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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단체 10년 방치가 세종병원 화 키웠다

지난 26일 오전 7시 30분쯤 경남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에서 화재가 화재해 시커먼 연기가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26일 오전 7시 30분쯤 경남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에서 화재가 화재해 시커먼 연기가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경남 밀양에서 190명 사상자가 난 세종병원 화재 사건은 10년 넘게 저질러진 각종 불법과 탈법을 밀양시 등 관계 당국이 제대로 대처하지 않아 화를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중 단 한차례라도 제대로 대처했으면 이렇게까지 큰 참사로 이어지지는 않았으리란 지적이 나온다.
 
이번 화재의 가장 문제인 불법 구조물 설치는 2006년에 이뤄졌다. 밀양시는 5년이 지난 "2011년에 불법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처벌과 원상복구가 가능한 건축법 공소시효(5년)가 거의 지난 시점이었다. 하지만 길에서도 쉽게 눈에 띄는 불법 구조물을 4년 넘게 몰랐다는 데 의문이 남는다. 불이 난 세종병원 자리는 밀양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경남 의원’이 있던 곳이다. 수십 년 된 단층 짜리 경남의원 건물을 세종병원 전임 이사장인 A씨가 1992년쯤 사들인 후 이듬해 4층으로 증축했다. A씨는 밀양 등에서 의사로 오래 활동해 보건 쪽 사람들과 유대관계가 깊었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39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발생 사흘째인 28일 경찰과 국과수의 직원들이 세종병원 응급실 일대에서 3차 합동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중앙포토]

39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발생 사흘째인 28일 경찰과 국과수의 직원들이 세종병원 응급실 일대에서 3차 합동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어 A씨는 2005년 비영리법인인 효성의료재단을 설립한 뒤 같은 해 4월 병원을 5층으로 증축(세종병원)하고 그 옆 여관(6층)을 사들여 리모델링해 2006년 7월부터 세종요양병원도 운영했다. 이 기록을 볼 때 불법 구조물 설치는 2005년 4월~2006년 7월 사이로 추정된다. 세종병원에 요양병원까지 확대되면서 공사 과정에 불법 구조물이 설치됐을 가능성이 크다.
사상자 발생 영향 끼친 '불법 비 가림막'. 송봉근 기자

사상자 발생 영향 끼친 '불법 비 가림막'. 송봉근 기자

 
당시 설치된 불법 구조물은 이번 화재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온 2층 비 가림막 시설과 5층(실제 4층) 창고와 6층 식당(실제 5층) 등 총 147㎡규모다. 세종병원 연면적 1489㎡의 10분의 1수준이다. 현 효성의료재단 손경철 이사장은 다른 곳에서 장례식장을 하다 이 때 이 병원 1층으로 옮기면서 이사장 A씨와 처음 만났다. 손 이사장은 2008년 재단과 병원을 넘겨받았다.  
  
그러나 시는 병원이 불법 구조물을 설치했다는 사실을 2011년에 알았다. 그해 1월 소방서의 점검에서 였다. 밀양역에서 만난 김모(69)씨는 “밀양 사람들은 병문안이나 장례식으로 그 병원을 일 년에도 몇 차례씩 간다”고 말했다. 일반인들도 자주 드나들었던 세종병원을 시나 보건소 공무원들이 5년간 한 번도 제대로 보지 않았다는 사실이 쉽사리 납득되지 않는 이유다. 특히 다른 불법 구조물은 몰라도 2층 비 가림막은 건물 외부에서도 훤히 보인다.   
밀양 세종요양병원. [중앙 포토]

밀양 세종요양병원. [중앙 포토]

  
이후 시의 대응은 더 납득하기 힘들다. 2011년 2월~2014년 9월까지 시정명령과 이행강제금(1589만원)만 부과하고 뒷짐을 졌다. 불법 구조물이 2006년 7월쯤 지어져 아직 공소시효가 남아 있었는데도 그랬다. 세종병원을 건축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것은 한참이 더 지난 2014년 7월이었다. 이미 공소시효는 3년이나 지나 있었다. 경찰이 병원과 밀양시의 유착 의혹을 수사하는 이유다. 밀양시 관계자는 “고발과 강제철거만이 능사가 아니어서 조사 후 시정명령, 이행강제금 부과 등 단계를 거친 것으로 보인다”며 “당시 보건소에서 해당 병원을 의료법 위반으로 고발해 같은 시기 고발했다”고 말했다. 경찰과 검찰은 “공소시효를 한참 지나 고발이 이뤄져 처벌할 수가 없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후에도 시는 2015년과 20017년 2차례 이행강제금(1450만원)만 부과했다.
 
