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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억 자전거길, 7억 화장실 … 소멸위험 군위군 ‘황당 생존법’

군위 위천둔치 자전거길 구간 곳곳에 위치한 데크형 산책로. [김정석기자]

군위 위천둔치 자전거길 구간 곳곳에 위치한 데크형 산책로. [김정석기자]

경북 군위군 우보면 나호리에 가면 하천인 ‘위천’이 있다. 종일 있어도 하천변엔 국도를 따라 달리는 차들만 보일 뿐 행인을 보기 힘든 한적한 시골이다. 그런데 이 하천변에 초록색으로 칠해진 자전거길이 곧게 뻗어 있다. 이름도 도심 공원에서나 볼 법한 ‘위천둔치 자전거길’이다. 자전거길은 군위댐 하류에서 시작해 군위군청 인근까지 26.3㎞ 거리다.
 

경북 군위군 예산 낭비 논란
자전거길·대추화장실 인적 없고
6억 들인 축구장 주변도 잡풀 무성
인구 2만, 소멸위험지수 전국 3위
재정자립도 10.61% … 최하위 수준

인근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김모(65)씨는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은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실제 군위군 농업기술센터 앞 자전거길 구간에서 1시간 동안 지켜본 결과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주민은 한 명도 없었다. 김태환 대구자전거연맹 이사는 “길이 잘 닦여 있지 않아 로드 바이크로는 주행이 불가능하고, 거리도 짧아 동호인들이 위천둔치 자전거길을 찾는 일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군위군은 2011~2013년 위천둔치 자전거길을 만드는 데 세금 90억5000만원을 쏟아부었다.
 
군위군 부계면 대율리에는 6억원짜리 인조잔디 축구장이 있다. 일요일인 지난 21일 찾은 축구장은 차량 진입이 어려운 골목길로 들어가야 하고, 과수원에 둘러싸여 있어 접근 자체가 어려웠다. 축구장 주변은 잡풀이 가득했다. 주말이었지만 축구하는 주민은 물론 인적조차 없었다.
 
한밤마을 인조잔디 축구장. [김정석기자]

한밤마을 인조잔디 축구장. [김정석기자]

시골 하천변에 90억원짜리 자전거길을 만들고, 시골 마을에 6억원짜리 인조잔디 축구장을 만들 만큼 군위군의 살림살이는 넉넉한 걸까. 30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군위군의 살림살이는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재정자립도는 10.61%. 전국 243개 지자체(광역 17·기초 226) 중 끝에서 6번째다. 경북 23개 시·군 중에선 꼴찌다. 예산 규모는 지난해 3011억7200만원이지만 자체수입은 319억6800만원에 그쳤다.
 
가난한 군위군의 ‘부담스러운’ 사업은 이게 전부가 아니다. 군위읍사무소와 산성·부계·소보·효령면사무소(2층), 우보면 복지회관(3층)에 최신식 엘리베이터를 설치했다.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데 든 예산은 모두 5억원. 지난 17일 찾은 우보면 복지회관 엘리베이터는 그마저도 가동이 중단된 상태였다. 7억원 가까이 들여 만든 군위군 의흥면 국도변에 덩그렇게 만들어진 대추 모양의 화장실도 있다.
 
대추정원 내 대추화장실. [김윤호 기자]

대추정원 내 대추화장실. [김윤호 기자]

도대체 왜 이런 사업을 한 걸까.
 
군위군은 ‘소멸 위험 지역’이다. 한국고용정보원 이상호 부연구위원의 연구 결과 지난해 7월 기준 군위군 소멸위험지수는 0.174. 경북 의성군과 전남 고흥군에 이어 전국 3위다. 현재 군위군의 전체 인구는 2만4000여 명. 이마저도 매년 줄고 있다.
 
군위군은 다양한 사업이 일종의 ‘생존전략’이라는 입장이다. 인구소멸위험지역 탈피, 낮은 재정자립도 극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김영만 군위군수는 “군위군의 면적(614.2㎢)은 서울(605.2㎢)보다 큰데 인구는 2만4000명밖에 안된다. (인구 유출을 막으려면) 군위군에선 한 수 내다보는 행정을 해야 한다. 자전거길이나 인조잔디 축구장 등 최신 시설을 설치해야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주민들도 자긍심을 갖게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투자 가치만 두고 보면 아무 사업도 못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조근래 구미경실련 사무국장은 “정책실명제를 도입해 담당자가 책임감을 갖고 각종 정책을 추진하면 세금 낭비를 줄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석·김윤호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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