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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업무 집중도, 사무실 내 인간 관계…회사는 알고 있다

“내일은 늦게 출근하는 게 좋겠습니다.”
퇴근 시간, 휴대폰에 깔린 업무 관련 어플리케이션(앱)에 이런 내용이 뜬다. 오늘 하루 나의 움직임이나 동료와의 대화 빈도를 측정해 분석한 인공지능(AI)이 내일의 적절한 업무 방식을 제안하는 것이다. 
 
명찰형 기기가 일하는 동안의 움직임과 대화 빈도 등을 측정하면 AI가 이를 수치화해 바람직한 업무 방식을 휴대폰으로 조언해준다. [사진 히타치제작소 홈페이지]

명찰형 기기가 일하는 동안의 움직임과 대화 빈도 등을 측정하면 AI가 이를 수치화해 바람직한 업무 방식을 휴대폰으로 조언해준다. [사진 히타치제작소 홈페이지]

 
일본 히타치(日立) 제작소가 만든 이 기기는 사원들의 목에 거는 명찰 형태 장비에 속도 측정기나 적외선 센서 등을 내장해 일하는 동안의 세세한 움직임과 대화 빈도 등을 기록한다. 이 수치를 바탕으로 AI가 오늘의 ‘조직생활 점수’를 계산해 이를 휴대폰 앱으로 알려준다. 이미 일본의 20여 개 회사가 이 시스템을 도입, 업무 효율 향상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일하는 방식 개혁’을 국가 과제로 내세운 가운데 일본에서 업무 집중도나 스트레스 등 ‘일의 질’을 계량화해 평가할 수 있는 다양한 신기술이 선을 보이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30일 보도했다.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해 ‘최고의 생산성 사무실’을 만들어내려는 시도다.
 
 명찰형 기기가 일하는 동안의 움직임과 대화 빈도 등을 측정하면 AI가 이를 수치화해 바람직한 업무 방식을 휴대폰으로 조언해준다. [사진 히타치제작소 홈페이지]

명찰형 기기가 일하는 동안의 움직임과 대화 빈도 등을 측정하면 AI가 이를 수치화해 바람직한 업무 방식을 휴대폰으로 조언해준다. [사진 히타치제작소 홈페이지]

 
“이번엔 1시간 중 50분을 집중했네.” 사무용 가구 제조업체 오카무라(岡村) 제작소의 오소노이 히로시(遅野井宏) 미래기획실장은 한 가지 일을 끝내면 스마트폰 앱을 통해 집중력 지속 시간을 체크하는 게 습관이 됐다. 측정 기계는 안경이다. 미간과 안경 다리 부분 등 세 곳에 센서가 있어 눈 깜박임의 회수와 강도 등을 측정, 집중력을 분석한다. 안경전문회사 진즈가 개발한 ‘진즈 밈(JINS MEME)’이란 안경이다. 
 
집중력을 측정해 주는 안경 '진즈 밈'. 미간 등에 센서를 달아 눈의 깜박임으로 집중력을 측정한다. [사진 진즈 홈페이지]

집중력을 측정해 주는 안경 '진즈 밈'. 미간 등에 센서를 달아 눈의 깜박임으로 집중력을 측정한다. [사진 진즈 홈페이지]

 
오카무라 제작소는 2017년부터 자사 실험실에서 직원들에게 안경을 착용하도록 해 효과를 검증하고 있다. 오소노이 실장은 “전에는 서서 작업을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다들 생각했다. 하지만 측정 결과 보고서 작성 등은 앉아서 해야 더 집중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렇듯 여러 방식으로 실험해 수치를 확인하고, 각자 높은 집중력을 유지하는 방식을 몸에 익힌다. 
 
진즈의 이오우에 이치타카(井上一鷹) 매니저는 “정부가 일하는 방식을 개혁한다고 하지만, ‘업무의 질’을 수치화하지 않는다면 체중계도 없이 다이어트를 시작하는 것과 똑같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 회원제 공용 오피스 ‘씽크 랩(Think Lab)’도 열었다. ‘진즈 밈’ 안경을 착용한 채 조명이나 사무실 배경 음악 등을 아침저녁으로 바꾸며 집중력을 높이는 방법을 다양하게 시험하는 공간이다. 회사 측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문제점을 계속 개선해 ‘세상에서 가장 집중이 잘 되는 사무실’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안경회사 진즈가 추구하는 '집중력 향상 사무실.' [사진 진즈 홈페이지]

안경회사 진즈가 추구하는 '집중력 향상 사무실.' [사진 진즈 홈페이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사무실 내 인간관계란 어떤 것일까. 전자 부품 제조 회사 ‘호시덴’이 개발한 손목밴드형 기기 ‘메디태그(MEDiTAG)’는 심박수나 혈압 등을 센서가 측정해 개개인의 스트레스 값을 산출한다. 사내 실험에서 직원들의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지는 자리를 골라 배치를 바꾸거나 주변에 관엽식물을 두는 등의 조치를 취해 효과를 봤다. 
 
기기를 활용하면 직원들 간의 관계도 알 수 있다. 회사측은 “특정 상사의 주변에 있는 사원들의 스트레스 지수가 높을 경우, 파워하라(Power Harassment·권력형 폭력)의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 이런 식으로 회사 내 인간관계 트러블을 예방하는 데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스를 측정하는 손목밴드 '메디태그'. [사진 호시덴 홈페이지]

스트레스를 측정하는 손목밴드 '메디태그'. [사진 호시덴 홈페이지]

 
이러한 업계의 움직임을 정부도 지원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 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잔업 시간 축소, 성과에 따라 임금을 지불하는 ‘탈시간급제도’ 도입 등 일하는 방식의 개혁을 위해 관련법 국회 통과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제산업성은 지난해 7월 일하는 방식 개혁을 추진하기 위한 최신 기술 경연대회를 개최하고 우수 기업을 표창했다.
 
하지만 우려도 나온다. 직원들의 행동이 하나부터 열까지 회사에 파악되는 상황에 대한 반감이 커질 수 있다. 본인도 자각하지 못하는 심박수나 혈압 등의 신체 정보를 수집하는 데 대한 개인정보 보호 및 유출 방지 대책도 시급하다. 경제산업성 산업인재정책실에서 근무하는 시라이시 코이치(白石紘一) 변호사는 “데이터 수집 전 사원들의 동의를 받고 인사 이동의 근거를 명확하게 설명하는 등 회사 측의 세심한 대응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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