지난 30일 세종병원 화재로 39명이 사망한 밀양 시내 곳곳에 희생자를 애도하는 플래카드가 내걸려 도시 전체가 추모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중앙 포토]

지난 30일 세종병원 화재로 39명이 사망한 밀양 시내 곳곳에 희생자를 애도하는 플래카드가 내걸려 도시 전체가 추모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중앙 포토]

 
더구나 효성의료재단은 2014년을 전후해 세종병원과 요양병원 인근의 장례식장(81㎡·2017년 철거 현재 신축 중) 등에 비 가림막 시설과 창고 등 불법 구조물을 추가했다. 밀양시는 이것도 까맣게 몰랐다. 화재 직후 경찰 수사로 불법 구조물 추가 설치가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추가로 불법 증축된 부분은 아직 공소시효가 남아 있어 병원과 시 관계자를 조사한 후 입건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29일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희생자들의 합동분향소 마련된 밀양문화체육회관에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중앙 포토]

29일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희생자들의 합동분향소 마련된 밀양문화체육회관에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중앙 포토]

 
2014년 당시 세종병원은 의료법도 위반했다. 지난 2014년 1월 1일부터 7월 31일까지 야간 당직 때 간호사를 2명 미만으로 배치해 운영한 혐의로 약식 기소됐다. 창원지검 밀양지청 관계자는 “원래 의사 1명과 간호사 2명이 근무해야 하는데 세종병원은 간호사는 1명 혹은 아무도 없이 간호조무사나 요양보호사로 대체해 근무한 혐의다”고 말했다. 그 결과 손 이사장과 효성의료재단은 각각 100만원씩 벌금을 물었다.  

29일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희생자들의 합동분향소 마련된 밀양문화체육회관에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중앙 포토]

29일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희생자들의 합동분향소 마련된 밀양문화체육회관에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중앙 포토]

 
처벌을 받고도 개선은 없었다. 세종병원은 2008년 40병상에서 최근 95병상까지 증가했다. 그러나 의료인력은 비슷했다. 세종병원의 2016년 진료 인원을 기준으로 보면 의료법상 필수 상근 인력은 의사 6명, 간호사 35명이다. 하지만 세종병원 근무 인원은 의사 3명(비상근 1명 포함), 간호사 6명에 불과했다. 상황이 이런대도 보건소가 세종병원의 의료진 축소 운영을 적발한 것은 개원 이후 현재까지 2014년 한차례 뿐이었다. 보건소는 해마다 자체점검을 벌였지만 아무 이상을 찾지 못했다. 보건소 관계자는 “근무일지 등을 보고 병원 의료진 수를 확인할 뿐 적정 의료진 수를 갖췄는지 확인은 힘들다”고 말했다. 밀양의 한 병원 관계자는 “그 병원은 늘 환자가 넘쳤는데 1회밖에 적발되지 않은 건 흔치 않은 일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병원 관계자는 “불법 구조물 설치도 대부분 현장 점검 나오면 서류상 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7일 오전 경남 밀양시 삼문동 밀양문화체육회관에 마련된 세종병원 화재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방문해 유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중앙 포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7일 오전 경남 밀양시 삼문동 밀양문화체육회관에 마련된 세종병원 화재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방문해 유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중앙 포토]

이처럼 병원을 관리·감독해야 할 자치단체가 불법과 탈법에 둔감한 탓에 세종병원은 기형적인 병원으로 변해갔다. 병원 건물 내 곳곳이 도면과 달리 환자를 채우는 병실로 바뀌면서 대형화재 시 꼭 필요한 안전장치가 하나둘 사라졌다. 이 과정에 20명을 한방에 넣는 ‘벌집 병실’이 나타났다. 꼭 있어야 할 1층 방화벽은 사라졌고, 2층 이상 방화벽과 비상 발전기는 제 기능을 못 했다. 이곳의 연기가 빠져나가야 할 2층 외부 연결통로는 비 가림막이 설치돼 있었다. 


29일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희생자들의 합동분향소 마련된 밀양문화체육회관에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중앙 포토]

29일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희생자들의 합동분향소 마련된 밀양문화체육회관에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중앙 포토]

이용재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중소병원 등에 대해 특별 점검을 해 적발되는 불법 구조물에 대해서는 사업자뿐 아니라 관리 감독을 제대로 못 한 자치단체에도 책임을 묻고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송 중소병원협회장은 “의료법에 정한 인력은 최소 인력이다. 지방이라고 고무줄 잣대를 적용해서는 안 된다”며 “그것도 못 맞춘다면 차라리 폐업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밀양=위성욱·최은경·조한대·이은지·홍지유·백경서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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