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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자신들이 남북관계 브레이크 걸 수 있다는 메시지”

금강산에서 예정됐던 남북 합동 문화예술공연이 지난 29일 북한의 일방적인 통보로 취소됐지만 남북은 함남 원산 인근의 마식령스키장에서 합동 스키훈련을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통일부는 북한이 다음달 4일 예정됐던 공연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면서도, 그보다 더 이른 시기에 진행하는 훈련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 을 ‘예정대로 진행’으로 이해하는 분위기다.
 
정부는 지난 29일 북한이 한밤중에 금강산 공연을 취소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자 평창 겨울올림픽에 선수단 파견(2월 1일), 예술단 공연(2월 8·11일), 대표단 파견 등 향후 일정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긴장했다. 그러나 북한이 이날 향후 행사에 대한 추가 취소 움직임이 없자 다소 안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북한이 우리 측 스키선수단의 항공편과 일정에 대한 확답을 주지 않아 우리 측은 하루 종일 혼선을 이어 갔다.
 
그렇다면 금강산 공연을 취소한 북한의 속셈은 뭘까. 전문가들은 북한이 남한 정부와 여론을 길들이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는다. 이번 기회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북한의 존재를 확실히 부각하면서도 북한이 마음만 먹으면 평창올림픽의 평화 모드가 순식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란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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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은 “북한의 전형적인 남한 길들이기”라며 “제지를 강력히 하지 않으면 계속 끌려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으로서는 남측 여론뿐 아니라 강경 입장인 미국에 대한 불만을 일방적 취소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며 “남북 관계에 자신들이 브레이크를 걸 수 있다는 걸 보여 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선수단을 파견하는 등 다른 일정은 그대로 추진하면서도 유독 금강산 공연만 취소한 이유에 대해서도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강조했던 올림픽 관련 행사를 취소하기 어려운 상황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은은 지난 1일 신년사를 통해 “평창 겨울올림픽은 민족의 경사”라며 대표단 파견을 약속했다. 올림픽 관련 행사는 법보다 우선인 김정은의 지시로 무조건 관철해야 한다.
 
또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와 관련한 상황을 엿보기 위한 의도라는 견해도 있다. 정부는 마식령 훈련을 위해 양양~원산의 동해항로를 열고, 원산 갈마비행장을 처음 이용한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전세기 투입을 계획 중이다. 그러나 전세기 운항은 미국의 독자제재 대상이다. 이번 훈련을 위해 운항하는 항공사는 제재 유예 등의 조치가 없는 한 180일 이내에 미국 땅에 내릴 수 없다. 전현준 우석대 겸임교수는 “대북제재의 내용에 대해서는 북한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북한으로서는 대북제재에 포함된 전세기(항공기) 운항에 대한 미국의 예외 조항 적용 여부와 이를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을 통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분위기를 가늠해 보고자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해석과 함께 취소를 직접적으로 촉발한 이유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의 싱가포르 언급을 꼽기도 한다. 송 장관은 지난 29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포럼에서 “북한이 핵으로 한국과 미국을 공격한다면 북한 정권은 지도에서 없어질 것”이라고 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금강산 공연 취소 이유를 언론 탓으로 밝혔지만 송 장관의 싱가포르 언급에 대한 반발일 수 있다”며 “북한은 향후 정부의 태도를 봐 가며 대응 수위를 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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