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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현 “애 엄마로 8년간 수치심” … 성추행 폭풍 휘말린 검찰

서지현. [연합뉴스]

서지현. [연합뉴스]

서지현(45·사법연수원 33기) 통영지청 검사가 최근 “2010년 선배 검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글에는 검찰내 성추행·성차별 사례도 여럿 담겨있다. 사건을 덮기 위한 입막음 시도, 인사상 불이익이 잇따랐다는 내용도 있다. 서 검사는 “한 아이의 엄마로서 지난 8년 간 그날 ‘그 사람’의 눈빛이 떠올라 참을수 없는 수치심에 매일 밤 가슴을 쥐어뜯었다”고 적었다. ‘그 사람’은 안태근(52·20기) 전 법무부 검찰국장(당시 정책기획단장)이다.
 
서 검사와의 30일 전화 인터뷰, 폭로 글 내용과 주변 전·현직 검사들을 취재해 당시 사건을 재구성했다.
 
2010년 10월 30일, 서 검사는 동료 여검사의 부친 장례식장을 찾았다. 신문에 부고도 실리지 않는 토요일 오후라서 빈소 방문객은 적었다고 한다. 서 검사가 일어서려던 찰나 이귀남 당시 법무부 장관과 그를 수행한 안태근 당시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이 빈소에 등장했다. 선배 검사의 권유로 얼떨결에 이 장관이 있는 테이블에 같이 앉게 됐고, 당시 이 장관을 수행한 안 전 단장이 술에 취한 상태에서 허리를 휘감고 엉덩이를 만졌다는 게 서 검사의 주장이다. 그는 “기수상 그곳에 앉을 기수가 아니었다”며 “‘아무 일도 없었던 거야. 어쩌면 환각이었을지도 몰라’라며 나 자신에게 주문을 걸었다”고 당시를 술회했다.
 
성추행 사건에는 두달 뒤인 2010년 12월 법무부 감찰부서가 내사에 들어갔다는 ‘입막음 의혹’이 더해졌다. 지난 29일 임은정(43·연수원 30기) 서울북부지검 부부장검사는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에 “해당 검사가 피해 진술을 망설이는 사이, 모 검사장이 호출해(갔더니) ‘왜 피해자가 가만있는데 들쑤시느냐’며 화를 냈다. 결국 감찰이 더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적었다. ‘해당 검사장이 누구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인 최교일 의원(자유한국당)이라고 밝혔다. 선배 남성 검사가 후배 여검사가 성추행 당했다는 사실을 덮었다는 의미다. 사건 무마 의혹이 발생하고 두달 뒤인 2011년 2월, 서 검사는 서울북부지검에서 여주지청으로 발령받았다.
 
이에 대해 최 의원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하고 있다. 그는 “그 여검사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고 한 번도 전화통화나 연락한 사실도 없다”고 말했다. 당시 법무부에서 일한 또 다른 검찰 간부도 “최 의원이 사건을 무마하려했다면 일단 정식적인 문제제기 절차라도 있어야 했던 것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인사 상의 불이익 조치가 있었는지 여부도 풀어야 할 의혹이다. 2014년 4월 여주지청에 근무하던 서 검사는 검찰총장 명의의 e메일 경고를 받는다. 검찰 사무감사 과정에서 공소시효 도과, 사건 선처 등의 문제로 지적을 받았기 때문이다.
 
서 검사는 “감찰 결과의 불합리성을 지적하고 사표를 제출하려고 했으나 당시 여주지청장이 만류했다”며 “알아보니 직전 지청장인 윤석열 현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보복이라고 해 경고 조치를 감수했다”고 적었다. 이에 대해 한 대검 관계자는 “윤 지청장의 인사 이동과 서 검사의 당시 감사 평가 사이에는 연관관계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현재 수도권 지검에 재직 중인 한 부장검사는 “그해 여주지청이 담당한 사건 중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경우를 살펴보면 서 검사가 맡은 사건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며 “무리한 기소와 자의적 전결 처리한 사항에 대해 지적을 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2014년 사무 감사가 있고 1년 뒤 서 검사는 통영지청으로 발령났다. 통영지청으로의 전보 역시 안 전 단장의 조치라는 것이 서 검사의 주장이다.
 
서 검사는 또 검사 초임 시절부터 성차별을 받았다고 호소했다. 그는 “한 부장으로부터 ‘난 이대생을 싫어한다. 난 여검사를 싫어한다. 내가 싫어하는 것을 다 갖췄으니 완전 악연 중에 악연’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썼다. 
 
서지현 검사가 직접 쓴 성추행 당시 정황
(자신을 ‘여자’로 3인칭 객관화시켜)무심히 내려다본 여자의 허리에 그놈의 손이 닿아 있었다. 분명 그놈의 손이 그녀의 움직임을 따라 움직였다. 어느새 그놈의 손이 그녀의 엉덩이를 더듬고 있었다. (중략)
 
치마 속으로 손이 들어온 것만 아니라면 여성의 엉덩이와 허리를 껴안고 더듬는 것은 그렇게 치욕스럽고 끔찍한 일은 아닌 것일까. (중략)
 
여자는 화장실 거울 속에 눈을 질끈 감은 채 몸을 떨며 서있는 여자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거야. 어쩌면 환각이었을지도 몰라. 여기는 장례식장이잖아… 분명 환각이었을 거야… 여기는 장례식장이잖아…. (중략)
 
만약에 괜한 별로 친하지도 않은 동기에게 그런 오지랖을 보이지 않았더라면….
 
[자료: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e-pros)]
 
김영민·박사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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