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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의 힘, 남북 하키 ‘퍽’ 잘 통하네

세라 머리 감독이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을 무난하게 이끌고 있다. 지난 25일 진천 선수촌에서 열린 북한 선수단 환영식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머리 감독(왼쪽)과 북한 박철호 코치. [공동취재단]

세라 머리 감독이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을 무난하게 이끌고 있다. 지난 25일 진천 선수촌에서 열린 북한 선수단 환영식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머리 감독(왼쪽)과 북한 박철호 코치. [공동취재단]

 
백지선(51)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감독은 세라 머리(30·캐나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감독을 믿는다고 했다. 남북 단일팀 논란이 불거졌을 때 백 감독은 “머리 감독은 강한 여성(strong woman)이며 팀을 이끌 리더십도 충분하다. 문제의 해법을 스스로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지선 감독의 말처럼 우려와 기대 속에 출발한 남북 단일팀이 순항하고 있다. 머리 감독이 중심을 잘 잡은 덕분이다.

단일팀 화합 이끄는 ‘스트롱 우먼’
라커 남북한 섞어서 배치하고
합동훈련 등 확실하게 주도권

삼촌뻘 북 코치와도 호흡 잘 맞아
선수들 어울려 밥 먹고 생일파티

불협화음 우려 씻고 빠르게 결속
북 선수 주전 라인 배치 가능성

 
처음 단일팀이 확정됐을 때, 젊은 외국인 감독이 다분히 정치적인 단일팀을 쉽게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단일팀이 급조된데다 북한 선수 3명 이상을 경기 엔트리에 넣어야 한다는 남북 합의도 있었다. 정부가 독단적으로 단일팀을 졸속 추진했다는 논란이 일며 반대 여론도 컸다. 국민들의 곱지않은 시선은 머리 감독에게 큰 부담이었다.
 
머리 감독은 2014년 9월 백지선 감독의 추천으로 여자 대표팀 사령탑에 올랐다. 당시 머리 감독의 나이는 26살에 불과했다. 감독 경험이 전혀 없는 초짜 감독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양승준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전무는 “머리 감독의 아버지 앤디 머리는 캐나다 국가대표 감독을 지낸 세계적인 명장이다. 오빠들도 모두 아이스하키 선수 출신이다. 어릴 적부터 아이스하키를 접하며, 자신만의 철학을 쌓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머리 감독이 팀을 맡은 초기에는 백지선 감독이 남녀 대표팀 총감독 역할을 했다. 백 감독이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다 휴식 시간에 라커룸에 내려와 전술을 지시하기도 했다. 머리 감독도 미국에 있는 아버지와 매일 전화로 1시간씩 통화하면서 조언을 구했다.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여자 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 2 그룹A? 한국과 북한의 경기가 6일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렸다. 새러 머리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강릉=임현동 기자 /20170406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여자 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 2 그룹A? 한국과 북한의 경기가 6일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렸다. 새러 머리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강릉=임현동 기자 /20170406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나라에서 3년 반을 지내면서 머리 감독도 성장했다. 2년 전부터 백 감독은 여자 대표팀 운영을 머리 감독에게 전적으로 맡기고 있다. 지난해 강릉 세계선수권(4부리그)에서 우승하며 대표팀의 전력도 좋아졌다. 양승준 전무는 “처음에는 경험이 없다보니 시행착오가 많았다. 최근에는 팀 운영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특히 단일팀 논의 과정에서 강단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 16일 머리 감독은 “올림픽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단일팀 추진은 충격적”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되려 “(북한 선수) 2~3명 정도는 받아들일 수 있다”며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질문에 답하는 새러 머리 감독   (영종도=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새러 머리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이 16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 평창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문제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8.1.16   toadbo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질문에 답하는 새러 머리 감독 (영종도=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새러 머리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이 16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 평창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문제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8.1.16 toadbo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또 단일팀에 대한 반대 여론이 커지자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머리 감독은 “선수 선발은 내 권한이다. 내가 원하는 선수만 출전한다”고 못박았다. “전술보다 조직력이 다지기가 우선”이라는 원칙을 세우고, 단일팀 선수들이 쓰게될 진천 선수촌 라커 배정에도 머리 감독이 직접 나섰다. 남북한 선수를 적절히 섞어 배치했다.
 
