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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언제까지 목숨 걸고 병 고치러 가야 하나

이은지 내셔널부 기자

이은지 내셔널부 기자

1.5평(5㎡). 밀양 세종병원 301호 입원실의 환자 1명당 공간이다. 법적 기준인 1.3평(4.5㎡)을 겨우 넘겨 침대 하나만 놓아도 빠듯하다. 무려 20인실인 이곳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밀도가 높은 병실이다. 침대 간 간격이 60㎝에 불과해 통로로 똑바로 나가기 힘들어 게걸음으로 다녔다고 한다. 몸도 불편한 고령자와 환자들이 화재 때 제대로 대피할 수 있었을 리 만무하다. 이번 화재로 3층 입원환자 27명 중 9명이 숨졌다.
 
건물 자체도 불쏘시개나 마찬가지였다. 건물 바깥은 물론 내부에까지 유독가스를 내뿜는 값싼 스티로폼을 단열재로 사용했다. 내장재도 나무 등 불에 약한 자재였다. 1층엔 방화문이 아예 없었다. 안전 점검은 직원이 직접 했고 의료진 소방 교육은 인터넷 강의로 대체했다. 39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간 밀양 세종병원 화재가 예고된 참사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따지고 보면 세종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100병상 미만의 중소병원은 ‘완벽한’ 화재 사각지대다. 화재 다음날 세종병원에서 불과 1㎞ 떨어진 병원을 가보니 스프링클러도, 화재 시 창문을 깰 수 있는 손망치도 없었다. 탈출기구로 활용하는 구조함에는 수술용 시트가 널려 있었다. 다른 병원도 비상구가 잠겨 있거나 물건으로 막혀 있었다. 안 그래도 건축법과 소방법이 허술한데 병원의 인식까지 낙제점이었다. 국민 상당수가 그동안 목숨을 걸고 병원에 다니고 있었던 셈이다.
 
의료계에선 “이 정도면 병원이 아니라 수용소”라는 개탄이 나온다. 하지만 중소병원들은 수익을 내기 위해 최대한 저렴하게, 주먹구구식으로 병원을 운영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밀양의 한 병원 의사는 “박리다매로 수익을 내기 때문에 소방시설에 투자할 여력도, 의료진에게 소방 교육을 할 의지도 없다”고 했다. 중소병원 관계자는 “스프링클러를 다 설치하려면 수억 원을 들여야 한다. 병원 문 닫으라는 소리냐”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제도적 허점과 병원의 안일함이 시민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그런데도 국민은 ‘설마 불이 나겠어’라고 자위하며 중소병원을 찾고 있다. 총체적인 안전불감증이다. 이젠 이런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안전을 당당히 요구하는 환자들의 의식 전환과 병원 측의 선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도 필요하면 재정 지원을 해야 한다. 병 고치러 병원에 갔다가 목숨을 잃는 역설적 비극은 더는 없어야 한다.
 
이은지 내셔널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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