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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안철수와 다당제의 길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미래정치연구소장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미래정치연구소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바른정당(유승민 대표)과의 통합에 가속도를 내는 가운데 이에 맞선 반(反)통합파가 민주평화당(민평당) 창당 준비를 추진하면서 국민의당 분당이 기정사실로 굳어졌다. 안 대표는 민평당 창당에 참여한 179명의 당원권 2년 중지라는 강수로 대응했다. 안 대표의 통합 논의가 당내 공감대 형성과 절차적 정당성 확보 측면에서 미흡했다. 하지만 거대 양당(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낡은 정치 타파를 위한 중도개혁 정당의 탄생과 다당제 출현의 시급함은 역행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거대 양당 대결정치 악순환 반복
제3지대 중도개혁정당 출현 필요
현행 선거제도 개혁에 사활 걸고
안철수·유승민 결단력 보여줘야

‘87년 체제’는 대통령 5년 단임제로 독재를 막았지만 거대 양당에 의한 승자 독식과 극단적 대결 정치의 부작용을 낳았다. 그동안 우리 정치에는 승자와 패자만 존재했다. 대선에서 승리한 정당은 모든 것을 가져가고, 패배한 정당은 국정에서 배제돼 반대를 위한 반대에만 몰두했다. 권력과 자원을 독점한 대통령과 여당은 핵심 지지층만의 대표가 됐고 국민 전체를 대변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정부·여당은 대통령과 측근에 기대어 여론의 비판에는 귀를 닫았고, 야당은 국회 밖으로 뛰쳐나가 ‘강한 야당’ 프레임에 의존해 제1야당의 기득권을 누렸다. 승자가 권력을 독식하고 패자와 공유하지 않았기에 단임제 대통령은 임기 중간에 레임덕에 걸려 성공하는 대통령이 되지 못하는 악순환을 반복했다.
 
제3지대의 중도개혁 정당은 분권과 통합의 한국 정치를 위해 필요하다. 이분법적 양당제는 ‘87년 체제’와 함께 시대적 소명을 다했다. 1987년 이전의 ‘민주’ 대 ‘반(反)민주’의 정치 구도는 수평적 정권교체를 위한 야권 민주세력의 결집에 기여했다. 하지만 거대 양당의 진영싸움을 고착화시켰다. 이분법적 정치프레임은 지난 30여년 지역·이념 갈등과 중첩돼 분열과 대결을 악화시켰다. 중도개혁 정당에 의한 다당제는 권력 분산을 위한 개헌과 연동될 때 더 큰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은 지역주의와 기득권에 기댄 낡은 정치를 타파하고 권력과 책임을 공유하는 ‘포스트 87년 체제’를 바라는 유권자들의 열망을 담고 있다. 기성 정치인보다 정치 연륜이 부족한 안 대표의 통합 추진이 다소 거친 측면이 있지만, 갈림길에 선 한국 정치의 대변혁을 위해서는 진통이 따를 수밖에 없다. 다당제를 정착시키기 위해 중도개혁 정당은 다음의 몇 가지 과제를 실천해야 한다.
 
시론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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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혁 정당이 되는 것이다. 다당제는 정치체제 개혁을 위한 수단이다. 잘못된 관행을 끼리끼리 허용하는 낡은 정치, 권력을 독점하고 남용하는 구태정치, 선거 승리에만 집착한 지역주의를 타파해야 한다. 기성 정당의 구태와 차별화된 깨끗한 정치를 실천하는 것이 어렵겠지만, 지방선거의 승리에만 매달리지 않고 획기적인 공천 개혁을 포함한 새로운 정치를 보여줘야 한다.
 
다음으로 중도개혁 정당은 철저하게 중도정치의 길을 가야 한다. 중도정치의 의미는 기계적으로 이념적 중립을 지키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진보와 보수를 넘나드는 정책적 유연성을 갖는 것이다. 중도보수와 중도진보의 선택을 강요하는 것은 정치 공세다. 이념과 정파를 초월한 정책 선택이 가능해야 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이끄는 신생 정당인 ‘레퓌블리크 앙 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가 성공한 원인은 노동과 시장, 성장과 복지를 이분법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유연한 정책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세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가 보수의 국민당을 재건한 것도 양립이 어려워 보이는 반(反)이민과 친(親)유럽연합(EU)정책을 동시에 수용하는 이념적 유연성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햇볕정책도 이분법적 틀에서 벗어나 변화하는 시대에 맞게 발전시킬 수 있다.
 
중도개혁 정당은 선거제도 개혁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정당정치 전문가인 로버트 하멜과 존 로버트슨은 서구민주주의 19개 국가의 233개 정당을 분석해 신생 정당의 생존이 선거제도에 달려있다고 학문적으로 규명했다. 현행 소선거구제는 양당제와 친화적이고 비례대표제가 확대될수록 다당제에 유리하다. 1인 2표 정당투표가 도입된 2004년 총선 이래 다양한 시뮬레이션 분석들에 따르면, 독일식 연동형 비례제는 거대 양당의 프리미엄을 줄이고 군소 정당의 이익을 증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도개혁 정당은 쉽지 않은 길이다. 안철수·유승민 대표의 진정성과 결단력이 필요하다. 40%가 넘는 무당파 유권자들은 구태정치와 단절된 새로운 대안 정당을 기다리고 있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미래정치연구소장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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