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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의 글로벌 J카페] '가격표 앞에 장사 없다' 아이폰X이 실패한 이유

"오늘, 애플이 전화기를 재발명합니다"  

검정 목티, 청바지 차림의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세상에 처음 소개하는 순간이었다. 잡스는 2007년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맥 월드' 콘퍼런스에서 음악 재생과 전화, 인터넷 사용을 하나로 해결할 수 있는 혁신적인 물건을 선보였다.
전 애플 최고 경영자(CEO) 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아이폰 발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모습.  [중앙포토]

전 애플 최고 경영자(CEO) 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아이폰 발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모습. [중앙포토]

스마트폰 후발주자였던 애플은 아이폰 하나로 시장을 흔들어놨다. 깔끔한 디자인과 직관적으로 사용하기 쉬운 인터페이스는 IT를 모르는 평범한 사람들의 지갑까지 열었다. 스티브 잡스 타계로 애플의 시대도 끝날 것이란 우려가 나왔지만, 후임 최고경영자(CEO) 팀 쿡은 2014년 4분기 아이폰6로 중국 시장을 공략해 7450만대를 팔며 애플의 성공 신화를 다시 썼다.
 

"이것이 스마트폰의 미래입니다"

팀 쿡은 지난해 9월 새 아이폰을 공개하며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순서대로 숫자를 붙이자면 아이폰9가 나올 차례였지만, 아이폰 탄생 1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아이폰X(텐·숫자 10을 로마자로 쓴 것)으로 이름 붙였다.
 
출시 두 달 만에 "1분기 생산 목표 절반으로 줄인다"
 지난해 9월 팀 쿡 애플 CEO가 아이폰 X를 공개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9월 팀 쿡 애플 CEO가 아이폰 X를 공개했다. [AP=연합뉴스]

 
30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애플 주식은 전날보다 -0.6% 하락한 166.97달러에 장을 마쳤다. 29일 아이폰X의 판매 부진으로 생산량 목표를 절반으로 축소한다는 소식이 악재였다. 애플 주가는 최근 일주일 사이 5.7% 하락했다. 일본 증시에서 애플 부품 납품사인 무라타제작소(-1.9%), 타이요유덴(-1.9%), 알프스일렉트로닉스(-1.4%) 등의 주가도 하락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애플이 올해 1분기 아이폰X 생산 목표치를 당초 계획의 절반인 2000만대로 줄여 부품 공급 업체에 통보했다고 30일 보도했다. 애플은 지난해 11월 출시 당시 올 1분기 4000만대 이상 생산할 계획이었다. 예상외로 판매가 부진해 재고가 늘어나기 시작하자 생산 브레이크를 밟은 것이다. 닛케이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아이폰8, 8+, 7로 수요가 옮겨갔다"며 이 3개 모델은 계획대로 1분기에 3000만대를 생산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1월 미국 텍사스주 댈라스의 애플 매장에서 아이폰 X 구매에 성공한 소비자가 웃는 표정으로 제품을 들어 보이고 있다.[EPA=연합뉴스]

지난해 1월 미국 텍사스주 댈라스의 애플 매장에서 아이폰 X 구매에 성공한 소비자가 웃는 표정으로 제품을 들어 보이고 있다.[EPA=연합뉴스]

분석기관들은 아이폰X의 판매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 JL워런캐피털은 "높은 가격에 비해 혁신이 부족하다"며 4분기 3000만 대, 올 1분기 2500만대 판매를 전망했다. 나르시 창 JP모건 애널리스트는 "지난 4분기 아이폰X 공급 업체 매출은 크게 늘었지만, 수요가 급속도로 줄어버렸다" 올 1분기 생산량이 지난해 4분기에 비해 50%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케이티 허버티 모건스탠리의 애널리스트는 지난 25일 애플 목표 주가를 205달러에서 200달러로 낮췄다. 
 
애플이 아이폰X을 조기에 단종하고 다음 제품 출시를 서두를 것이란 전망도 있다. 포브스는 "차기작에 대한 정보가 아이폰X 판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평했다. 아이폰X을 건너뛰고 다음 신제품을 기다렸다 사려는 소비자가 많다는 이야기다.
 
