 배우는 게 많다”고 말했다.
 
천안=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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