지난 25일 북한 선수단(선수 12명, 보조요원 2명, 코치 1명)이 진천 선수촌에 합류할 때만 해도 어색해하던 선수들은 금세 친해졌다. 남북 선수들은 28일부터 식탁에 함께 앉아 밥을 먹고 있다. 북한 진옥과 최은경의 생일 파티를 이틀 연속 열었다.
 
여자 아이스 하키팀을 이끄는 새러머리 감독이 3일 오후 서울 방이동 벨로드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여자 아이스 하키팀을 이끄는 새러머리 감독이 3일 오후 서울 방이동 벨로드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머리 감독은 캐나다 국적자지만 미국 미네소타에서 태어나 교육받았다. 그럼에도 단일팀의 정치적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머리 감독은 확고한 자기 철학과 신념을 갖고 있다. 단일팀 소집 첫날부터 확실하게 주도권을 잡고 계획한대로 팀을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머리 감독은 오리엔테이션을 앞두고는 정부에서 파견된 관계자들에게 “자리를 비켜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아이스하키에서는 보통 골리를 제외한 필드플레이어 5명이 4개 조(라인)로 나뉘어 경기를 펼친다. 한 라인에 속한 선수들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머리 감독은 당초 4라인에 북한 선수 3명을 기용할 것으로 보였다. 오랜 기간 함께하며 완성도를 높인 1~3라인에 변화를 주기에는 준비시간이 짧기 때문이다. 하지만 머리 감독은 지난 28일 처음으로 남북 합동훈련을 실시한 이후 각 라인에 북한 선수 1~2명을 포함시키고 있다. 실전에서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머리 감독도 “북한 선수들의 전술 이해도가 생각보다 높다”고 했다. 한 아이스하키계 관계자는 “머리 감독은 정치인이 아니라 아이스하키 감독”이라며 “최상의 팀을 만들려고 할 것이다. 정치 이슈에 흔들렸다면 아마 북한 선수만 따로 훈련 시켰을 것”이라고 밝혔다.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팀, 첫 합동훈련 돌입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팀, 첫 합동훈련 돌입   (서울=연합뉴스) 올림픽 사상 최초로 결성된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 28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빙상장에서 첫 합동훈련을 하고 있다.   새러 머리 총감독은 총 35명의 남북 선수를 A팀, B팀으로 나눠 훈련을 진행했다. 2018.1.28 [대한체육회 제공=연합뉴스]   photo@yna.co.kr/2018-01-28 17:26:59/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팀, 첫 합동훈련 돌입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팀, 첫 합동훈련 돌입 (서울=연합뉴스) 올림픽 사상 최초로 결성된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 28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빙상장에서 첫 합동훈련을 하고 있다. 새러 머리 총감독은 총 35명의 남북 선수를 A팀, B팀으로 나눠 훈련을 진행했다. 2018.1.28 [대한체육회 제공=연합뉴스] photo@yna.co.kr/2018-01-28 17:26:59/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남북 단일팀 최은경의 생일파티. [사진 문화체육관광부]

남북 단일팀 최은경의 생일파티. [사진 문화체육관광부]

 
삼촌뻘인 북한 박철호(49) 코치와 호흡도 나쁘지 않다. 김도윤(38) 코치가 둘 사이 대화를 통역한다. 오솔길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머리 감독은 지도자 경험이 많지 않아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합리적”이라며 “여자 선수들은 카리스마형 감독보다 하나부터 열까지 세밀하게 준비하는 감독을 더 선호한다. 북한 선수들도 머리 감독의 이런 면에 공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단일팀은 다음달 4일 인천 선학국제빙상장에서 스웨덴과 평가전을 치른 뒤 곧바로 강릉 선수촌에 입촌한다. 단일팀이 선수촌에서 함께 묵을지, 아니면 따로 지낼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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