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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언제까지 북한의 한밤 취소 통보에 휘둘려야 하나

금강산 합동 문화공연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북한의 그제 밤 행태가 우리의 깊은 탄식을 자아낸다. 남북이 공식 합의해 발표까지 한 사안을 마치 손바닥 뒤집듯 한밤중 통지문 하나로 뒤엎은 것이다. 국가가 갖춰야 할 신의라곤 눈곱만큼도 보이지 않는다. 북한은 지난 19일 밤에도 현송월을 단장으로 한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의 방남을 전격 중지한다는 통지문을 보낸 적이 있다. 오늘 밤엔 북에서 또 무슨 ‘취소’ 소식이 날아들지 모를 일이다.
 

남북 합의 일방적으로 뒤집는 북한 ‘갑질’
정부는 당당하게 북한에 따질 건 따져야
비위 맞추기로 얻은 성과는 쉽게 날아가

북한은 금강산 공연의 취소 이유로 우리 언론 탓을 했다. 한국 언론이 “평창올림픽과 관련해 북한이 취하고 있는 진정 어린 조치들을 모독하고 있으며” 특히 “북한 내부의 경축 행사까지 시비를 걸고 있다”는 것이다. 금강산 공연을 위해 우리 정부가 경유 제공을 하는 게 맞느냐, 또 북한의 위협적 건군절 열병식이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는 것 아니냐는 우리 언론의 지적에 대한 반발이다. 이에 공연 취소로 맞선 북한의 행태는 남측 언론과 정부 모두에 대한 길들이기 성격을 갖는다.
 
북한은 보름 전에도 “남조선 당국이 여론 관리를 바로 못하고 입 건사를 잘못하다가는 잔칫상이 제사상으로 될 수 있다”고 협박한 적이 있다. 일각에선 그제 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북한이 핵을 사용한다면 북한 정권은 지도상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한 강경 발언에 대한 북한의 불만 표출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유야 어찌 됐든 문제는 북한이 남북 공식 합의사항을 ‘한밤중에, 일방적으로, 가볍게’ 뒤집는다는 데 있다. 이러니 국내에서 ‘북한 갑질’이라는 말과 함께 정부가 왜 북한에 끌려다녀야 하나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우리 국민 상당수가 왜 평창올림픽과 이렇다 할 연관성이 없는 금강산 공연과 마식령스키장 훈련을 해야 하는지에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이들 행사가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관계 복원을 위해 대선후보 시절 구상했던 내용이라고 해서 무리하게 추진될 필요가 있느냐는 회의론이 적지 않은 것이다. 우리 정부가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잡으려 ‘바람 앞에 촛불을 지키듯이’ 노심초사하는 건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저자세’ 일변도로 과연 진정한 남북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의심이 든다.
 
정부는 남북 대화와 관련해 미국과 귀찮을 정도로 소통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금강산 공연 시 사용할 경유나 마식령스키장 훈련을 위한 항공편 이용 등과 관련해 미국이 선뜻 수긍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남북 대화를 통해 북·미 대화를 이끌어 내는 게 정부의 의도인데 마식령스키장 훈련과 경유 반입 등을 놓고 대북제재 위반이 아닌지 신경전을 벌인다면 어떻게 성공적인 북·미 대화의 판을 깔 수 있겠는가. 정부는 이제라도 원칙 있고 당당한 자세로 북한과의 대화에 임해 따질 건 따져야 한다. 비위 맞추기로 얻은 성과는 금강산 공연 취소처럼 쉽게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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