아이폰도 넘기 힘든 심리적 마지노선 1000달러
 
1000달러는 스마트폰을 사는 소비자들의 심리적 마지노선이다. 한국의 경우 100만원이 심리적 부담을 높이는 선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8(출고가 125만4000원)을 제외하면 이제까지 고가 스마트폰 가격은 90만원 후반대에 그쳤다. 
 
해마다 신제품 가격이 오르면서 100만원이 넘는 제품이 나올 것이란 예측은 있었지만, 아이폰X의 가격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다. 아이폰X의 가장 저렴한 64GB 모델이 999달러, 얼리어답터가 선호하는 최고사양 265GB 모델은 1149달러다. 한국에서는 64GB 모델이 142만원, 256GB 버전이 163만원에 판매된다. 라몬 라마스 IDC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1000달러는 분명한 한계선(line in the sand)"이라며 "1000달러는 이 금액이 일상에서 얼마나 의미 있는 돈인지, 이걸 사는 게 합리적인지 비교해보게 한다"고 말했다. 
상단 가운데가 움푹 들어간 디스플레이 디자인에 대해 소비자들의 호불호가 갈렸다. [연합뉴스]

상단 가운데가 움푹 들어간 디스플레이 디자인에 대해 소비자들의 호불호가 갈렸다. [연합뉴스]

가격은 비싸졌지만 눈에 띄는 변화는 얼굴 인식으로 잠금을 해제하는 '페이스ID'와 아몰레드(AMOLED·유기 발광 OLED) 화면 정도가 전부였다. 화면 상단 가운데가 움푹 파인 디자인을 'M자 탈모'라 부르며 불만을 표하는 소비자도 많았다. 후면 카메라가 튀어나온 이른바 '카툭튀'도 디자인을 중시하는 애플 소비자들에게는 디자인 후퇴였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은 아이폰X의 부품 원가가 판매가의 37%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IHS마킷은 64GB 용량의 아이폰X 하드웨어를 분석한 결과 부품원가가 370달러(약 40만원)를 추정된다고 밝혔다. 64GB 용량 모델의 출고가는 미국에서 999달러 한국에서 142만원으로 책정돼있다.
 
'아이폰의 배신' 배터리 게이트 
 
'배터리 게이트'는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기존 아이폰 사용자들에게 배신감을 안겨준 사건이었다. 고객의 동의 없이 구형 아이폰의 성능을 떨어뜨린 사실이 드러났지만, 애플은 겨울철 배터리 용량이 줄어들 때 기기가 갑자기 꺼지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법무법인 한누리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40만3772명이 애플을 상대로 집단소송 참여 의사를 밝혔다.
 
애플은 지난달 말 사태 수습 차원에서 공식 웹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하고 배터리 교체 비용을 인하한다고 밝혔다. 바클레이즈 증권은 배터리 교체 비용 지원으로 인한 손실을 102억9000만 달러(약 11조 450억원)로 추산했다. 마크 모스코위츠바클레이즈 증권 애널리스트는 “애플의 노후배터리 교체비용 지원으로 기존 아이폰 이용자가 신제품을 구매하는 대신 (비용이 훨씬 적은) 배터리 교환을 선택할 것”이라 전망했다. 
애플은 다음 달 1일(현지시간) 4분기 실적과 올해 목표 실적을 발표한다.
 
스마트폰 시장은 척박해지고 있다. 스마트폰을 새로 장만해야 하는 소비자는 줄고, 있는 스마트폰을 교체하려는 소비자 중심으로 수요가 바뀌었다. 저가의 대체재를 만들어내는 중국 업체들의 성장세도 무섭다.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 성장률은 2010년 71.2%를 정점으로 내리막길이다. 2018년에는 6.5% 성장에 그칠 전망이다.
 
하지만 수요가 줄더라도 아이폰X이 '가격의 힘'을 보여줄 것이란 예측도 있다. 팩트셋은 아이폰X이 애플의 아이폰 1대당 평균 판매가격을 1년 전보다 50달러 높은 752달러로 끌어올렸을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출시된 아이폰8은 가장 비싼 플러스 모델이 949달러였다.
 
이현 기자 lee.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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